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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Oct 29. 2023

초밥

2023_이야시크릿_08



나는 초밥이 싫었어

그런데 이상하지

그게 올라가면 참 좋았어


식당에서 산 김밥

천국에서 온 점심


손이 많이 가고

마는 게 귀찮았던

할머니도 직접 만드셨네


내가 좋아한 유부초밥

새콤한 유부도

달콤한 밥알도

살살 녹아 웃게 하지


그제야 기다려지는 소풍

꼭 챙겨가고 싶은 나의 도시락

친구와 나누는 손들의 잔치


닮은 듯 다른 초밥이 말해

참치는 기쁘게 헤엄쳤어

연어는 힘차게 올라왔어

비로소 마주하는 하늘


서로 짝을 찾은 날

꾹꾹 뭉친 밥 위로

줄지어 입장해 떨렸지만


더는 날뛰지 않는 고요 속에서

조여오는 와사비가 전해

싸늘한 비늘이 남긴 끝으로


번갈아 오는 달과 태양 뒤

떨어지는 단풍이 미숙해

훌쩍 천국을 방문하고야 마는

내가 이 땅을 사는 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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