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세상이 정말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것이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도 될 수 있고 그리고 우리의 삶의 전반의 변화가 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쉼 없이 그 속도와 변화에 맞춰 다양하게 삶의 형태를 유지해오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우린 문득 그 빠름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고 변화하는 그 중심에 나는 어떤 존재인가?"
속도가 빠르고 변화가 다양한 만큼 우리의 가치도 쉽게 변질되고 빠르게 대체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모르게 상처 받고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옛날을 추억하고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모든 게 불편하였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도 내가 쉽게 대체되거나 지워지지 않았던, 그 순간들을..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 세대가 먼 과거가 아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금 '레트로' 또는 '복고', '90년대생의 어린 시절'로 향유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 다변화되는 시대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사용하였던 플로피 디스켓이 USB로 대체되어가고 MP3에서 아이팟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어갔으며, 야후 꾸러기를 사용하던 나는 어느새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늘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 6시 SBS 방송에서 방영되는 '포켓몬스터'를 시청하며,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즐겨보는 낙에 살았으며, 지나가는 시간을 보며 '아, 학원 가기 싫은데'라는 푸념을 늘어놓았던 모습들이 아른아른거린다.
지금의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희망이 있었다'라는 작은 소중함이었다. 내가 즐겨보는 포켓몬스터에서 주인공 지우는 피카추라는 포켓몬을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도전하기도 하며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성장'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었다. 우리도 도전하고 실패할지 언정 끝까지 부딪히면 '성장'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세대에 포켓몬스터는 단순한 만화영화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빨리 변화고 그만큼 사람도 쉽게 대체되어가면서 우리가 주인공 지우에게 영향을 받았던 긍정적인 메시지들은 점점 옅어져 갔으며, '희망이 있었다'는 '그땐 희망이라도 있었다'로 바뀌어 갔다.
실패를 한 사람들을 소위 '루저'라고 규정짓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다시금 포켓몬스터 주인공 지우가 우리에게 알려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마음은 더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환경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서 우린 우리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는데 우리 주변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매체 그리고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쓰러져도 그곳에서 끝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너무 앞만 보고 속도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그런 존재들이 사려버린 삶의 연속을 살 아자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온정을 나눠주는 것이 무섭고 불신이 된 사회.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면 그것이 연민과 값싼 동정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사회.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통용되지 않고 잘 태어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사회.
적어도 우리가 좋아했던 포켓몬스터에는 악한 일은 하는 사람은 벌을 받고 선의를 실천하는 주인공은 성장과 동료 그리고 응원을 받는다는 정말 간단하고 강력한 진리가 더 이상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우가 피카추를 데리고 다른 포켓몬과 싸우는 것은 그들이 더 월등히 뛰어남을 증명하고 싶어서가 아닌 자신들에게 매일 도전해오는 성장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며, 싸움이 끝나면 그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며 또 다른 동료의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포켓몬스터 만화영화가 끝나고 매번 들렸던 주제곡 중 한 부분의 가사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
4차 산업 혁명을 살아가는 우리는 정말 서로 생긴 모습 그리고 처한 상황, 출신이 달라도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모두 친구라고 했을 때 '맞아'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지나친 경쟁과 속도를 부추기는 냉정한 사회 앞에서 감수성 풍부한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동기부여를 주었던 '지우'를 그리워하며, 그때의 시대와 시간을 그리워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강요받았으며 자기주장 발표를 강조하였던 교육을 받은 우리 세대는 어느덧 사회에 나왔는데
자기주장만 강하다, 배려심이 없다, 엉뚱한 생각만 한다, 네가 사장이야?!라는 상처 받는 말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받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어른들이 하라는 데로 교육을 받았고 그런 인재가 되었는데 욕을 먹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래서 우리는 더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어루만져주었던 포켓몬스터, 디지몬 어드벤처와 같은 추억의 만화를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피캬츄, 파이리, 꼬부기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