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탕후루 먹는 거 말고도 만드는 게 유행이라고 해보다 그렇게 된 거야? 되게 위험한 걸로 아는데, 형님이나 은채 누나가 같이 하지 않았어?"
"오빠는 주말이라고 낚시 갔고, 언니가 보고 있었는데 잠깐 잔 사이에 애 혼자 만들고 있었대."
원래는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던 언니와 조카.
하지만 중간에 깬 나라는 홀로 너튜브를 보다 따라 한 것이었다.
"저번에 쿠키 만들 때 따로 알려주지 않았어? 어른 없이 혼자선 불을 쓰면 안 된다고."
"내 말이~ 아마 엄마가 방에 있어서 그냥 부르지 않고 한 모양인데, 정말. 그나마 언니가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으면 얼굴에도 흉 졌을 거야."
은채는 딸이 사라진 것을 알고 거실로 나왔다.
멍한 얼굴로 둘러보던 그녀는 곧 냄비 앞에 있는 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일을 끼운 막대기를 들고 바짝 다가선 딸.
순간적으로 남편이 돌아왔나 주변을 살폈지만, 주방에는 딸뿐이었다.
그때쯤 나라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졌고.
단번에 위험하다는 것을 파악한 은채는 급하게 팔을 뻗었다.
"진짜 연락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그렇지 않아도 그날 나라에게서 연락이 와있었지만, 일이 있었던 지수는 받을 수 없었다.
그러고는 평소 잘 연락하지 않았던 오빠한테 서너 통이 온 것을 보고 집에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지만.
"그래도 더 위험할 수 있었는데, 누나가 그나마 일이 벌어질 즘 나와서 다행이네."
"그건 그래. 애가 그냥 너튜브나 티비만 볼 거라 생각하지. 그걸 직접 해볼지 알았겠어? 그것도 어른도 안 부르고. 매번 뭐 만들 때마다 알려줬는데도 확실히 아이들은 우리랑 인식 범위가 다른 것 같아."
곧잘 대답하던 나라가 그랬다는 게 더 믿기지 않은 지수.
수민이 조카를 걱정하는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맞아. 나도 애들 사이에서 숨참기 챌린지가 진짜로 돌 거라곤 생각 안 했거든."
어릴 때, 동생과 함께 과제 영상을 찍은 기억을 새삼 돌아본 수민이 말했다.
"아, 그 꿈에서 보고 했다던 거?"
"응. 그거 말고도 초등학교 사이에서 유행하던 챌린지만 여러 개 되잖아. 특히 요즘은 너튜브로 더 쉽게 알려지고."
최근에 본 기사를 떠올린 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 쌓기, 발 걸기 등의 챌린지가 유행한다는 내용.
분명 다칠 게 뻔한데도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하는 챌린지.
"그러게. 우리 나라는 그러지 않길 바랐는데, 휴. 이미 일어난 일인데 어쩌겠어. 앞으로 더 주의하는 수밖에."
수민의 품에 기댄 지수가 울적한 기운을 지웠다.
날씨가 조금 쌀쌀해진 이때.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둘인데, 속상한 일만 붙들고 있을 순 없었다.
물론 수민은 오히려 더 들어주려고 하겠지만.
서로의 손이 겹쳐졌다.
지수가 한창 수민과 데이트하는 무렵, 은채는 골똘히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흠. 일단 카페에 올리긴 했는데, 이 정도만 알려도 되겠지?"
이번에 있었던 일을 통해 탕후루를 만들 때 알아둬야 할 주의사항을 적은 은채는 링크를 복사해 단톡방에 보냈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유익할 것 같아서 보내요!
메시지까지 전달한 그녀는 이내 노트북을 닫았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소파에서 잠든 딸이 보였다.
팔에 붙여놓은 붕대가 오늘도 심란하게 만들었다.
자꾸만 후회되는 그날.
'어쩔 수 없지. 아는데. 하.'
지수만큼, 혹은 그보다도 속이 타는 은채였다.
저 정도로 그친 것만 해도 천운일까.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매달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라야, 방에 들어가서 자자."
"우웅~"
나라를 살짝 깨운 은채는 딸을 방으로 데려갔다.
칭얼거리면서도 잘 따르는 나라.
아무래도 저번에 친 사고를 반성하고 있는 듯한 딸.
침대에 누운 나라의 머리카락을 넘겨준 은채의 손이 팔로 향했다.
"엄마, 미안해. 앞으론 안 그럴게."
툭.
눈물이 떨어졌다.
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엄마도 미안해.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내가 더 미안해! 될 줄 알았어. 수영이랑 윤재도 했다길래, 위험한지 몰랐어."
으앙.
결국 엄마 따라 울음보를 터뜨린 나라가 품에 안겼다.
은채 역시 딸의 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하고 싶으면 엄마나 아빠, 아니면 고모 꼭 부르기야? 또 혼자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웅. 무조건 기다릴게!"
확답을 받은 은채가 그제야 웃어 보였다.
엄마가 웃자, 나라도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그래. 수영이랑 윤재도 분명 어른들하고 같이 했을 거야. 그러니까 나라, 너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았다 생각하구-"
품속에서 나오려는 딸의 몸부림에 은채의 말이 멈췄다.
빠져나오자 바로 폰을 들고 오는 나라.
"둘이서만 만들었대!"
"응?"
사진과 메시지를 보여주는 나라에게서 폰을 건네받은 은채의 눈이 사뭇 진지해졌다.
-너희끼리 했어?
-응! 별로 안 어려워!
-짠! 맛있겠지?
아이들의 대화를 보니 정말 어른 없이 한 것으로 보였다.
"우리 반 말고도 학원 애들도 탕후루 만든다고 하던데. 나도 그래서 해본 거였어."
남들도 하길래 쉬울 줄 알았던 것.
나라의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해지는 은채였다.
"그래. 알았어. 일단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약속한 거야. 졸릴 텐데, 일단 자."
"네!"
탁.
나라를 재우고 거실로 나온 은채는 폰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려 있는 글.
알림이 떠있자 읽어보니 다들 조심해야겠다, 만들지 말아야겠다 등 위험성을 깨달은 반응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댓글도 있었다.
-저번에 보니까 학교에서 요리한다고 애가 냄비를 들고 가던데, 그게 수업 중에 그런 게 아니라 애들끼리 모여서 탕후루 만들어 먹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하마터면 손 데일 뻔했대요. 저 어릴 때는 김치볶음밥 같은 거 자율시간에 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 건가 보다 했는데, 집에서 하면 뭐라고 할 게 뻔하니까 학교에서 한 거더라구요.
-사 먹는 것도 골치 아팠는데, 이젠 만들어 먹겠다고까지 하니. 빨리 탕후루 유행 사라지면 좋겠네요.
-곧 겨울 간식들이 몰려올 거라서 인기 금방 식을 거예요.
댓글의 답글까지 읽어본 은채는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은 공감과 댓글에 커뮤니티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그녀.
영영시청 페이지에 방문한 그녀는 곧 민원을 남겼다.
'아무래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범위가 한정적이다 보니. 이렇게 하면 그나마 다른 부모들도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가끔씩 시청에서 진행하고 홍보하던 안전 캠페인을 떠올렸다.
한동안 대학교 후배인 수민도 그쪽 포스터에 걸려 있었다.
"이런 것도 해주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만큼 알고 있으면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알면서도 지나가면 혹시 나라와 같은 일이 더 벌어졌을 때, 그걸 알게 되면 마음이 무거울 것만 같았다.
은채가 머리를 흔들었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
"저녁이나 준비하자."
머리를 묶은 그녀가 부지런히 재료를 다듬었다.
며칠 후.
집에 혼자 있던 은채는 곧 도착한 지수를 반겼다.
"에구, 이 무거운 걸 혼자 들고 왔어요? 나 부르지~"
"보기에만 그래요. 실제론 가벼워요."
"아무튼 고마워요. 제가 가면 되는데, 대신 가져와줘서."
"아니에요~ 어차피 나오는 길이었고,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할 필요 뭐가 있어요."
시어머니표 반찬을 여러 통 가져온 시누이는 자연스레 냉장고를 찾았다.
그녀와 함께 음식을 정리하던 은채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가씨, 이거 마셔요."
"넵! 후, 잠깐 쉬었다 가도 되죠?"
"얼마든지요."
지수가 갈증을 해소했다.
그녀를 따라 식탁에 앉은 은채의 입이 움찔거렸다.
"저, 아가씨."
"네?"
"혹시 이거 한 번만 봐줄래요?"
지수가 의아한 눈으로 새언니를 바라봤다.
곧 고개를 내린 그녀는 건넨 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기사의 댓글.
-아니, 무슨 가정에서 일어난 걸로 민원까지 넣나요? 아주 극성이 따로 없네.
-학교가 그런 것까지 교육해야 하나요? 가정교육부터 제대로 해야죠!
기사의 본문을 훑고 온 지수가 상황을 빠르게 이해했다.
"이거 언니가 민원 넣은 거예요?"
"네. 맞아요. 그 시청에서 수민이가 했던 캠페인처럼 안전 예방 이쪽으로 해줄 줄 알았는데, 교육청으로 처리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학교에서 교육하는 방식으로 하겠고. 그런데 댓글 반응이 이러니 괜히 넣었나 싶네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하. 댓글처럼 가정교육, 해야겠죠. 하지만 애들의 변별력이 가정교육으론 부족할 수 있어서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닐까요? 학교에서 교과서만 공부하는 건 아닐 거 아니에요. 또, 우리 가정으로만 그치면 좋겠지만.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게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저는 오히려 잘 됐다 싶어요."
은채에게 폰을 준 지수는 자신이 요즘 보고 있는 기사들을 알려줬다.
"탕후루 유행도 금방 식을 거라고는 하지만, 기간이 중요한 걸까요? 그냥 그 시점에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사고는 벌어질 수 있는 건데."
"그런데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안 먹어보고, 관심 없다는."
"저출산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애들이 어른들보다 더 밀집된 곳에 함께 있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나이도 그렇지만, 환경도 그런 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