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루저가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어제 대선 결과가 나오고 12시쯤 JTBC에 세 명의 패널이 나와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 향후 전망을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이철희 의원, 이양수 의원, 김경진 의원. 이 중 김경진 의원은 민주당의 안철수 찍으면 홍준표 라는 프레임, 구전 네거티브로 안철수가 호남에서 막대한 표를 잃었다며 국민이 빨리 성숙해지셔야 한다며 자평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스까이~ 로 호감이었던 의원인데 어쩜 저리도 답답할까이~~ 과연 안철수 그 분은 그런 네거티브로 쭉쭉 하락세를 당했을까. 안철수가 손 들고 누굽니까 할 때 그 뒤로 보이던 고리타분한 정치인들,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없이 4차 산업 혁명만 들이댔던 토론은 안보고 하는 말이었을까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차라리 안도감이 느껴졌다.
일단 또다른 그 분이 안되서 정말 안도했다. 20퍼센트 넘게 득표율이 나온 것 자체에는 씁쓸함도 느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탄핵을 밀어부친 당과 그 리더와 그 시민들이 함께 그나마 좀더 나은 시대로 가보자고 끝까지 손을 잘 잡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이렇게 마음껏 솔직한 표현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20세기 피땀어린 투쟁을 한 세대가 준 선물이자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빚진 한 사람일 수 있다.
그리고 2016-2017년 난 촛불시민이자 동시에 촛불시민들에게 또 한 번 빚진 자가 된 느낌이다. 심적으로 큰 지지는 보냈으니 춥다는 이유로 한 번인가 겨우 나가고 앉아서 탄핵과 장미 대선으로 가는 길에 프리라이딩을 하고 있다. 다행히 투표로 조금이나마 빚을 갚았지만, 그 역시 너무 받은 것에 비해 약소하다.
그래서 빚진 마음이자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새롭게 출발할 정권과 대통령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오늘 첫날 일련의 과정을 보며 지금 잘 여민 단추를 끝까지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루저가 됐다고 절벽으로 밀치는 사회가 아니기를,
등쳐먹었으면 뱉어내는 사회가 되기를,
지갑 사정이 어려운 소녀들이 깔창 따위 쓸 필요 없는 나라가 되기를,
조금 더 보태면 나 같은 직장인이 호기롭게 회사 한 번 때려칠 수 있는 사회로 한 발자국 내딛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