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주쿠에서 아오야마까지
참 관심도 없던 나라다. 그런데 책 지적자본론에서 시작되어 바닷마을 다이어리, 앙으로 이어진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은 근 한 달만에 급히 증가하고 있던 찰나에 어떻게 하다보니...어느 금요일 새벽 짜잔. 나는 새벽 올림픽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쿄행 8:00 비행기 탑승!
내게 도쿄는 그냥 도쿄였다. 대학교 때 한 번 갔을 때는 그냥 큰 도시란 생각 뿐이었고 재작년 출장 때는 그저 피곤한 곳 더운 곳이었다. 아. 출장 때 아오야마 근처에서의 에스프레소 한 잔이 강렬하긴 했다. 그리고 높은 건물에서 바라볼 때 시내 군데 군데 보이는 농구 코트들을 보며 역시 취미 강국이란 생각 뿐...
이번 도쿄여행 때는 한 번 천천히 느껴보고 싶었다. 20년의 긴 불황 끝을 넘어 다시금 꿈틀거리는 힘이 무엇인지, 저런 밋밋한 듯 보이지만 결코 힘없이 끝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저력은 무엇에서 비롯이 되는지.
실상 그 곳에 살지 않는 이상 사실 모른다. 그래서 그냥 다녀보기로 한다. 뚜벅이처럼. 아마도 여행 후에도 모를 것이다 3일 동안 그저 눈에 담았다. 일단 이번 여행은 힙하다는 아오야마, 다이칸야마부터!
시부야에서 하라주쿠까지 걷고 다시 오모테산도 힐을 지나 아오야마까지 한나절을 보내며 한 가지 느낀 것은.
왜 같은 아디다스인데...매장 컨셉 구성, 디스플레이가 모두 다르냐는 것이다. 편집샵의 개념이 유럽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강한 만큼 그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 조차 지역마다 특색있는 컨셉의 매장 구성은 놀랍기도 했다.
이게 무슨 운동화 가게이지? 하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컨버스 브랜드 스토어... "White Atelier" 똑같은 물건 인데 화이트 라인의 윈도우 전면 배치 뿐 아니라 컨버스 화이트닝 관리 제품까지 꼼꼼히 판매하는 매장에서 본의 아니게 난 왜 배신감을 느끼는지. 매장은 인터넷 매장처럼 단순 진열이 아니라 고객을 향한 직접적이고 열정적인 유혹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실천하고 있었다.
크로스핏 박스도 우리 나라는 다 숨어있는데배틀 클럽은 또 무엇인 걸까.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센스와 매장의 기획력이 어우러진 하라주쿠의 캣스트릿은 나 처럼 도쿄 무뇌아 여행자는 느껴볼만한 신선함인 듯 했다.
한가지 더 재밌었던 포인트는 꽃중년이었다. 예전부터 그랬다지만 유독 일본은 지금 꽃중년 소위 불황을 뚫고 경제적 여유를 지닌 중년들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멋을 부리고 문화를 향유하는 주요 소비자층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의 선두주자라고 할만큼.
생각보다 내눈으로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 어색하지 않게 자신의 개성과 유행을 적절하 섞어 멋을 내고 다니는 꽃중년들을 본 순간 얼마나 일본 패션 시장의 소비자층이 두터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나라도 과연 꽃중년 현상이 점점 확산될지..
꽤 유명하다는 스트리모 카페에서도 꽃중년이 잠식하고 있었다)
하라주쿠에서 아오야마로 넘어가는 길 다양한 샵들을 구경하고서 드디어 이 곳에서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Commune 246
이 곳은 다양한 청년 사업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작은 공간에 푸드트럭 스타일의 음식이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블루보틀 지점도 가까이 있고 꽤 유명하다는 Shozo Coffee도 가까이 있다. 커피는 마셨으니 블루문 생맥 한잔으로 부은 발을 잠시 가라 앉힌다.
이 곳 역시 젊은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라 도쿄에 사는 외국인들의 아지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경리단길의 기운이 조큼 베어나온다.
미치도록 깨끗한 도로에.
센스 번뜩이는 매장과 힙한 스트릿 패션의 소유자들. 분명 이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만, 일단 겉모습만 훑고난 후의 얕은 감상은 일단 잘 가꾸었다는 것이다. 남을 위한 과도한 배려가 섞여있기도 하겠지만 일단은 매장 주인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뻔한 것을 조금은 비틀고 "센스"를 하나 더하는 능력이 꽤 뛰어나 보였다. 분명히 많이 본 것 같긴 한데 더 잘 보여주기 위해 한 번 더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그런 센스. 도쿄에 대한 점수가 너무 후했나? 아무래도 너무 무관심했어서 더 후한지도 모르겠다.
#첫 포스팅 마무리 전 에필로그
논베이요코쵸의 사시미는 끝없이 젓가락질을 호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