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당신은 하루에 몇 번이나 AI에게 말을 거는가? 불과 2년 전만 해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미래의 필수 역량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온디바이스 AI가 상용화된 지금, 채팅창에 매번 명령어를 입력하는 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AI 기술은 이제 ‘신기함’의 단계를 넘어 ‘피로감’의 단계로 진입했다. 사용자는 더 이상 똑똑한 챗봇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는(Agentic)’ 서비스를 원할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카카오의 새로운 AI, ‘카나나(Kanana)’가 가야 할 길을 모색해 본다.
[ 개념 쉽게 알기 ]
우리가 흔히 아는 AI(인공지능)는 아주아주 먼 곳에 있는 거대한 도서관(슈퍼 컴퓨터)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물어보면, 스마트폰이 인터넷을 타고 저 멀리 도서관까지 날아가서 답을 알아온다.
옛날 방식 (클라우드 AI): "어려운 숙제가 있네? 인터넷 연결해서 저 멀리 있는 척척박사님한테 물어보고 와야지! (시간이 좀 걸림, 와이파이 끊기면 못 물어봄)"
그런데 '온디바이스 AI'는 다르다!
새로운 방식 (온디바이스 AI): "어려운 숙제가 있네? 내 가방(스마트폰) 속에 숨겨둔 미니 천재 친구한테 바로 물어봐야지! (엄청 빠름, 와이파이 없어도 됨!)"
즉,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세상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내 스마트폰 기계(디바이스) 안에 쏙 들어가 살고 있는 똑똑한 AI를 말한다.
2026년의 일상을 단순히 ‘반복되는 하루의 패턴’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AI 시대의 일상은 ‘데이터의 흐름’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얻는 방식은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가장 초입부에 불과하다.
진정한 차별점은 고객의 일상 속에서 단순한 정보(Information) 전달을 넘어, 소비 패턴과 구매 결정, 잠재적 욕망을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루프(Lifestyle Loop)’를 만드는 데 있다. “맛집 찾아줘”라고 묻기 전에, 내 위치와 컨디션을 파악해 “오늘 같은 날씨엔 따뜻한 국물이 어때요?”라고 먼저 제안하는 것. 이것이 카나나가 지향해야 할 일상의 재정의다.
https://www.ai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35028
구글의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 의 사례를 가져와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들은 일상을 텍스트가 아닌 ‘시각적 맥락(Visual Context)’으로 정의했다. 사용자가 스마트 안경이나 폰 카메라로 거리를 비추면, AI가 “어, 여기 저번에 네가 맛있다고 했던 떡볶이집 근처인데, 지금 웨이팅 없대. 예약 걸까?”라고 먼저 말을 건다.
결국 2026년의 일상 서비스란,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Proactive) 그들의 시선과 위치, 소비 패턴을 읽어내고, ‘정보(Information)’가 아닌 ‘솔루션(Solution)’을 즉각 배송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카나나가 지향해야 할 ‘일상’ 역시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맛집 리스트를 줬으니 고르라고 하는 보편적 기능을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오늘 당신의 기분과 동선에는 이 식당이 정답입니다”라고 제안하고, 예약까지 마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일상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소통 욕구’를 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나나도 똑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따라야 할까? 굳이 그래야 할까?
카나나가 채팅창 밖으로 나와 소비자의 ‘무의식적 습관’을 포착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과 시간적 가치를 습관적으로 사진으로 남긴다. 이 ‘갤러리(사진첩)’야말로 데이터 마이닝의 노다지다. 사진 한 장에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결제 데이터(영수증), 공간 데이터(위치), 취향 데이터(캡처)가 함축되어 있다.
사용자가 굳이 입력하지 않아도, 온디바이스 AI가 갤러리 속 맥락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먼저 던져주는 것. 이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친근하게 획득하고 활용하느냐가 카나나의 성공을 가를 ‘킥’ 포인트가 될 것이다.
https://www.phonearena.com/news/this-is-the-most-popular-apple-intelligence-iphone-feature_id177851
[ 해외 현황 ]
Apple의 ‘Visual Intelligence’(2026년 1월, 실사용 데이터 급증)다. 팀 쿡 CEO가 2026년 1월 실적 발표에서 언급했듯, 아이폰 사용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는 화면 속 정보를 즉시 행동으로 연결하는 ‘비주얼 인텔리전스’다. 사용자가 길거리의 맛집을 카메라로 비추거나 SNS의 핫플레이스를 캡처하는 순간, AI는 해당 ‘공간 데이터’를 인식해 예약 페이지를 띄우거나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한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73730'
최근 정부의 ‘창업국가’ 선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곧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뜻이다. 카나나는 이 흐름 속에서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검증해 주는 ‘테스팅 베드(Testing Bed)’이자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다. 이제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 아니라, ‘사용자의 상황(Context)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적시에 전달하는가’이다. 친근한 인터페이스를 무기로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서포트하는 구조. 그것이 카나나가 단순한 비서를 넘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진정한 ‘메이트’로 거듭나는 길이다.
( 필자도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 많은 가설 검증을 카카오톡 테스트 배드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
https://brunch.co.kr/@cocomong1105/206
[ 추가 코멘트 ]
싱가포르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OIP)’ 운영 방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국민이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내면, AI가 이를 분석해 적합한 정부 부처나 기업 파트너를 매칭해 주고,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안에서 즉시 실험해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이 사업은 법 때문에 안 돼”라고 막는 게 아니라, “AI 시뮬레이션 돌려보니 가능성이 있네? 우리가 법을 잠시 유예해 줄 테니 6개월간 실험해 봐”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카나나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여기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플랫폼 위에서 카나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민간 주도형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나 이런 반찬 구독 서비스하고 싶은데 어때?”라고 카나나에게 툭 던지면, AI가 단순히 “좋네요”라고 답하는 게 아니라, “유사한 서비스들의 폐업률은 30%지만, 사장님 동네(위치 데이터)의 1인 가구 비율(공공 데이터)을 보니 충분히 승산이 있어요. 초기 고객 100명에게 보낼 설문지 초안을 제가 짜드릴까요?”라고 ‘액션’ 해야 한다.
정보 접근성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 중요한 건 ‘정보의 양’이 아니다. 내 머릿속의 막연한 상상을 현실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해 주는 ‘검증의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