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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테레 May 25. 2018

13. 너한테 편지왔어!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13.


한껏 무기력하던 어느 날, 홈스테이 아주머니께서 나를 부른다.


"코코테레~ 너한테 편지왔어~!"


완전 반가운 소리!

이제부터 내 하루가 달라진다. 열일 제치고 후다닥 내려가 소중한 편지 한 통을 받아든다, 상이라도 받은 마냥. 아주머니는 그렇게 좋으냐며 웃으신다. 내 방으로 들어와 조심히 봉투를 뜯고 한 자 한 자 꼼꼼히 몇 번을 다시 읽는다.


보통 편지가 오는 날은 운수 대통한 날과 흡사했다. 편지 받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고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 외로웠던게지... 부모 그늘 떠나면 고생이라고 듣긴 했지만 이런 맘고생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한국에서는 과식하지 않고 고칼로리 음식은 체질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에 온 후로는 식성도 바뀌고 먹는 양도 늘었다. 물론 식성의 변화는 주변환경이 바뀌니 당연할 수도 있다. 먹는 양이 는 것은 순전히 정신적인 이유인 것 같다.

출처: Taste of Cinema

처음 캐나다 유학길에 오를 때, 난 다 컸고 성인이고 이제껏 받은 사랑과 관심도 넘쳐흐르니 가족들 없는 타지 외국생활도 야무지게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유학생활을 시작하니 항상 뭔가 허하고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 같이 꽉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것을 음식으로 채우려 했던 것 같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고 채워지지 않으니 계속 먹게 되고 자연히 식사량도 늘고 체중도 늘고 ㅎㅎㅎ


당시에는 왜 항상 허기질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저 캐나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열량보충의 개념이라고 넘겼었다. 타지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큰 일이었다고 깨달은 것은 한참 후였다. 아무리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맛있는것을 먹어도 그때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기분이 급격히 하락하고 주변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잠깐이지만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죽어도 아무도 모를 수도 있겠다. 나중에 곱씹어보니 사실은 그때 내가 외로움에 사무쳤던 것 같다.

출처: The Guardian

그래서 편지오면 그렇게 좋아서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나보다. 지금이야 SNS가 있으니 언제든 누구든 문자도 하고 사진도 보내고 통화도 하지만 그때는 손편지로 연락하고 비싼 국제전화를 해야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군대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내 펜팔친구들은 대부분 군대간 친구들이었다. 그들도 편지가 고팠고 나도 그랬으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다고나 할까.

출처: SickNotWeak

자신이 우울한지 모르는 것이 제일 위험한 우울증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순간 뒷목이 쌔~했었다. 나도 내가 혼자인게 괜찮은 줄 알았고 난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한참 지난 후, 유학 초반부터 나를 쭉 봐온 지인이 내가 유학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쯤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널 보면 불안불안했었어.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내가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날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마조마했던 모양이다. 괜찮아 보이지 않아 걱정했던 것이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출처: News Home


이제 현대인들에게 외로움은 필수품처럼 되어 도움받을 기회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돌파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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