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100만 명 돌파의 의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이라 소문이 무성하였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국내 기준으로 100만 명 관람객을 돌파하였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였고 심지어 일본에서 먼저 개봉되었을 때에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작품 중에서 역대급으로 난해하고 또는 최악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관람객평도 좋지 못하였다. 일본 극장 기준으로 이번 작품은 흥행선에 조금 못 미쳤고 이번 국내 개봉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과 다르게 개봉 6일 만에 빠르게 100만 관람객을 돌파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각 극장의 박스오피스 1~2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영화를 다각도로 해석해 보고 풀이해 보는 유튜브, 틱톡 콘텐츠들도 쏟아져 나오 있는 상황이다.
감독조차 이번 작품은 나도 난해하고 불친절하며 어려운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런 이번 작품이 유난히 국내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문득 궁금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분석해 보니 답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바로 우린 한 장의 티켓값에 영화를 구매한 것이 아닌 미야자키 하야오의 삶, 지브리 스튜디오가 걸어온 스토리가 함축적으로 압축된 '의미'를 구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미라.. 정말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보이고 들릴 수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단순히 제품의 내구성이나 우수성을 넘어 가치적 소비 그리고 그 안에 무수히 규정할 수 없는 '의미'까지 잘 전달되어야 지갑을 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을 만나기까지 지브리 스튜디오는 총 13편의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흔히 '지브리 감성', '지브리 스토리라인' '지브리 분위기'와 #같은 고유한 명사와 경험들을 만들고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여느 스튜디오나 배급사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는 작품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하였고 그것을 '세계관'으로 묶으려고 많은 작품에서 시도하였다.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다양한 작품을 보게 되면 마치 어디서 본듯한 느낌과 기분을 전달하는 '오마주' 기법을 많이 차용하여 우리에게 전달을 많이 하였다.
이런 오마주 기법을 자유자재로 사용이 가능한 것도 결국 13편의 필모그래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 그리고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도 어려운 일이고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투영되는 매개체가 있어야 하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그리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정말 많다.
작품과 감독이 오래도록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대단한 일을 미야자키 하야오는 3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유지해오고 있다. 우리가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에 '의미'를 느끼는 것은 다르게 보면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서도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는 정말 영리하게 이 부분을 잘 활용한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때로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허심탄회한 속마음들을 살짝살짝 볼 수 있게 다큐멘터리 화하거나 짤막한 근황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무심한 듯 '툭'하고 던져놓는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주' 생각나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이 '자주'라는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는 더욱 치밀하고도 전략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노출시키고 전달한다.
유튜브를 통해 그의 이야기가 가공되어 전달되는 것도 제지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고객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그 위에 값을 매겨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창작하는 사람이 전달하는 '의미'는 강력하다고 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사랑받은 작품을 꼽으라 하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모모노케 히메)', '이웃집 토토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마다 '핵심 메시지'들이 꼭 한 개씩 들어 있었다.
지브리 작품 그리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은유와 비유의 하모니 작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영화를 '본다'라는 개념에서 '재해석'해서 '다시 본다'라는 의미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상업적이고 오락적 요소가 들어간 영화들은 소위 '킬링타임'으로 불리며 원초적으로 시각적으로 보는 행위만 내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은 조금 더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음미'하고 '사색'하며 보아야 더 다채로운 경험을 전달받을 수 있는 구조로 늘 우리를 찾아온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보는 행위는 영화적 관점으로 다양한 '의미'를 부여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그런 다양한 의미부여가 모여 개봉 6일 만에 100만 명 관객 돌파를 하는 의미 있는 박스오피스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다.
영화는 단순히 '보는 것'에 멈춰있으면 '흥행'으로만 판단되지만 '의미'가 더해지면 '지속적인 구매'로 전환된다고 본다. 인간은 늘 '의미' 있는 것을 가지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즐길 수 있는 구조를 원하고 요청하는 모습들을 종종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대들 어떻게 살 것 인가?'의 작품은 정말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아니 보는 순간동안 한순간이라도 방심하게 되면 내용 전체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는 구조로 우리들에게 서사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호불보가 아주 극명하게 나뉘는 것도 기존 상업영화에 익숙한 분들의 구조와 논리에서 이번 '그대들 어떻게 살 것 인가?'의 작품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게 전달된다.
그러나 100만 관람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불편함과 불친절함에서의 각자의 '의미'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것에서부터 단순히 영화 티켓 한 장의 가격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구매하는 활동으로 전환된다고 본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은 단순히 필요에 의해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경제 상황과 수준에 맞는 소비를 통해 '의미'를 구매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미'가 부여된 순간 그것은 단지 필요한 것이 아닌 '구매해야만 하는 것'으로 관점이 바뀐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단순히 영화 작품의 티켓값으로 추후 파생되는 다양한 의미가 깃든 상품들을 제안할 수 있고 쉽게 구매하는 '구조'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돈을 소비하는 것 같지만 늘 그 안에는 각자의 의미와 명분이 숨어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은 우리는 앞으로 상품 뒤에 가려진 다양한 '의미'를 찾아 나서고 발굴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더욱더 복잡해질 것이고 그만큼 소비의 패턴과 소비의 '의미'도 재정의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가인지 캠퍼스의 다양한 콘텐츠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819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2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