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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Dec 31. 2016

[뉴욕]그들은 그렇게도 예술을 사랑했나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뉴욕의 미술관들

영화 <터이타닉>을 보면 여주인공 뿐만 아니라 1등석 손님들 방에는 수 많은 명작들이 포장되어 있다. 소위 유럽의 귀족들은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명화를 들고 뉴욕으로 간다. 그들은 예술을 사랑해서 곁에 두고픈 마음에 그 많은 명작을 힘들게 가지고 간 것일까 궁금해진다.

그렇게 한 세기에 걸쳐 운반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본의 논리로 (혹은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수 많은 유럽의 혹은 세계 각국의 예술작품들은 뉴욕에 자리잡고 있다.



첫번째 숙소가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뮤지엄 마일 바로 옆 68번가 거리였기 때문에 모마(Moma), 휘트니(Whitney) 뿐 아니라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 쿠퍼 휴잇(Cooper Hewitt), 노이어 갤러리 (Neue Gallerie) 같은 작은 갤러리 들도 돌아볼 수 있었다.

각각의 뮤지엄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작품들이 있었지만, 가장 마음을 끈 건 노이어 갤러리다.


#노이어 갤러리 Neue Gallerie

이 곳은 독일, 오스트리아 계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작은 갤러리이고 대표적인 작가 역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이다. 영화 <우먼 인골드>의 소재가 된 클림트의 그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림 속 주인공의 조카가 나치에게 빼앗긴 그림을 찾고자 오스트리아 정부에 소송을 걸고 승소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우먼 인 골드>를 워낙 재미나게 봐서 그런지 황금빛 묘한 분위기의 그림이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했다. 2층 전시실에 들어가는 순간 정말 그 동안 봐온 그림 중 가장 아름답고 묘했던 것 같다. 한 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크기도 컸고, 여자의 표정하며, 이니셜이 디테일하게 새겨져 있는 다양한 문양이 주는 느낌이 압도적이었다. 주위 다른 그림이 맥을 못추는.. 같이 간 친구랑 정말이지 멍하게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림 뒷 이야기를 알아서인지 감동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그림이 주는 감동을 느끼고 1층 사바스키 카페에서 비엔나 커피 한잔~ 분위기가 정말 비엔나에 있는 것처럼 단정하고 고상했다.


#프릭 컬렉션 Frick Collection

프릭 컬렉션 역시 정말 추천하고픈 박물관이다.

사실 이 곳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전시실 하나 하나 정성을 다해 꾸며놓은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고 포토스팟 실내 정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백만장자 헨릭 클레이 프릭의 저택이라 하며 오랫동안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그만의 취향으로 그림, 가구를 수집해 전시실을 만들었고, 그가 죽은 후 뮤지엄으로 개조하여 공개했다고 한다. 그 때쯤 새로 실내 정원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집 바로 뒤에 있었던 지라 오픈하자마자 갔는데 정말 고요한 분위기에 실내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인상적이다.




#쿠퍼휴잇 Cooper Hewitt

뮤지엄 마일 가장 위 쪽에 있는 쿠퍼 휴잇. 보이는 건물은 유럽의 전형적인 저택 느낌으로 고풍스러운데 실내는 모던하기 그지 없고, 전시를 즐기는 방법 역시 기존과 많이 다르다.

일단 표를 사면 표마다 일련번호가 있으며 터치펜을 하나씩 준다. 그 터치펜을 가지고 관심 있는 작품 설명란 마크를 터치하면 나중에 쿠퍼 휴잇 사이트에서 티켓 일련 번호로 들어가 저장한 작품 리스트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있을 때는 운좋게도 <픽사, 디자인 스토리> 전시가 있어 토이스토리, 업 등의 작품 속 배경,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프로토타입부터 스케치 상세화되는 과정을 하나 하나 설명해주고 있었다. 작은 전시였지만 <업>의 할아버지가 사는 집의 파이프 구조까지 그려진 상세 설계도를 보니 정말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내는 설계 수준이었다. 그들의 creativity뿐 아니라 장인 정신에 놀라게 되는 전시이다. 아무리 멀어도 정말 스킵하면 안되는 뮤지엄!

쿠퍼 휴잇 - 그들은 늘 타이포를 중요시 하는 듯 하다. 어디를 가든 독특한 타이포가 정체성을 드러낸다.



# 그외에 유명한 휘트니, 모마, 구겐하임

이 외에 미술관은 The Met Breuer (예전 휘트니 미술관 자리에 있는 컨템포러리, 모던 아트 뮤지엄), 모마, 구겐하임, 휘트니 등을 갔는데 역시 사람이 북적북적하기도 했지만 유명한 그림들은 둘러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구겐하임은 생각보단 별로 ^^;;)

뉴욕이란 한 도시 안에 건물 모양부터 컬렉션까지 너무 다양한 컨셉의 뮤지엄들이 모여있다는 것이 참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자본의 힘이 무섭기도 했지만 일단 그 수많은 그림들을 가지고 이 땅에 정착한 귀족들의 열정이, 신흥 부자들의 컬렉팅 실력(?). 열정(?)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뉴욕에서 재즈를 듣다. 행복했다

사실 뉴욕에서 뮤지컬을 볼까, 발레를 볼까 고민하고 밤마다 재즈바에 놀러갈 생각을 했는데, 예상 외로 저녁에 너무 빨리 지쳐서 밤에 나돌아다니기가 너무나도 피곤했다...체력의 한계란.

게다가 9월은 사실 오페라든 발레든 휴식기인지라 공연 라인업도 빈약하기도 하여 그 대신 링컨센터 재즈공연장에서 빅밴드 공연을 보았다.

기네스 한잔 하며 감튀 먹으며 맨 앞에서 듣는 빅밴드 음악~ 위플래시에서 나오던 밴드처럼 짱짱한 브라스에 나지막한 베이스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내가 언제 노을지는 뉴욕하늘을 보며 정통 재즈밴드의 음악을 즐기겠나 하는 생각에 행복했다.



사실 미술에 관심이 지대한 것도 아니고

특정 작가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유난히 여행에 가면 미술관을 찾게 된다.

뭔가 조용한 정적이 좋다. 걷다가 창밖의 뉴욕 거리를 보다가 다시 작품을 보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내가 정말 여행을 하고 있구나, 이 시간을 즐기고 있구나 라는 그 느낌이 좋아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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