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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Nov 18. 2021

니라람바사르반가아사나

터져나오는 고름을 흘려보내며,

오늘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어서 허리와 어깨가 묵직했다. 밀린 글을 쓰고 유튜브 구상을 하고 사진 편집도 했으며 오래 돌아다녀서 발목까지 고단한 하루였다.


저녁 7시 수업 전 회원님들이 오시기 30분 쯤 일찍 요가원에 도착해서 몸이 원하는대로 몸을 움직여본다.


사르반가아사나, 할라사나... 반복하다 니라람바사르반가아사나로 연결해본다.


사르반가아사나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다. 사지를 거꾸로 뒤집어 하늘로 쭉 뻗어보는 경험, 몸통 전체를 뻗어내는 힘과


니라람바사르반가아사나,
nir-alamba 지지대 버팀대가 없는, sarva=모든, 전체의, 완벽한 anga=몸, 사지
지지대 없이 몸을 쭉 뻗는 자세,


어정쩡하게 팔을 뻗고 있었군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기 자신의 리얼리티를 글로 옮기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지대가 필요한 것이다.

요가 아사나에는 거꾸로 뒤집어지거나 최소한의 지점만 땅과 만나 손발을 허공으로 쭉쭉 뻗는 많은 동작들이 있다. 최소한의 지지대로 자유로이 숨 쉴 수 있으려면 중심점의 에너지가 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내 중심이 어디인지도 잘 알아야한다. 최소한의 안전지대에서 자유로이 뻗어내는 공간 속에 가만히 존재하면서 숨을 쉰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 안전하지 않았음을 자주 깨닫는다. 그 동안의 짧은 인생 경험에도 제법 다사다난하게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이 정도는 지켜지겠지하던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과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난 혐오와 분노의 에너지는 나의 막연한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가 깨닫게 했다.
마음이 괴로운 나날들,

혐오는 고름같다. 터져나오는 고름을 무시하고 봉합해봤자 또 다시 곪아터져버리겠지. 쏟아지는 혐오와 혐오범죄 속에서 나는 주로 안전을 위협받는 대상이라 스스로 느끼기에 무기력해졌다가 분노했다가 책임감을 느끼기를 반복한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은 바이러스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터져나오는 고름과도 같은 것들을 봉합한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살 수 없다는 뜻 이기도 하다. 터져나오는 고름을 걷어내고 새 살이 차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져도 바르게 뻗어낼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지금의 피로도 아픔도 언젠가는 숨을 쉬는 한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늘 매트 위에서 느낀 점

아헹가 선생님의 니라람바사르반가아사나


2020년 06월의 어느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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