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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a Apr 06. 2022

사진가의 길

케이채





"오직 사진을 위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카메라를  손잡이 삼아 꽉 붙들며 버티고 서 있었더니, 이 작업은 '지구 조각'이 되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담아내는 사진이 지구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어 붙여준 이름입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아서 퍼즐을 맞추듯, 저만의 지구를 완성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나는 내 사진을 '시선 조각'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다. 나에게 사진은 풍경을 담는 일이기도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의 시선을 담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담아두면 그것이 언젠간 모여 지구를 모두 담듯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오롯이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각자가 찍은 사진을 함께 보는 일은 항상 새롭다. 같은 곳에서 찍어도 구도와 각도, 찍혀있는 대상도 다르다. 누구는 서로의 모습을 담고, 누구는 하늘이나 지나가던 고양이를 담고, 누구는 처음 보는 풍경을 찍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여행을 하면 각자의 기억이 다르듯 카메라에 담아오는 사진도 다르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책장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취미와 취향을 갖고 있는지, 요즘에는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슬쩍 훔쳐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의 시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찍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선으로 잠시나마 세상을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남의 사진이 쏟아지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사실 남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남의 서재를 둘러보는 것처럼 은밀한 일이다.




사진은 기록이 아니라 표현입니다. 사진을 찍는 것, 사진을 보는 것. 그 모든 시작은 이 한 가지를 먼저 깨닫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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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게 우연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삶의 흐름 속에서 아주 짧은 순간 조화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이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 다시 반복할 수 없는, 사라져 버린 순간이기에 더 아름다운 것입니다. 제게는 이것이 사진의 정수입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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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그렇습니다. 똑같은 풍경을 매일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만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우리의 시선이 넓어지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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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는 영원을 위해 순간을 포기하는 사람이다.



<사진가의 길 - 케이채> 22.04.01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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