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두 가지 열풍이 있다. 하나는 개당 1만 원이 넘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다른 하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와 반도체 주식이다. 언뜻 보면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 두 현상은 사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쌍둥이다. 바로 '도파민'이라는 이름의 뿌리.
편의점마다 품절 사태를 빚은 두쫀쿠는 이제 두바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타이완 출신 제빵사가 한국의 두쫀쿠 열풍에 놀라 조리법을 터득했고, 정작 두바이에는 없던 '두바이 쿠키'가 현지에 '코리안 쿠키(Korean Cookie)'라는 이름으로 상륙했다.
한편 증권가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며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7만 원에서 21만 원으로, SK하이닉스는 84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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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쫀쿠 하나에는 공깃밥 두 그릇 분량의 칼로리(500~600kcal)가 들어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기꺼이 긴 줄을 섰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본전 생각에 절대 물타지 마라"는 전문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보상'과 '쾌락'을 담당한다. 두쫀쿠를 한 입 베어 물 때, 주식 계좌에 찍힌 수익률을 볼 때, 우리 뇌는 도파민을 폭발적으로 분비한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의 쾌감은 중독성이 있다.
2026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필코노미(Feel+Economy)'다. 감정이 소비를 좌우하는 변수에서, 선택에 직접 반영되는 기준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온큐레이션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소비가 감정의 출구가 되었다"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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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사라지는 중산층,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 대한민국은 지금 '적시소비(適時消費)'의 시대를 살고 있다. 내일이 불확실하니,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두쫀쿠 열풍은 벼랑 끝의 자영업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카페뿐만 아니라 국밥집, 초밥집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두쫀쿠를 '효자 품목'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주식 열풍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부자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20대 투자자의 인터뷰는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절실함을 보여준다. 도파민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연료가 되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소확행은 여유와 낭만을 추구하는 긍정적 가치였다. 그러나 2026년의 도파민 문화는 여유가 아닌 '절박함'에서 출발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시에 '도파민 디톡스'를 외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전망한 2026년 독서 트렌드에는 '의도적 쉼', '디지털 미니멀리즘', '도파민 디톡스'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세계일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출되는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도파민 디톡스를 찾는 길항 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어쩌면 2026년은 '소확행'이 재정의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1만 원짜리 쿠키와 천만 원짜리 주식 투자 사이에서, 우리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된다. 템플스테이를 가고, 디지털 기기를 끄고, 깊이 있는 사색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두쫀쿠 열풍도, 주식 광풍도 언젠가는 식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두쫀쿠 열풍이 벌써 끝물"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433608 SBS뉴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음에 올 열풍이 아니라, 우리가 왜 이토록 도파민에 목말라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도파민 공화국이 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자극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진짜 갈증을 들여다보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2026년, 소확행의 새로운 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