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이야시크릿_08
나는 초밥이 싫었어
그런데 이상하지
그게 올라가면 참 좋았어
식당에서 산 김밥
천국에서 온 점심
손이 많이 가고
마는 게 귀찮았던
할머니도 직접 만드셨네
내가 좋아한 유부초밥
새콤한 유부도
달콤한 밥알도
살살 녹아 웃게 하지
그제야 기다려지는 소풍
꼭 챙겨가고 싶은 나의 도시락
친구와 나누는 손들의 잔치
닮은 듯 다른 초밥이 말해
참치는 기쁘게 헤엄쳤어
연어는 힘차게 올라왔어
비로소 마주하는 하늘
서로 짝을 찾은 날
꾹꾹 뭉친 밥 위로
줄지어 입장해 떨렸지만
더는 날뛰지 않는 고요 속에서
조여오는 와사비가 전해
싸늘한 비늘이 남긴 끝으로
번갈아 오는 달과 태양 뒤
떨어지는 단풍이 미숙해
훌쩍 천국을 방문하고야 마는
내가 이 땅을 사는 천사야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