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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a Apr 24. 2022

1984

조지 오웰





책을 넘기며 마지막은 윈스턴이,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뒤엎기를, 영원하리라 믿는 권력을 부셔주길 바랬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윈스턴은, 하나의 개인은 굴복했다. 항쟁이 아닌 항복을 선택했고, 사랑을 배반하고, 독재자를 사랑했다. 그리고 '깨끗한' 정신으로 총살을 기다린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만든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간혹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그렇게 가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를 만든다감시자는 또 다른 감시자를 만들고, 독재는 또 다른 독재를 부른다.


국가라는 가해자는 독재의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통제하면서도 또 다른 독재자들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혁명을 주장하는 사람만이 피해자로 남고, 국가에 희생하는 많은 피해자들은 모순적이게도 가해자로 남는다. 하지만 국가에게 이단자는 완성된 사회의 얼룩이다. 이단자에게 유일한 희망은 완벽한 사회에 한 점의 얼룩이라도 남기는 것이며, 국가의 유일한 목표는 그 얼룩마저 지우는 일이다. 


조지 오웰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절대적인 실패를 눈앞에 둔 채 글을 써 내려갔다. 일 년 전에 아내를 잃고, 자신마저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만약 그가 건강한 상태에서 글을 썼다면 마지막은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 아닌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기록될 수 있었을까.


<1984>이 출간된 1949년, 당시 미래의 모습으로 비춰지던 1984년으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현재, 우리는 언어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문화와 예술 그리고 과학이 존재하고, 섹스나 쾌락적인 행위에 억압받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웰의 경고는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일까. 




사상죄는 죽음을 수반하는 게 아니다. 사상죄는 죽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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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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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아닌 무차별적인 단순한 욕망,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동물적 본능, 이런 것들이야말로 당을 산산이 부서뜨릴 수 있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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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람들이 언제나 정력으로 똘똘 뭉쳐 있기를 원해요. 행진을 하고,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드는 것들은 모두 섹스의 변종일 뿐이에요. 행복감을 느끼면 뭣 하러 '빅 브라더'나 '삼 년 계획"이나 "이 분 증오"나 그 밖의 썩어 빠진 그들의 의식에 그처럼 열을 올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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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다음에 100이란 숫자가 오듯, 공포 다음에는 예정된 죽음이 온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연기시킬 수는 있다. 반면에 이따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위로 앞당길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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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납득하지 못할뿐더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적인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 파괴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무지로 인해 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아무것이나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는데, 그래도 탈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곡식의 낱알이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창자를 거쳐 그대로 나오는 경우처럼 뒤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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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어요. 그들은 당신이 무엇이든 말하게끔 할 수는 있지만, 믿게는 할 수 없어요. 당신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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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전쟁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지 않으면서 공산품을 완전히 소모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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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책이란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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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똑같은 것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십억의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증오와 거짓의 벽으로 유리되어 있지만, 그리고 이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지만 저마다 가슴과 배와 근육에 언젠가 이 세계를 뒤집어엎을 힘을 기르고 있다. 만약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무산계급인 노동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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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그가 힘없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윈스턴?" 

"당신이 방금 말한 그런 세계를 당신들은 만들 수 없단 말입니다. 그건 꿈에 불과합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지?"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결코 지탱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붕괴될 겁니다. 그런 문명은 저절로 파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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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적인 사상은 영원히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벌을 받지도, 회개를 강요당하지도 않으리라. 결국 그들의 완벽성에 하나의 구멍이 뚫리는 셈인데, 마지막까지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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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명칭을 약어화하면, 그 명칭이 지녔던 연상적 의미가 거의 제거됨으로써 뜻이 한정되고 미묘하게 바꾸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1984 - 조지 오웰> 22.03.31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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