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하루는 홈스테이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넌 담배 안 피우잖아, 그렇지?"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하며 대답했다. 홈스테이 들어오기 전에 몇 가지 조건들이 붙는다. 홈스테이를 구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런 홈스테이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전하지만 홈스테이를 받는 집에서도 이것만큼은 지켜달라고 조건을 제시한다.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집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 혹은 비흡연자 원함, 집에서 파티하지 않기, 각자 세탁물은 각자가 한다 등등 집에 해롭거나 가족들의 일상을 일그러뜨리지 않는 조건들이다.
두 번째 홈스테이를 들어올 땐, 학교를 통해서 구한 홈스테이가 아닌 그냥 물어물어 지인들을 통해서 들어온 집이라 이런 과정이 공식적인 계약서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확인 차원에서 나에게 질문한 것인가 여러 생각을 하던 중, 불현듯이 생각난 것이 있었다. 부정 의문문! 마침 오늘 학교에서도 공부했던 부분이었다.
아주머니의 질문은 정확히 이러했다.
"You don't smoke, do you?"
나의 대답은 정. 확. 히. 이러했다.
"Yes."
아뿔싸.
난 한국어로 직역해서 대답했던 것이다. 부정 의문문의 대답은 한국과는 반대라는 것을 하필 밤 11시 30분에 깨달았던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라고 강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부정 의문문, 어려울 것 없어. 아니면 아니다, 기면 기다 라고 대답하면 돼. 아니면 No, 그러면 Yes."
고로, 나의 대답은 담배를 안 피우니까 No 였어야 했다. 허나, 난 환하게 웃으며 '응, 나 담배 피워'라고 대답한 꼴이 됐다.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주머니 얼굴도 이제 이해가 됐다.
그날 밤, 빨리 해명하고 싶은 맘에 안절부절 잠을 설쳤다. 내가 담배 피우는 줄 알고 집의 규칙을 어겼다고 생각해서 나보고 나가라고 하면 어쩌지, 담배 안 피운다고 들었는데 태연하게 웃으며 면전에서 핀다고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으면 어쩌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커피를 드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주머니에게 굿모닝 인사도 생략한 채 어제의 일을 해명하기 시작했다. 한국이랑 반대라서 내가 착각했다고, 학교에서 배웠는데도 깜빡하고 대답한 거라고.
아주머니는 놀란 얼굴로 내 서툰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다 듣더니 활짝 웃으시며 나를 진정시켰다.
"그럴 줄 알았어."
처음에는 잠깐 혼동하셨지만 아니라는 말을 한 것이겠구나 짐작하셨다고 한다. 갑자기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숨도 고르지 않고 이야기하는 날 보고 되려 밤새 큰일이 났나 걱정했다고 하셨다. ㅎㅎ 나 너무 오버했구나. 어제는 친구를 만나고 왔는데 그 친구 아들의 몸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그것이 담배 많이 펴서 그런 거라고 한참 친구분과 수다 떨고 집에 왔는데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나였고 그냥 물어본 말이라고 하셨다.
내가 십 년 감수했다고요! 간이 콩알만 해져서 하룻밤이 1년 같았다고요!
덕분에 절대 까먹지 않는다, 부정 의문문!
아니면 아닌기다! 아니면 무조건 No! 질문이 부정문이든 아니든 무조건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