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캐태콜비츠
여행을 할 때 대형 박물관보다는 작은 미술관은 한 번씩 찾아가곤 한다. 혹은 예술가의 집이나..
미술에 큰 관심이나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미술관 안에서의 분위기가 좋아서이다.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조용한 공간이자 산만한 마음도 왠지 모르게 진중하게 가다듬어야 하는 공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예술가의 삶, 특히 미술 작가의 삶을 보면 비극적인 경우가 더 많다보니 작품들을 보다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캐태콜비츠 박물관도 그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풍기고 있다. 늘 노동자의 편에 서던 그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베를린에서 가장 럭셔리한 동네의 한적하고 분위기 멋진 거리에 박물관이 있다.
가족들이 쇼핑하는 대신 아빠랑 둘이서 오랜만에 얘기도 하며 박물관에 들어섰다.
결혼 후 자신이 목격한 억압당하는 노동자의 괴로움을 작품으로 표현해내면서 그녀의 활동은 시작되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배고픔에 살기 조차 어려운 노동자의 아이들의 비침한 삶이 주로 그려진다. 그리고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큰 아들과 손자를 각각 잃은 슬픔이 있는 만큼 피에타 상 조각을 남기기도 했고 그 외 모성애적인 많은 스케치나 판화 연작이 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녀는 사회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이라고도 한다. 엥겔스 사상에 도취되어 노동자를 바라보게 되었고 전쟁과 가난 속에 정말 인간보다 못한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림들을 보다보면 그 먹먹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모두 4층 정도의 작은 박물관을 보는 데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사람들도 붐비지 않아서 와닿지 않는 대형 박물관보다는 훨씬 나에겐 의미있는 곳이었고 베를린에서 가장 마음도 시간도 여유로웠던 순간이다. 처음으로 아빠랑 이런 저런 얘기하며 돌아다닐 수 있어서 여행 동안 이런 저런 일들로 스트레스 받을 일 많았던 아빠도 편안해보여서 좋았다.
박물관 위치가 좋았던 것은 바로 옆에 문학의 집, Literature Haus 가 있는데 정원에 정말 멋진 테라스 카페가 있다. 날씨 좋은 가을 오후에 마셨던 베를리너는 정말 굿굿굿이었다. (아빠가 자꾸 설정샷을 요구해서 부끄럽긴 했지만...)
여행지에서 뭔가 땡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번 베를린에서는 바로 이곳. 이날 오후에 그 느낌이 다행히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