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사랑스러운 나의 스무살 친구들-새내기들의 연애멘토가 된 사연
"언니는 제가 중학교때부터 남자친구랑 만난거네요? 와"
스무살짜리 한의대 동기들에게 5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자, 돌아온 반응이다. 또래 주변친구들 사이에서 '5년 연애'란, 길다면 길지만 '깜짝' 놀랄정도 긴편은 또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11년 이상 사귀고 결혼한 친구도 있으니말이다.
스무살 친구들과 나의 시계는 다르다. 5년이라는 세월은, 이들에겐 무려 인생의 사분의 일이다! 난 3년 전이든, 5년 전이든 똑같이 일을 하고 있던 기억뿐인데, 스무살 친구들에게 3년전은 고등학생 시절이고, 5년전은 중학생 때다. 이 세월은, 중2병 걸린 아이가 어엿한 대학생이 될 수 있는 어머어마한 시간이라는 말이다.
'5년 연애' 타이틀 때문에, 스무살들 눈엔 내가 연애고수로 보였던걸까. 어쩌다보니 '연애상담을 잘해주는 든든한 언니'가 됐다. 요즘엔 고등학생들도 연애를 많이해서 일까. 스무살인데 자신이 '모태솔로'라며 한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30대에도 모솔인 내 친구이야기를 꺼내며 위로해줬다.
스무살, 스물한 살이면 미팅과 소개팅에 제일 관심이 많을 나이다. 동기들 전체 단톡방에선 "S대랑 미팅하실 남자학우분 3명 구해요. 갠톡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그러면 5분도 안돼서 "마감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연이어 올라온다. 내가 스무살 시절엔 카톡이 없었던지라, 미팅을 주선하는 방식이 꽤나 달라졌다는걸 알게 됐다.
나도 '4수한 장수생 언니'정도로 속여서 3:3 미팅에 껴볼 생각이었지만, 실행에 차마 옮기진 못했다. 대신 동기들이 미팅을 나갈 때 열심히 질문을 받아줬다.
"미팅 나갈 때 어떤 옷 입어야돼요?"
"카톡 답장이 너무 느린데, 이거 관심 없는 걸까요"
고백하자면, 또래들에 비해 연애를 많이 해본 편은 아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아찔한 소개팅>, 비교적 최근엔 <환승연애>, <나는솔로>등 연애프로그램을 죄다 챙겨봤고, 보고 들은 친구들의 별별 연애 스토리가 많을 뿐. 이런 짬을 바탕으로 내맘대로 연애조언을 했다. 그래도 스무살 친구들은 “우와” “언니 진짜 고마워요”하고 들어줬다. 또, 묻지도 않았는데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나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기도 했다.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과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30대들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소위 말하는 '조건'에 대한 것들이다.
"야, 이번에 소개팅 나가는데 그 사람 연봉이 XX이래"
"A는 최근에 결혼하면서 N억을 썼다는데, 꽃값만 연봉이상이었을걸"
또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조건을 제일 중시하는 '결정사'등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이상한 건 아니다. 누구나 좋은 환경, 더 나은 직업을 가진 사람과 만나고 싶어하는건 당연하다. 다만, 지나치게 사람을 조건화하다보면 마냥 유쾌하지 않을뿐이다.
스무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20대 안에는 꼭 결혼을 하고 싶어요" 라거나 "다음 미팅때는 연예인 000를 닮은 사람이 나오면 좋어요" 등 희망찬 내용들로 가득찬다. 한마디로 '세상의 떼'를 덜 묻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무살 짜리 동기들의 진짜 속마음은 알 수 없어도, 그들은 꽤나 나의 연애상담에 만족해 했다.(부디 나만의 착각이 아니길!) 물론, 나도 그 시간이 행복했다. 그들과의 이야기가 좋았던건 아무래도, 현실적인 고민들을 잠시나마 잊고 스무살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일거다. 가끔은 나도 그들의 질문 앞에서, 함께 스무 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