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의 구독기간이 만료되었어요
나의 사랑의 구독 기간이 끝났어요
인류의 가장 큰 목적은 '생존'일 것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개체의 궁극적인 목표 또한 '생존'일 것이다.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번식을 해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가면서
부딪혀야 하는 무거운 과제이다.
인류는 생존의 연장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결혼'이라는 사회적 통과의례적인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고, 지난 수세기 동안 전 인류는 형태와 구성은 다양하나 '남과 여'가 '사랑'을 전제로 결혼을 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 공유시대, 구독 시대라고 하는데...
결혼은 구독 서비스가 안 되는 것일까?
어쩌면, 수십 세기 동안 결혼의 패러다임이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모든 영화, 드라마를 보면 남녀가 우연히 만나 한 공간에서 정이 싹트고 사랑으로 발전하여 결국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낳아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대서사적인 구조를 지긋지긋하게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서울에 막 상경하여 내일을 위한 생존을 위해 그리고 성장을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나에게도 늘 '사랑'은 어렵고 동화 속 같은 이야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강산이 수십 번 변화하고 세대가 수만 번 교체되었다면, 우리의 사랑의 접근 방식 그리고 결혼의 관점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꼭 누군가의 소개 그리고 우연한 만남 속에서 진행되는 '사랑'을 전제로 결혼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일까? 난 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 다 핑계 같은 소리야'라고 하지만, 최근 '나는 솔로다', '환승 연애'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면 결국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결정체가 만들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나는 느낀다.
최근 일본에서는 애인 대행 서비스와 가족 렌탈 서비스가 흥행을 하고 있다.
결국 자본에 의해서 내가 조금 더 편하고 상처받지 않는 채널로 나의 만족을 채우는 소비 트렌드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서비스를 내가 만약 한다고 하면, 분명 누군가는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을 대행하거나 서비스로 전환시키면 그 말은 곧 '퇴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은 기술적인 접근에는 혁신적이지만 사람과 그 문화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혁신은 매우 보수적임을 현업뿐만 아니라 투자 시장 그리고 창업 생태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삶 그리고 주워진 환경은 철저하게 다름을 인정해야 할 것이고 그 누구도 범죄의 선이 아니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선택들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제로 결혼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불확실성과 불안 정속에 '이혼'이라는 법적 낙인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라면, 낙인으로 볼 것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아 그 사람과의 나의 사랑의 구독 기간이 끝났어요"와 같이...
지금에야 많이 인식이 좋아졌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하여도 이혼한 사람들은 사회의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다.
어쩌면, 불확실성에 모험을 걸었던 것이 우리의 전 세대의 결혼의 형태였다면, 철저하게 계획과 안전성 그리고 핏이 맞는지를 따지는 우리 세대들에게는 '구독 서비스'와 같은 개념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구독 기간을 연장하다가 정말 이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 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값 지불을 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새로운 결혼의 구독 형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너무 앞서간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누군가는 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도 성장도 그리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 현대인 그리고 우리 세대들에게는 부모님 세대처럼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시대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시간의 효율성 그리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자기주장을 말하는 것에 거리낌 없이 학습받고 자라온 우리 세대, 도전함과 더불어 실패 비용이 더 커져가는 우리 세대
어쩌면, 사람의 관계와 결혼의 관습이 이제는 조금씩 고쳐져야 하고 변화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친구에게 카톡으로 이야기하였을 때,
비난보다는 공감으로 내 생각이 센세이션하고 사고의 전환점이라고 말해준 작은 한마디에 감사하며, 나는 또 내일을 준비해본다.
2000년대 초반 '봄날은 간다'의 명대사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물음에 오늘날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진다.
"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사랑의 형태와 행위 그리고 사랑(결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시대를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은 알아주세요"
- FIN -
https://www.youtube.com/watch?v=18zBKdxAb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