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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a Feb 20. 2022

에두름의 기록




01.

서점을 걷는 걸음걸이를 좋아한다. 뒤꿈치부터 시작되는 걸음. 사유와 산책 그 사이의 걸음.




02. 

옆에 잠든 사람의 편지를 썼다. 뒤척일 때마다 편지지를 책 밑에 숨겼다. 처음 편지의 소리를 크게 들었다. 마음을 써 내려가는 소리, 바스락 편지봉투 소리, 편지지를 접는 소리. 편지의 소리가 이렇게 선명했구나.




03.

여자의 다정함이 좋다. 섬세함이, 예민함이, 유약함이, 따뜻함이.




04.

거의 모든 행복은 일상에서 오고 거의 모든 불행은 기대에서 오는듯했다.




05. 

내가 너의 다섯 배쯤 될까. 아니 한 열 배쯤 되어 보인다. 가끔 이렇게 작은 너한테 기댄다. 

고요한 숨소리가, 솜털이, 고소한 냄새가 어떤 큰 것보다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몸도 작아서 목숨도 작은 걸까. 




06.

편지를 쓰는 건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 마음을 꺼내는 일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몰랐던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마구 떠올라서 부유한다. 

꺼내진 마음을 잘 편지에 담는다. 닫는다. 그리고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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