그리고 컴퓨터실
초등학교 4학년, 한창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학교에 컴퓨터실이 있었고, 한글과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방과 후 수업으로 컴퓨터 강좌를 들었다. 그 나이 때 애들이 그렇듯, 사실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닉게임에 열중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여느 수업과 다를게 없었던 날, 다른 게 하나 있었다면 날씨였다.
뉴스에선 황사주의보가 나왔고 남쪽나라 울산에도 황사의 영향이 끼칠 만큼 비바람이 심했다.
컴퓨터를 하다 문득 창문을 봤는데, 유리창에 황토색 물감을 푼 것처럼 온통 흙물이 묻어있었다.
이게 바로 내 인생에서 '황사'에 대한 가장 젊은 기억일 것이다.
매년 봄이 다가오는 시절에, 황사에 대한 뉴스를 듣는다. 그때마다 난 늘 어두컴컴한 하늘과 흙물이 요동을 치는 창문, 형광등을 켜서 심하게 밝은 컴퓨터실과 때 묻은 진한 회색깔 커튼을 머릿속에 회상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대상에 대한 '가장 젊은 기억'이 존재할 것 같다.
그 어떤 감정적인 이유나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심지어 황사와 컴퓨터실은 객관적으로 전혀 상관성 없는 단어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나는걸 보면 아마 내년 봄에도 또 생각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