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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샤넬로 Dec 20. 2022

도준아, 사업가란 말이다

'빈 손'의 의미




어느덧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회차는 단연, 14화였을 것이다.

진양철 순양 그룹 회장이 막내 손자 진도준에게 회사의 지분도 재산도 그 어떠한 것도 물려주지 않고 단지 '빈 손' 그 자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한 내역을 전달해주었지만, 그보다 앞선 의미를 더 살펴보고자 한다)


진도준은 무척 당황하였고 그 고약한 노인네, 아니 또 다르게는 순양 그룹의 진양철 회장의 마지막을 내던지 질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였을 것이다.




도준아, 사업가는 결국, '빈 손'에서 시작하는 자세가 결국 완고함을 만든데이


극 중 드라마의 순양 그룹 자녀들은 늘 진도준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진도준을 제외한 다른 순양의 가족들은 가져본 적은 있지만 완전히 없어본 적의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어쩌면, 순양 그룹을 창립한 진양철의 젊은 날에는 순양 그룹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 더 좋은 생활 그리고 짓밟히지 않는 내 신분을 만들기 위한 집념이  젊은 날의 진양철의 빈 손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세가 훗날 진양철에게 수많은 재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빼앗기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살아온 진양철의 자식들은 젊은 날의 진양철의 간절한 마음과 자세를 모를 것이다. 왜냐? 그들은 주어진 재산에 대한 '당연함'에 젖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보이는 숫자가 다가 아니데이, 결국 ' 돈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한기지


사업가는 '돈을 버는 능력'이 중요한 자질이다. 하지만, 사업가가 돈을 '숫자'로만 보는 순간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드라마에서도 진양철의 자식들은 오직 숫자로 존재하는 '지분율'을 얼마나 어떻게 가지느냐에 급급하다.

물론, 누가 어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영권을 가져오거나 방어하는 수단이 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진양철이 늘 진도준에게 하고 싶었던 숨은 의미는 아마도 위와 같았을 것이다.

순양 그룹을 단지 지분이라는 숫자로 보고 접근하는 순간 단편적인 미래만 보고 앞밖에 보지 못하지만, 숫자가 아닌 사업가로서의 시각을 보게 된다면, 지금 가지고 있지 못한 돈이 라고 하여도 '어떻게' 판세를 내게 유리하게 만들어 다시금 그 곱절의 돈을 가져올 수 있을지 보는 시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진양철은 매 작중에서도 큰 손실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즉, 숫자 그 자체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치는 척도일 뿐 전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순양 그룹 말이다. 도준아, 현재의 가치가 아닌 미래를 볼 줄 알아야한데, 결핍 그 아있나?!


진양철 회장이 진도준에게 결국 큰 유산으로 남겨 준 것은 '결핍'이었다. 풍족함을 알고 만족함을 느끼는 사업가는 계속해서 실패하고 방어적인 자세만 유지하지만, 결핍이 늘 있고 부족함이 있는 사업가는 늘 기회와 판세를 읽으려고 하고 고난 속에서도 나만의 자리를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순양 그룹은 영원하지 않은 존재이다. 언제 어떻게 무너져내려 사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바벨탑과 같은 존재이다. 무너져 내려가는 바벨탑에서 현존하는 것을 누가 더 가지는지 못 가지는지를 볼 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진도준은 빠르게 바벨탑에서 나와 다시 진도준만의 순양 그룹을 만들고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진양철이 생전에 늘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고 초 일류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과거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업가는 역사가 되지만 쉼 없이 새로운 도전과 또 다른 생존을 고민하는 사업가는 신화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좋아하고 아꼈기 때문에....


진양철은 극 중 진도준이 순양 그룹을 승계할 수 없다면, 순양 그룹의 계열사를 하나씩 구매하여 결국 순양 그룹 전부를 다 사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진양철은 진도준의 젊은 호기에 코웃음 쳤지만, 어쩌면, 진양철은 진도준이 꼭 그렇게 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를 것이다.

진양철의 자식들은 진양철이 만들어 놓은 순양이라는 왕국에서 발전보다는 무사 안위만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였다면, 진도준에게는 그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양 철이 극 중에 진도준이 품은 그 뜻에 대해 '꼭 이루래이..."와 같이 대답하였는지도 모른다.


자신과 정말 닮은 손주 진도준, 그렇기에 단순히 휘발되는 재산이 아닌 '정신'그 자체를 물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진양철의 육신은 나이가 다해 사라지지만 그가 순양 곳곳에 남긴 정신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장사꾼이자 '사업가' 진도준이 되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풍파를 만나 진양철은 나라의 눈치를 보고 자식의 눈치를 보며 기업가로 살아왔지만, 진도준만큼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순양을 만들어 줄 것을 믿었기에 그에게는 '빈 손'의 가치를 전달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결국 진양철의 기업가 정신과 순양 그룹에 대한 애정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진도준의 행보를 다각도로 재해석할 수 있는 독특한 드라마라고 본다.

그만큼 진양철의 포스와 위압감은 작품 곳곳에 느껴졌으며, 진양철은 큰 웃음을 지으며, 결국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퇴장하였다.



" 니 혹시 미래를 볼줄 아는거 아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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