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시 살아날 거예요! 그래서 엄마, 아빠랑 다시 만날 거고 수빈 오빠랑도 꼭 볼 거예요."
"환생도 아니고, 부활이라면 응해줄 주민이 거의 없을 텐데-"
성훈은 그녀가 금방 뿌리칠 줄 알았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태도.
말리려던 성훈의 팔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래도 성훈 아저씨는 도와준대요!"
"그런가? 두 명만 구하면 되겠네. 한 가지 팁을 줄게. 너보다 늦게 죽은 이들을 찾아봐. 이테라토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니까 네가 살던 때보다 얼마 차이 나지 않은, 그래서 네가 다시 돌아가서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구해보란 거야."
"움. 저는 2011년에 있었으니까 그 이후의 주민들을 찾으란 거죠? 언니, 고마워요!"
안내자를 데리고 떠나는 유나의 얼굴이 밝았다.
그래서일까.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
괜한 기분이 든 수향이 눈을 감았다.
결코 허락되지 않은 해.
'정말 그럴까?'
눈을 뜨자 시선에 달이 걸렸다.
이윽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라고 했던가.
대다수의 도전자는 그녀처럼 굴었다.
억울하게 죽은 만큼 살고 싶을 테니, 삶을 갈망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꼭 그런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수향.
자신은 딱히 그 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재만 남은 저택에 홀로 살아봤자 무엇을 더 얻을 수 있겠는가.
"어쩌면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이곳으로 와 기회를 얻었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세월, 그들을 마주친 적은 없었다.
저보다 빨랐거나 혹은 오지 못했거나.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다른 생인들 무엇이 변한다고."
환생조차 바라지 않은 수향은 방향을 틀었다.
제아무리 바라는 삶을 기획할 수 있다 해도 자신은 생각지도 않았다.
정처 없이 이테라토의 거리를 걷는 수향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이지 상관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는 말이다.
도대체 돌아다니는 자신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걸까.
묘한 눈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유나의 옆얼굴을 훑었다.
"언니. 이제 한 명만 더 찾으면 저도 던전에 들어갈 수 있어요. 게다가 공략도 받아왔어요!"
총 세 개의 던전을 클리어하면 얻는 기회.
그것을 가장 최적의 루트로 깰 수 있는 공략집을 흔들며 자랑하는 유나.
수향은 도망가기를 포기했다.
"그래. 꼭 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해서 다시 네 삶으로 돌아가."
"언니는 300년 전 사람이잖아요. 궁금하지 않아요? 조선이 어떻게 변했을지!"
"글쎄. 애국심이 높지는 않아서 관심 없어."
"에이~ 오빠들이 말해줬는데, 언니네 집안은 충신 가문이었다면서요! 역적으로 오해받아 사지로 몰렸지만 결국 그 오명을 벗어내 지금도 엄청 유명한-"
신나서 떠들던 유나가 제 입을 막았다.
수향의 큰 눈망울에서 흐르는 것은 분명 눈물이었다.
"죄송해요."
유나의 사과에 자신의 상태를 깨달은 수향이 급히 소매를 들었다.
"실은 볼 자신이 없었어."
그녀는 기억했다.
가문의 화를 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
사대부 집안과의 혼인.
원래라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
하지만 도저히 내키지 않았다.
이런 마음으로 어찌 도리를 다하겠는가.
"그러고도 받아들이지 못한 거야."
나를 대신해 자처한 오라버니는.
표면상 장남이라 하여도 실상은 이 집안과 연을 놓아도 되는 이.
그런데도 직접 나서 가문의 누명을 벗겼다.
'진짜 동생도 아닌 날, 어떻게든 데리고 사려고 했겠지.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어떤 것도 원치 않았던 지난날.
수향은 주눅 든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름대로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봐. 미련은 많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포기했던 거야."
"저도 그랬어요! 콘서트 자리가 너무 안 나와서 포기했는데, 그냥 계속 도전해 볼 걸 후회가 되는 거예요! 막 트렁크에 실려가는 중에 '아, 나도 애들이랑 PC방 가서 예매했다면 여기 없었겠구나. 또 실패하더라도 아예 오빠들 못 보는 것보단 나은데.' 이런 생각만 나더라구요."
유나의 사정을 이미 들은 수향이 침묵했다.
그렇게 유괴되어 이동하는 중에 사고가 나서 죽게 된 그녀.
"저는 기적을 믿어요.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테라토에 와서 돌아갈 기회를 얻었잖아요!"
나머지 한 명도 금방 구할 거라고 호언장담한 유나가 기특했다.
그 순간에도 마치 삶처럼 뜨거운 그녀의 의지를 조금은 잡고 싶었다.
"그래. 여기 찾아가 봐. 너보다 3-4년 뒤의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지금은 없을 수도 있지만.
수향이 뒷말을 덧붙였다.
또다시 그녀에게 도움받은 유나가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언니, 만약 환생한다면 제 딸로 오세요! 저 수빈 오빠랑 결혼해서 알콩달콩 오순도순 살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