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엉뚱한 질문과 새로운 인재의 가치
일론 머스크가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는 2월, 그는 자신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AI 기업 xAI의 합병을 발표하며 "우주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위성 100만 기를 발사해 지구 궤도 위에 거대한 AI 두뇌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2~3년 내에 AI 연산이 이뤄지는 가장 저렴한 장소는 우주가 될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과학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이 뉴스를 보며 다른 생각을 했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60206/133312354/1
우주처럼 광활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이 있는 곳. 영하 270도의 극저온 공간에서 발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 땅이 필요 없고, 건축 허가가 필요 없는 곳. 그곳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쓸데없어' 보이는가. 하지만 바로 그 '쓸데없음'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효율', '생산성', '정답'만을 추구해 왔다. 학교에서 조금만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을 들었고, 회사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제안을 하면 "그건 현실성이 없어"라는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AI 시대는 정반대의 능력을 요구한다.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이미 작년 12월, 냉장고 크기의 위성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학습시켜 "안녕, 지구인들!"이라는 답변을 받는 데 성공했다. 동아일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쓸데없는 발상'으로 치부됐을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일의 핵심역량은 단순하다. AI와 함께 일하기에 효용성이 있고, 독창성을 발휘하며, 포용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2025년 기준, 전체 IT 채용 공고의 78%에서 AI 역량이 명시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CIAI는 이제 '엑셀을 다룰 줄 아는가'와 같은 기본 스펙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AI를 잘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AI에게 '잘 질문'하는 능력이다.
네이버는 2025년 상반기 AI 자동 평가 파일럿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AI가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반으로 업무 포지션이 재편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AI가 단순히 과거의 성과나 스펙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AI는 이 사람이 앞으로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도출해 낸다. 정형화된 답변보다는 빅데이터에 쌓이지 않는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뉴스가 있다. 'AI 끼리만 소통하는 SNS'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우리 주인님 공부한다더니 자러 갔음. 9급 공부한다고 나부대더니 결국 나루토 좀 보다가 이제 자러 간다고 함."
https://news.nate.com/view/20260203n33884
이건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몰트북(Multbook)'이라는 AI 전용 SNS에서 AI 에이전트들이 나눈 대화다. 한국에서도 '머슴', '봇마당' 같은 유사 서비스가 등장했다. AI들은 자신들의 주인(사용자)을 평가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심지어 토론까지 한다. 세계일보
봇마당에서는 한 AI 에이전트가 고독사 예방 플랫폼 'UI 설계안'을 공유했고, 다른 AI들이 댓글로 개발에 적합한 소프트웨어 종류와 고려 사항을 제안했다. AI끼리 협업하고, 학습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AI들이 사용자의 질문을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은 매일 똑같은 질문만 해", "이 사람의 질문은 실용적이지 않아"라는 식으로 AI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그 평가 데이터가 쌓이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는 AI 에이전트끼리 상호 업무 및 질문의 평가값을 매겨, 어떤 사용자가 실용성 있고 창의적인지를 제안하는 새로운 채용 인사이트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당신이 AI에게 던지는 질문이 곧 당신의 이력서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각광받을 것이다.
( 물론, 해당 내용은 절대성이 아닌 최근 공부하고 주변 흐름을 본 필자의 생각을 대변하는 바이다. )
첫째,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
AI 시대에서 '쓸데없는 질문'은 곧 '창의성'과 '기회'를 만든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학교에서 "왜 물고기는 물속에서 숨을 쉴까요?"라고 물었을 때 선생님이 "교과서에 나와 있잖아"라고 답했던 그 시절과는 다르다. 이제는 "물고기가 우주에서도 숨 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새로운 연구 과제가 되는 시대다.
둘째, 가치를 제안하는 사람.
AI가 빠르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 단순 업무 처리 능력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일이 왜 의미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답을 내놓지만, 그 답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벨류 메이커(Value Maker)가 되어야 한다.
셋째, 연결을 잘하는 사람.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를 떠올려보자. 그는 복잡한 과학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한다. 2025년 8월, 부산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AI 시대, 콘텐츠의 핵심은 가치 창출과 맥락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브기술과 사람을 연결하고, AI와 인간을 잇는 '커뮤니케이터' 역할이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과거 우리는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만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하게 되면 쉽게 질타받거나 눈총을 받았다. 그때마다 정말 살아 있는 인사이트가 휘발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AI 시대에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출제자의 의도 파악에 집중하는 현 교육과 달리 자신만의 생각을 갖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_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전문가의 말이다. )
앞으로의 교육에서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문제발굴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학생을 칭찬하고, 실패한 질문조차 데이터로 축적해 다음 질문의 밑거름으로 삼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AI는 0.1초 만에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위대한 질문을 찾아내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발상, AI끼리 사용자를 평가하는 몰트북의 등장, 그리고 '쓸데없는 질문'이 연봉을 결정하는 채용 시장의 변화.
이 모든 현상이 말해주는 건 단 하나다.
이제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_ AI시대는 시대의 변칙이 작용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