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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샤넬로 Dec 06. 2022

그게 돈이 됩니까?

순양 그룹_ 진양철 회장의 안목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이다.

탄탄한 배우진과 빠른 스토리 전개로 이 드라마 매력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눈여겨보는 인물은 '순양 그룹의 진양철 회장'이라는 캐릭터이다.


1950년대 전쟁 이후로 군수 물자 트럭 한 대로 시작하여 재계 1위 '순양 그룹'을 만든 창업주이자 극 중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냉혈 하며 남을 잘 믿지 않는다. 그리고 수익성과 사업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깃발을 꽂아 승기를 잡는 사람이었다.


극 중에서 진양철의 막내아들이 진행하는 영화 사업을 하는 막내아들 진윤기에게 하는 명대사가 있다.


" 영화 그기 돈이 됩니까? 우리 순양에 도움이 됩니까?"


사진출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물론 2022년에서 그 대사를 들으면 조금 놀랄만한 대목이지만, 진양철과 진윤기가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눴던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콘텐츠 산업은 '딴따라'라고 저평가받는 시절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와닿았던 멘트는 "그기 돈이 됩니까?"라는 묵직한 대사였다.

사업가이자 한 그룹의 창업주인 진양철의 인생 전반을 엿볼 수 있는 가치관을 나타내는 대사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1. 스타트업의 뻔한 변명 : 일단, 사람을 많이 모을 거예요.


내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졌을 2014년은 한 만디로 '스타트 업하기 좋은 시절'이었다.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슬로건 아래 대규모로 스타트업 투자에 공격적이었고 그곳에서 단골 멘트가 있었다.


" 우린 유저를 많이 모을 것이고 그것으로 다음 스텝인 돈을 벌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 유니콘으로 온전히 잘 성장한 기업 하면 '카카오'말고는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저 사람(유저)만 모았던 서비스들이 즐비하고 뻔한 광고 서비스로 연명하다 사라진 서비스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양철 회장의 한마디 '사람만 모은다고 그기 돈이 됩니까?"



#2. 스타트업의 뻔한 변명 : 미래가치 및 기술적 가치에 먼저 투자해주시면 5년 안에 그 배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아마 진양철 회장이 살아있었다면, 가장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극 중에서도 진양철 회장은 먼 미래가 아닌 당장 내일이라도 수익화가 될 수 있는 구조를 원하고 돈의 융통이 명확하게 보이는 체계를 원하고 주문하였을 것이다.

대기업도 내일이면 망하는 구조적인 상황에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그저 허무맹랑하고 장밋빛 같은 이야기들은 스타트업 하기 좋은 시절에는 통하였을 것이다.


다시금 진양철 회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 미래적 가치 뭐 기술적 가치 당장 그기 돈이 됩니까?"



사진출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3. 스타트업의 뻔한 변명 : 저희 팀원들은 그 누구보다 우수하며, 기회만 주신다면 성과를 만들겠습니다


아마 진양철 회장이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고 위와 같은 답변을 들으면 의자를 뒤로 젖혀 앉으면서 피씩 웃으며 이런 질문을 할 것 같다.


" 누구는 돈 없어서 사업 못합니까? 다 누군가 차려준 밥상에서 해보라고 하면 지나가는 모지리도 얼씨구나 좋다고 뭐라도 할 끼지.. 내일 당장 돈이 되는 것을 만들어 올 수 있겠습니까?"


극 중에서도 진양철 회장은 판을 깔아주어도 제대로 경영 능력을 못 펼치는 자식들을 보고 불만족스러워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자신만의 기회를 만들고 진양철 회장을 위협하는 주인공 진도준을 지켜보며 수많은 생각과 고뇌를 하는  진양철 회장의 모습을 보면 결국, 그 돈을 벌 기회는 스스로 빌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출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어쩌면, 너무 '돈'으로 보는 진양 철을 속물적이고 탐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1950년 전후 상황으로 빠른 성장을 요구받아야 했던 세대였고 '돈이 되지 않는 것'은 당장에 '생존'에 위협을

받던 시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돈'만을 쫓고 열정을 던지던 세대들 중에서 소위 재벌이라 하는 새로운 계층이 대한민국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고 60년 만에 한강의 기적을 좋든 싫든 만들어오게 된 것이다.

( 재벌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산업화의 가속도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진양철 회장의 '그기 돈이 됩니꺼?'라는 이야기는

'그기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요?"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말은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번다고는 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는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금 진양철 회장이 여러분들을 보며 이야기한다.


" 아고 그기 돈이 됩니꺼?" "그기 인생에 도움이 됩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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