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야파티

치킨이 맛있어!

2023_이야챌린지_086

by 이야
임시 표지

주시쿨 아카데미.

쉬는 시간.


"오늘 야시장, 열리는 거 알지?"

"당연하지. 그날만 기다렸는데 모르겠어?"

"하- 우리도 빨리 남친이 생겨야 하는데 말이야!"


지민이 들뜬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서랍에서 책을 꺼내던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만남의 명소니까 곧 인연이 생기겠지~"

"그건 그렇지만, 우리는 부모님이랑 다르게 유한한 시간을 살잖아. 그래서 괜히 더 압박감이 든달까?"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 우리 이제 16살인데."


하나는 조급한 지민을 달랬다.

그러나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순혈인 부모님과는 달리, 혼혈인 둘의 수명은 인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서로 다른 수인이 만난 경우 보통 아이를 낳지 않는다지만.

그 기쁨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어리다고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가뜩이나 수인은 자녀를 잘 안 낳는데, 요즘은 출산율이 더 낮아져서 남들이 우리 짝은 이미 다 채갈 거라고."


지민은 오히려 더 위기감을 조성했다.


"그럼 그냥 혼자 사는 것도 괜찮지 않아?"

"아, 이 언니가 이래서 널 걱정하는 거야."

"언니는 무슨. 내 생일이 더 빠르거든?"


호랑이 꼬리가 요란스럽게 바닥을 쓸었다.

굳이 변신을 할 필요가 없는 아카데미.

지민은 소의 귀와 호랑이 꼬리를 지닌 혼혈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해나는 늑대 꼬리와 돼지 귀를 드러낸 채였다.

대다수의 혼혈은 귀와 꼬리가 제각각이었다.

귀는 주로 부계를 따르고 꼬리는 모계 쪽을 반영하기 때문.

혼혈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는 아카데미 성향상 부러 숨길 필요는 없었다.

다만 간혹 클럽에서 활동할 때에는 꼬리만 드러내기도 한다.

지민은 곧 쓸리는 꼬리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넌 대체 야시장을 왜 가는 거야? 나는 너도 남친 찾으려고 같이 가는 줄 알았는데."

"생일 얘기 나오니까 말 돌리기는. 야시장을 가는 이유? 맛있는 게 많으니까 가지! 우리 집 치킨 장사하잖아. 치킨이 아무리 맛있어도 매번 먹으면 새롭긴 한데, 다른 게 땡길 때도 있으니까!"

"진짜 먹으러 가는 거였다고? 나는 네가 여러 포차 다니면서 탐색전 펼치는 건 줄 알고 존경했는데."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된 지민이 충격적인 표정을 보였다.

홀로 오해한 지민을 자리에 앉힌 하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종이 여러 번 울린 오후.

모든 수업이 끝난 둘은 평소처럼 같이 하교했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지민의 집에서 재회한 둘.


"먹으러 가는 거면서 옷은 왜 이렇게 이쁘게 입는 거야?"

"내 패션 센스가 그냥 탁월할 뿐이야. 오히려 이렇게 많은 옷들 중에서 언밸런스한 조합을 찾는 게 더 신기해."

"에? 이 정도면 괜찮잖아?"


아무래도 지민이 남자친구를 만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굳이 언급하지 않은 하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 빨리 야시장이나 가자. 지금쯤이면 시작했겠다~"

"이후 오빠는 오늘 안 온대?"

"회사 일이 많아서 요즘 야근한다고 하더라~"


가끔씩 함께해 준 하나의 사촌 오빠를 떠올린 지민이 물었다.

하나의 답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 오빠가 없는 게 더 낮지 않아? 같이 있으면 남자들이 안 다가오잖아."

"에이~ 같이 가도 여자들한테 금방 둘러싸이잖아. 거의 따로 노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오고 갈 때는 뭔가 안심되고 든든하니까?"

"하긴. 너 예전에 끌려갈 뻔한 적 있지? 흠. 일단 데리러 오라고 말이라도 해볼까?"

"아냐. 됐어~ 피곤할 텐데 그냥 우리끼리 가도 충분하지. 또 정 그러면 아빠를 소환하면 되는 거고."


철컥.

밖으로 나온 그들은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금세 야시장 입구에 도착한 둘.


"역시 사람 많다~"

"꺄아. 저기 애기들도 왔어."

"키즈니아 애들이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일손을 돕고 있는 하나는 반가운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도 저렇게 보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너희 아빠가 우리 막 야시장에 데려와줬잖아~"

"그랬었지. 원래 번갈아가면서 해주는 걸로 되어있었는데, 너희 엄마가 자꾸 사라져서 아빠만 고생했지."

"하하. 배고프지 않아? 저기부터 먹으러 가자!"


불리한 얘기가 나오자 화제를 돌린 지민이 하나를 이끌었다.

실제로 배고팠던 하나는 말을 더 얹지 않고, 그대로 끌려갔다.

양꼬치 포차.


"메뉴 선택 좋네."

"그렇지? 좀 이따가는 수육,은 아니고 탕수육,도 아니고 훈제오리고기 어때?"

"지갑이 좀 넉넉한가 보다."

"요즘 레스토랑에서 일했잖아~"

"내일도 출근하나?"

"해야지. 아, 2연속 고기는 좀 그러니까 샐러드 먹으러 갈까?"


다 익은 꼬치로 손을 뻗은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네. 대신 치킨은 넣지 않은 걸로. 어차피 내일 또 먹을 테니까."

"그럼 거기에 오리고기 하면 되겠네!"

"좋아. 일단 먹을게."


한창 1차를 즐기고 있을 때.

지민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하나의 팔을 살짝 흔들었다.


"왜?"

"저기, 쟤 괜찮지 않아?"

"어- 유태원?"

"아는 애야?"

"같은 동아리~ 2학년이야."


흘끗.

지민이 가리킨 남자를 발견한 하나는 바로 알아챘다.


"너랑 같은 동아리면 댄스? 오, 확실히 춤 잘 출 것 같긴 하다."

"뭐, 합석이라도 할래?"

"친구들이랑 같이 온 것 같은데, 불편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패션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하나는 남은 꼬치에 마저 손을 뻗었다.


"엇?"


당황한 지민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왜? 아. 이러면 괜찮지?"

"응. 손수건도 다 들고 다니는구나."

"그러게. 저거 펄럭이면 너 흥분하니까 이것까지만 먹고 나가자."

"에이~ 그냥 입 닦은 건데, 뭐."


본인이 먼저 반응해놓고는 안일한 손짓을 건네는 친구.

하나의 시야가 좁혀졌다.


"그래. 계산하고 가자. 샐러드 먹으러."

"바로? 잠깐 걷다가 가자."


포차에서 멀어진 둘은 불빛이 일렁이는 가로수길을 산책했다.


"나중에라도 소개해 줄까?"

"정말? 그럼 좋지! 왠지 이번엔 느낌이 좋아."

"과연…"


조용히 중얼거린 하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부를 생각을 마쳤다.

이번에는 그녀가 지민의 팔을 끌고 두 번째 포차로 들어갔다.

결국 지민의 목표보다는 하나의 위장만 든든했던 시간.

그렇게 금요일 밤은 무럭무럭 저물어가고 있었다.

지민의 집.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에 들어간 지민은 수도를 틀었다.

쏴아아.

찬물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빠르게 아르바이트 갈 준비를 마쳤다.

주시쿨 레스토랑.

출근한 지민은 바로 앞치마를 챙겨 입었다.

원래는 소고기국밥을 팔던 식당.

하지만 지민과 친구인 하나는 자신의 집이 파는 메뉴에 기겁했고.

고민 끝에 치킨집으로 탈바꿈한 가게였다.


"아빠는 간간이 먹는 것 같지만-"


츄릅.

하나는 곧 탈의실에서 나온 지민에게 들킬 세라 침을 닦아냈다.


"내가 마저 닦을게!"


하나의 손에 들린 대걸레를 잡은 지민이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하는 친구를 보며 미소를 지은 하나는 핸드폰을 열었다.


-좋아요! 갈게요!


공짜 치킨으로 유혹한 태원이 오늘 방문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 값은 지민이 내게 할 거지만.

큐피드 역할을 톡톡히 해낸 하나는 폰을 집어넣고, 걸레를 들었다.


"테이블도 깨끗하네! 오늘 장사 시작하자~"

"네, 이모!"


주방에서 나온 이선의 지시에 따라 지민이 가판대를 세우러 나왔다.

한창 손님과 주문이 밀려오고, 셋은 바쁘게 일했다.


"끄아아. 역시 장사가 잘 돼도 너무 잘 되는 거 아니야?"

"그야 우리 집 치킨이 맛있으니까!"

"그러니까 너희 부모님도 2호점에 계시지~ 부럽네. 우리 엄마는 아직도 학생인데."

"여전히 1학년이시지."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흐를 무렵.

가게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기세 좋은 인사에 돌아본 지민이 격하게 손을 떨었다.

그런 친구를 지켜보던 하나가 먼저 나서 태원의 일행을 반겼다.


"어서 와~ 아주 맛있게 튀겨줄게!"

"네! 잘 부탁드려요!"


태원의 대답에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지민이 하나를 주방으로 데려갔다.


"네가 부른 거야?"

"소개해 준다고 했잖아~"

"아니, 고맙긴 한데. 약간 좀 그 내가 지금 기름에 절어있기도 하고"


턱.

하나가 지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지민아. 차라리 지금이 나아. 너의 그 이상한 차림새보다는-"

"내 코디가 어때서?"

"난해한 복장이지. 아무튼 제대로 밀어줄 테니까 네가 서빙해!"


치이익.

닭고기가 기름에 풍덩 빠질 즈음.

태원에게 이끌려 온 계원은 탐탁지 않은 눈으로 내부를 둘러봤다.


"윤계원이 웬일로 앉아있냐?"

"오대성."

"왜? 뭔데?"

"냄새 좀 맡아봐."


계원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개 수인인 대성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습관적으로 킁킁댔다.


"일단 닭튀김 냄새가 강하고. 음. 소랑 돼지도 여기 파나?"


그의 분석을 듣자 미묘한 웃음을 흘린 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주방을 나온 지민과 하나를 마주한 그의 입가가 더 깊게 패었다.


"응? 친구는 어디 가?"

"글쎄요. 하나 누나, 고마워요. 옆에는 지민 누나 맞죠?"


결국 부끄러운 지민을 대신해 접시를 옮긴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어려운 일을 맡은 그녀가 속으로 푸념하고 있을 때.

가게를 나온 계원은 간판을 올려다보며 다짐했다.


"나는 떡갈비를 판매하겠어!"


흥분한 그의 머리 위로 벼슬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꼬기오.

나쁘지 않은 주말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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