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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을 잃지 마요
2023_이야챌린지_069
by
이야
Nov 8. 2023
임시 표지
드르륵.
문이 열리자 3반 학생들이 웅성였다.
탁탁.
"조용조용. 오늘 전학생 왔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지. 자, 득희는 자기소개해 보자."
"쌤, 이미 아는데요~ 민지채널에 나왔던 애잖아요!"
"민지채널?"
"하하. 알아봐 주니 고맙네. 전북에서 전학 온 반득희라고 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반 친구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전학생이 인기가 많네? 괴롭힘 걱정은 없겠고, 중간에 왔지만 잘 어울리도록 해라. 1교시 수업 준비 잘하고. 오늘 조회는 여기서 끝."
"전체 차렷, 선생님께 인사!"
"초롱합니다!"
3반의 담임인 초롱은 웃으며 교실을 나갔다.
자리에 앉은 그를 짝꿍이 반겼다.
"여, 난 오지성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래. 그보다 혹시 형님이랑 연락하고 지내냐?"
은근한 물음을 건넨 지성이
바로
자신의 폰을 보여줬다.
그도 민중의 지팡이데아를 구독하고 있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아무래도 행사가 진행하는 며칠 동안 자주 붙어있기도 했고, 또 내가 올성으로 전학 갈 예정이라고 하니까 먼저 챙겨주시기도 했어."
"진짜? 대박이네. 친하게 지내자."
고개를 끄덕인 그가 받아온 교과서를 정리했다.
"1교시는 수학임. 보니까 공부는 좀 하는 것 같던데-"
"수학은 자신 없어."
"나는 전 과목이 그래."
득희는 그에게 친근함을 느꼈다.
2주 뒤.
학교에 적응한 득희가 지성과 교실로 돌아가며 입을 열었다.
"이번 주말에 형 스튜디오 구경하기로 했거든."
지성이 물병을 내밀었다.
득희는 갈증을 해소했다.
"너도 시간 되면 같이 갈래? 한두 명 정도는 같이 와도 된다고 했어."
"스튜디오까지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그래, 지켜본다~"
지성이 빠르게 교실문을 열었다.
"맞다. 혹시 그날 동생도 데려가도 되냐?"
"두 살 차이 난다는 여동생?"
"어. 내가 걔 추천으로 구독 박은 거거든. 처음으로 오빠 노릇 좀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나는 상관이 없는데, 남자들만 있을 텐데 괜찮을까?"
"그건 문제없을걸. 네가 괜찮다면 같이 데려갈게. 시중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해."
나흘 뒤.
득희는 올성역에서 오 남매와 만났다.
"도시락까지 싸온 거야?"
"득희님이 굶으면 안 되니까요."
"그,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어. 이름이 어, 지영이라고 했나?"
"네. 맞아요! 득희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 바른 지영의 모습을 보자 몇 개월 전 행사가 떠올랐다.
'한복 입으면 어울리겠네. 내년엔 해외에서 열릴 텐데, 거기 신청해 보라고 할까.'
싱거운 생각을 하며 둘을 이끌고 민중의 스튜디오에 도착한 득희.
그들을 맞이한 것은 편집자인 성식이었다.
"성식형, 저 왔어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어어, 민중이는 좀 걸릴 것 같은데. 일단 안으로 들어와."
"넵!"
성식을 따라 내부로 들어온 셋이 촬영장을 구경했다.
"야외촬영이 더 많지만, 가끔씩 소개 영상 같은 실내촬영은 여기서 진행하는 거죠?"
"응. 그렇지. 요즘 새 실험을 하고 있어서 정신이 없네."
"이해해요. 저희는 조심히 둘러보고 있을게요."
득희가 제법 어른스럽게 답했다.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그였기에 성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점심은 먹고 싶은 거 시켜줄 테니까 문자 보내놔."
"아, 그게 도시락을 싸와서 괜찮을 것 같아요."
"도시락? 에고. 그럼 음료나 간식으로 사줄게."
"감사합니다!"
일 때문에 아이들만 두고 밖으로 나온 성식이 주차하는 민중을 발견했다.
"차 막힌다더니, 금방 왔네."
"응. 아, 인사해. 이쪽은 이번 촬영에 출연해 줄 배우 권효인."
"헉. 알지. 안녕하십니까. 민중이 친구 조성식입니다."
"반갑습니다. 민중이 동기 권효인입니다."
요즘 어디서나 잘나가는 대세배우를 영접한 성식의 허리가 정중하게 꺾였다.
그에 효인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먼저 상체를 세운 성식이 흥분한 얼굴로 속삭였다.
"안 될 수도 있다더니, 해주시기로 한 거야?"
"동기의 부탁이기도 했지만, 잘나가는 유튜버의 제안이잖아요. 지금 작품도 끝나서 여유롭고요. 또 취지도 좋아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성식의 물음에 답한 것은 효인이었다.
수려한 외모에 자상한 태도까지.
"어휴, 정말 영광입니다. 대세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나 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하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더 설명해 줄게. 이 아이디어에 도움을 준 친구도 오늘 왔으니까 만나면 좋을 거야."
"난 저번에 말했던 계약건 때문에 가볼게. 효인 씨, 촬영 날에 뵙겠습니다."
성식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깍듯한 인사를 나눈 효인은 민중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민중이 형! 어?"
"헉. 권효인 배우님이다."
"고민중 형님을 뵙다니."
민중을 본 득희와 지영은 뒤이어 들어온 효인을 보고 놀랐다.
반면 지성의 눈엔 오직 민중만이 보였다.
"같이 온다던 친구들인가?"
"맞아요."
소개를 마친 그들은 회의실에 모였다.
"쓰레기 무단투기에 대한 광고요?"
"그래. 저번에 네가 그랬잖아. 외국인들하고 비교해서 보니까 그게 가장 도드라졌다고."
"네. 사실 그 행사에서 바닥에 버린 사람은 없긴 했지만, 평소에 지나가다 보면 쓰레기가 쌓인 경우를 많이 봐서 그게 눈에 띄더라고요."
"저도 친구들이랑 카페 갔었는데, 좀 떨어진 전봇대 주변에 플라스틱 컵이나 쓰레기들이 많았어요. 그런 건 매번 치워도 날마다 쌓인다고 미화 선생님이 알려줘서 몇 번 도와드렸는데 정말 푯말 붙여놔도 소용없더라구요!"
조용히 초코 프라페를 마시던 지영도 불쑥 떠오른 경험담을 꺼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한 두 어른이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 그 광고 콘티에 학생 친구들도 넣었거든. 혹시 생각 있으면 너희도 참여할래?"
"저는 당연히 좋죠."
"저도 하고 싶어요."
오직 지성만이 침묵을 지켰다.
가장 좋아할 줄 알았던 그가 말이 없자, 득희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저는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쓰레기통이 안 보일 때, 몇 번 그랬거든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 지성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를 토닥인 사람은 효인이었다.
"누구도 논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후회하고 반성할 줄 안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알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과거에 잘못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하려고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 지성이, 너도 그랬으면 좋겠고 형들이 이끌어줄게."
"고맙습니다."
동생인 지영도 오빠의 손등에 작은 손을 포갰다.
과오를 깨달은 지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저 같은 사람이 더 생기지 않도록 돕고 싶어요."
며칠 뒤.
촬영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동생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고, 민중도 그들의 생각을 반영해 이끌어나갔다.
효인의 연기도 대단했다.
"배우님이 연기를 가르쳐 주셔서 어색함이 좀 덜한 것 같아요."
"지영친구가 재능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요?"
"맞아. 우리는 너무 발연기라 이대로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효인은 걱정하는 득희와 지성을 위로했다.
그에 용기를 얻은 둘도 딱딱함을 걷어냈다.
촬영이 무사히 종료되고, 편집의 시간.
득희네는 중간고사를 맞이했다.
"흐아. 드디어 끝났네! 정말 홀가분하다."
"오. 성식이 형이 편집본 보내줬어!"
시험이 끝나는 날을 기억해둔 성식이 단체방에 영상을 올렸다.
득희에게 몸을 바짝 붙인 지성이 침을 꼴깍 삼켰다.
득희의 손가락이 영상을 재생시켰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득희도 평범하게 갈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신호등 앞이 아니었다.
득희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들었다.
"저기요! 소지품, 떨어뜨렸어요."
앞으로 달려간 득희를 돌아본 사람은 효인이었다.
그는 제 주머니를 확인했다.
사라진 것은 없었다.
"잃어버린 게 없는데? 제 것은 아닙니다."
"아뇨? 분명히 아저씨 손에서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더워서 힘이 빠졌나 본대요?"
슥.
득희가 손을 올렸다.
"뭐 하는 겁니까!"
"까먹지 마시라고요! 아저씨 나이에 벌써 건망증 오면 안 되잖아요! 잊지 마시라고 딱 놓은 거예요~ 이제 잘 기억하겠죠?"
그의 소지품을 머리에 잘 올려둔 득희가 만족스럽게 손을 털었다.
"이게 어떻게 소지품이야! 아이스크림 쓰레기로 뭐 하는 짓이야!"
뚝뚝.
손에 들린 막대기에서도, 자신의 이마 위에서도 그것은 흐르고 있었다.
한편, 마침 지나가던
지영이 바닥을 가리켰다.
"지금 이 봉투,
여기에 버린 거예요?"
"그럼 쓰레기통도 없는데 어디다 버려? 어차피 미화원이 알아서 치울 텐데, 그거 다 세금이라고~"
"신고할 거예요!"
바로 112를 누른 지영이 덧붙였다.
"무단 투기는 벌금이 5만 원인데 방금 막대기도 버렸으니까, 10만 원 내셔야 해요!"
"이것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쓰레기 무단투기범이죠! 세상 사람들이 이제 다 알겠네요!"
무작정 삿대질을 한 효인은 자신을 촬영하는 폰들을 알아챘다.
당황한 그가 지영의 손에 있던 쓰레기들을 빼앗았다.
"쓰레기통에 잘 버리면 될 거 아니야! 내가 가지고 가니까 이것까지 잘 담으라고!"
효인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툭.
발걸음을 서두르던 그는 한 남자와 부딪혔다.
"아, 재수 더럽게 없네."
얼음컵에 맞은 효인과 축축한 손을 가진 남자.
효인은 그대로 달아났고, 남자는 손을 털었다.
찝찝한 채로 통을 보던 지성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주변은 폰으로 가득했다.
쭈뼛대며 뻗은 손을 끝으로, 화면이 검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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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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