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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 Feb 28. 2016

토요일 너는 자유다

[생활일기] 01.직장인에게 토요일이란..


주스클렌즈 3일 보식 3일 운동 2회 소화한 나름 의지의 한주를 맞이한 금요일 저녁. 토요일이 설렜던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새벽 2시가 되도.. 4시가 되도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생각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걱정 거리가 많았던 것도 아닌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의 밤이었다.

그 덕분에 놓친 태양의 후예 1,2회를 보고서 3회는 안보기로 결단을 내릴 수도 있었다. 너무 판타지적인 드라마에는 이젠 흥미가 떨어지는..


그렇게 맞이한 토요일 아침 눈을 뜨니 8시 30분.

멍하니 아침을 먹고 꽃청춘 아프리카 구경도 하고 점심 약속으로 이태원으로 갔다.


친구가 살짝 길이 밀린다하여

시간 보낼 겸 뮤직라이브러리에 갔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빼곡히 선반을 채운 바이닐들 그리고 턴테이블 6개의 자리에서 열심히 음악듣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닐의 의미란 음악애호가의 상징과 같아서인지 왠지 그들이 음악에 심취해보이기도 했고, 진짜 음악 좋아하나보다 그런 선입견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들 중 일부도 나처럼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면서 수집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겠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브라질 음악 하나와 그냥 재즈 섹션에서 가장 앨범 아트가 느낌있던 허비행콕 Voyage 앨범 이라 써있는 바이닐 두 개를 들고 턴테이블 빈자리를 기다렸다.


Elis Regina in London 앨범. 코멘트에 그녀를 브라질 천재음악가라 소개하고 있다


왠지 못들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일어나지 않는 그들. 친구의 전화를 받고서 다시 반납해두고 자리를 떴다.


뮤직라이브러리의 느낌은 외국 서점에 간 기분이었다. 딱히 사자니 쓸 수 없고 보자니 갖고 싶은 존재들의 수집 공간. 그리고 그 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한..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오늘 듣지 못한 저 두개의 음악을 지직 거리는 아날로그 방법으로 듣고 싶다.


친구를 만나서 파르크로.

지난 주에도 갔지만 또 가도 역시나 딱 적당한 가격과 정갈한 상차림에 만족도가 높다.


오늘의 점심은 고등어 구이


뉴욕에 온통 나이키 레깅스와 나이키 운동화가 거리를 점령했다는 얘길 듣고 과연 한국도 그렇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상 탈출, 연금보험 등등의 이야기를 하다 이태원과자점애서 차한잔 비스코티 한입하고서 헤어졌다.


이 땅의 직장인들이 계속 탈출을 꿈꾸는 이유는 김정운 교수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재밌어하는 걸 공부하고 내 안에 일어나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는 것, 즉 외화시키고 생산하는 일이 가장 재밌다. 사람들이 왜 노동을 싫어할까? 노동의 결과물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과정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리니 노동을 고통스럽게 느낀다


소외감까진 아니더라도 일상의 8시간 중 존재감에 대해 자꾸 고민하는 우리네 직장인들은 그래서 토요일에라도 나를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정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나

맛있는 음식에 분위기에 행복감을 느끼는 나

오로지 내게 주어진 주말이란 48시간을 재미있게 계획하여 마음대로 시간을 소비하는 나

내가 궁금해하는 재밌어하는 분야의 책을 읽는 나

내 감성에 맞는 음악이나 영화를 향유하는 나

등등...


오늘 나의 토요일은 그래도 보통이라 즐겁고 행복했다. 친구도 만나고 조카랑도 놀고 밥다운 밥도 일주일만에 먹고..어제 밤에 채우지 못한 잠도 두 시간 낮잠으로 보충하고


어제 주문한 책이 낮잠잘 때 딱맞춰와서 밤에는 음악들으며 잡지를 훑다 잠들려고 한다.


오늘 집에 오는 길 디제이가 알려준 것처럼 이런 보통의 행복도 사실은 행복한 거다


요즘 내 생활 속에서 바람직한 것 중 하나. 책 읽는 재미에 다시 조금 빠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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