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시작한 여행
14시간 무릎이 끊길 것 같은 상태에서 겨우 한인택시를 잡아타고 맨하탄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본 스카이라인은 굉장히 웅장한 느낌이었다.
낮은 건물들 너머 갑자기 우뚝 선 빌딩들이 밀집한 도시. 궁금했다. 그 안을 거닐 때 내 느낌은 어떨런지.
이번 여행의 대부분은 에어비앤비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일단 첫번째 숙소는 안전하게 어퍼이스트사이드로 정했다. 무엇보다 안전제일주의라 되도록 안전하고 조용한 동네를 골랐고 센트럴 파크에서 가까운 것도 맘에 들었다.
첫번째 집~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 퀄리티가 별로라 불안했는데 해도 잘 들어오고 침대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진짜 주인이 살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먼지고 없고 온기가 있고 잘 정리된 집이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안뜰이 참 예뻤다.
짐도 푼 김에 낮잠을 늘어지게 두 시간인가 내리 잤다. 어렸을 때라면 아마 옷갈아입고 바로 나갔을텐데 일정도 넉넉하기도 해서 푹 쉬었다.
그렇게 푹 자고 본 뉴욕은 참으로 생동감이 넘쳤다. 물론 지저분하기도 하고 복잡하고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섞여 거리마다 빽빽한 인구밀도를 자랑했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단순한 도로 구성 때문이었다. 가로 세오 바둑판처럼 잘 짜여진 덕분에 앞을 가는 사람은 우왕좌왕할 것도 없었고 건물도 줄 맞춰서 질서 정연하게 지어져 있었다. 일방통행도 한 요소인 듯 하다. 차가 한 쪽에서만 오다보니 뭔가 덜 정신없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의 규칙과 일관된 벽돌 색깔 등의 도시 디자인이 번잡하지만 혼란스럽지는 않은 색을 갖추고 있었다.
엄청나게 높은 빌딩숲 도시인데 지평선이 보이다니 그것 또한 신기했다. 운이 좋다면 구 사이로
해가 뜨거나 지는 광경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저녁 먹으려고 터덜터덜 나갔다가 터덜터덜 걸어오며 세 시간 정도 느낌 뉴욕은 생동감이었다. 업타운의 끝에서 잠시 헬스키친 쪽으로 가서 저녁먹고 돌아오는 길 브로드웨이도, 잠시 스쳐본 타임스퀘어 거리도.
이 날 밤에 잠들며 정말 설레였던 것 같다.
오랜만에 자극되는 그런 여행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떤 게 있을지 그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한 그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