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젊음이란 대체 무엇이었나
내가 꿈꾸는 젊음의 모습은 대체 무엇이던가
넘쳐나는 프레쉬한 에너지, 어디로든 가고 싶은 하루, 낯선 사람들과의 신선한 만남, 매서운 겨울바람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가공할 위력의 열기. 젊음이 가져다주는 것들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뭐든지 다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정리되지 않은 채 떠오르는 수많은 아이디어와 생각들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움 받을 용기까지 만들어준다. 젊은 날엔 먹고 마시며 행하는 모든 것에 거침이 없다. 뭐든지 맛있게 먹고 마시면 0칼로리이고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 젊음의 혜택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모든 도로에 중앙선이 있듯이 삶의 행보에도 넘지 말아야 할 중앙선이 있다.
10대 시절 주체할 수 없는 몸부림과 행동, 막연한 생각들은 20대를 지나가면서 조금씩 정리가 된다. 20대는 삶에 있어 많은 것들을 펼쳐나가야 할 시기이다. 30대는 20대의 시행착오를 되돌아보며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 시기이며 40대, 50대가 되면 젊은 날에 살아왔던 결과가 무엇인지를 우리 눈으로 직접 목도한다.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으며 확장과 발전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젊은 날을 되돌아보면 대체로 볼 때 대학생활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20대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았고 특히 강약 조절을 하는 것에 있어 부끄러울 정도로 미숙했다. 절제는 쉽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없이 달려들었다.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가리지 않았다. 운동도 하지 않았다.
간섭도 거의 없었으니 자유로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생각없이 하루를 보냈다. 돌이켜 보면 젊음이 가져다 준 혜택을 제대로 활용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잠깐의 만족, 잠깐의 황홀함, 잠깐의 편함을 누리기 위해 허비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던가. 사실 전혀 의미가 없었다. 내 결핍과 불안함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주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만족과 황홀함, 편함에 취해있던 시간들은 약이 아닌 독이 되었다.
점점 쌓여가는 독소를 해독시켜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독소는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뭔가에 의존한 것마냥 없으면 안 되는 뭔가를 떠올리고 붙잡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며 이렇게 젊음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비되는 에너지와 잃어버린 열정 그 사이에서 나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 어느 정도 일상을 보내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내 마음 속은 이미 황량한 불모지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내 주변에 나름 잘 나가는 친구가 있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사업도 하고 투자도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자가까지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나자고 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그 친구는 어느새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던 친구를 만나 많이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내 스스로의 존재가 무척이나 작게만 느껴졌다.
나의 젊음, 내가 꿈꾸던 젊음의 모습은 무엇인가? 왜 나는 여전히 뭔가를 내세우지 못하고 그저 평범하게 하루를 사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가? 이런 날들이 30대가 되어도, 40대가 되어도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내 팔자는 결국 이렇게 살다가 끝나는 것인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조언이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는 나로선 그 친구의 성공과 행보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젊음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을수록 받지 못하는 젊음의 혜택과 기회를 하염없이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난 나의 젊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저 젊음이 주는 에너지와 역량을 내가 편하다고 느끼고 만족할 수 있는 것에 막연하게 써버렸다. 20대는 내게 있어 방황의 연속이었다.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20대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게 있어 젊은 날은 기쁘고 긍정적인 기억보다 방황했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영원한 젊음은 없다. 젊음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고 해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허무하게 날려버린 젊음의 에너지와 일상을 되돌아보며 당장 지금이라도 어떻게든 젊음을 대출받을 수만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다. 젊음이 영원하지 않은 만큼 젊은 날의 하루는 돈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 젊음이야말로 삶의 기반을 갖춰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젊음을 대출받을 순 없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생각은 얼마든지 젊음에
머무를 수 있다.
젊음을 대출받을 순 없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젊음을 어디서 땡겨 쓴단 말인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젊음을 사거나 대출을 받을 순 없다. 그게 현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공식적인 젊음의 수명은 줄어든다. 법적인 의미에서의 나이는 젊음을 속일 수 없지만 나의 생각과 행보를 통해 젊음의 감각을 유지할 순 있다. 다만 한 가지 알아야 할 게 있다. 젊음에도 선이라는 게 있다. 맥락과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젊음은 부자연스럽고 어딘가 어설프게 느껴진다.
착각을 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좋은 옷을 입거나 외모를 잘 꾸민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젊게 살고 있다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겉모습과 내면은 확연히 다르다. 분명히 외관으로 봤을 땐 상당히 진취적이고 매력있는 사람인데 막상 대화를 하거나 생각을 공유했을 때 제한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인식과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다. 젊음이 무엇인가?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이 있으며 자신만의 리즈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게 젊음이아니던가? 젊게 산다는 건 또 무엇인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대화하고 일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게 젊음인가?
젊은 날을 되돌아보면 대체로 안정감보단 불안감이 더 앞섰다. 그럼에도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더 이상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젊은 날에 하지 못한 것들을 다시 도전해보고 시도해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도전과 시도를 계속해나간다면 진정 그 사람의 삶은 젊음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이 아무리 혈기왕성하다고 하지만 세상엔 욕망에 굴복하는 젊음보다 욕망에 굴복하지 않는 젊음도 있다.
영원한 젊음은 없어도 젊은 날을 살아갈 순 있다. 내가 생각하는 젊은 날, 그 젊은 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되돌아보면 진짜 볼 것도, 내세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젊었을 적의 에너지와 활력을 되새기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한다면 잊고 있던 젊음도 어느 순간 되살아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나의 젊은 날은 무미건조했고 내세울 만한 성과도 없었다. 외모가 특출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취업에도 관심없었던 방황하는 나그네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잃어버린 젊음을 다시 되찾기 위해 평일에도, 주말에도 멈춤없이 달리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잘 알기에 오늘도, 내일도 내 젊음의 스위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켜져있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