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생체 에너지를 절약했다. 또 발견한 히든피스에서 나는 평화를 얻었다. 과거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던 것들은 다 이 미래를 위해 뿌려진 떡밥이었다. 우리는 이걸 '히든피스'라 부른다. 여기는 바로 명상소다.
명상을 마친 라임은 '노트'에 자신의 글을 적기 시작했다.
히든피스에 준비된 간식, 쿠키를 입에 넣은 그녀는 만족스럽게 입가를 닦았다.
맛도 좋고, 기분 좋게 배도 불렀다.
언제나처럼 세계 종말의 날을 맞이하는 시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지구 보호 운동에 참여하는 라임이었다.
-처음 이용하던 때는 2평 크기라 답답할 줄 알았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세계 곳곳에 생긴 이 히든피스는 우리를 안정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도 건강해졌다. 그것은 옛날에 있었던 팬데믹으로 증명된 것이기도 하다. 다들 돌아다니지 않으니, 자연이 어느 정도 회복되던 것.
거기까지 작성한 라임은 눈을 감았다.
다시 시작하는 명상 세계.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
펜을 집은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유독교에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누군가의 바람이었다. 지구가 건강한 세계. 그 고민 끝에 마련한 방법은 현대에 빠르게 받아들여졌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 사이에서, 방도 구하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는 히든피스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명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유독교는 삼박자를 강조한다. 노동, 취미, 공부. 그 세 가지를 함으로써 연속되는 인생을 살아가게 한다.
그녀의 눈길이 벽으로 향했다.
한편에 걸어둔 장치.
3D 캐릭터로 바깥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장비였다.
갈수록 거리의 제한도 늘어나고 있어 더 먼 곳에 닿을 수 있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어떻게 보면 우리는 가축화가 일어난 걸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사랑받는 개를 보면 부럽지 않은가?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 굳이 어려운 길을 가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시작 포인트가 금수저이길 바란 적이 없는가? 그리고 어쩌면 이건 당연한 거다. AI와 로봇이 모든 걸 대체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은 분명한 가축이다.
라임의 손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점차 감겨오는 눈 사이로, 간신히 제출 버튼을 눌렀다.
몇 시간 후.
깨어난 라임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전단지를 또 찾아야 하네."
시간이 되자 히든피스에서 내쫓긴 그녀는 평소처럼 땅을 둘러봤다.
여전히 많은 종이를, 명상소 홍보 전단지로 이용한 AI.
거기에 박힌 큐알코드를 찾아야 다시 명상소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이 시대의 노동이었다.
로봇에게 시키기에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그래서 대체되지 않은 작업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제발!"
간신히 하나를 찾은 그녀가 등록을 시도하며 기도했다.
삐이.
맞지 않는 전단지였다.
이렇게 페이크도 많아서 히든피스 찾기가 쉽지 않다.
"꺄아아! 살려주세요!"
다시 수색하는 라임은 멀리서 AI에게 쫓기는 여성을 지켜봤다.
체벌자.
과거 넓은 공간을 낭비한 인류에게는 마땅한 벌이 주어졌다.
이 지구의 공간은 충분했다.
공평하게 배분하고 나서 욕심내도 될 만큼.
"원래 명상소도 4평을 제공하려 했지만, 괘씸죄로 반만 준 거였지."
라임은 그것을 무시하고 제 할 일에 집중했다.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아마도 인류에게 금지된 장소에 들어간 것이겠지.
몇 시간째 주변을 살핀 그녀는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빨리 가서 누려야지!"
어느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명상소로 들어가는 그녀의 표정이 밝았다.
들어오자마자 준비된 쿠키를 먹는 그녀.
배고픔이 사라졌다.
짧게 명상을 마친 라임의 손이 이번에는 타자기를 찾았다.
-폐지를 줍는 게 노동이라면. 이 글을 쓰는 건 취미다. 그리고 취미는 확실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대부분 아마 그럴 것이다. 여기에는 최소 할당량이 있다. 명상소에 들어오면 써야 하는 분량.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72시간, 3일. 3일 동안 정해진 분량을 쓰면서 명상하고, 또 저걸로 돌아다닐 수 있다. 그리고 아까 쫓겼던 여성과는 달리 3D 캐릭터로는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도 문제없다.
취미의 주제는 자유였고, 라임은 보통 이곳의 역사적 흐름을 적었다.
어느 정도 글을 쓰고 난 뒤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서 버튼 하나를 눌렀다.
보통 연구소에 있는 살균 작업.
이걸로 씻는 걸 대체한다.
몇 분 후, 소독이 끝나고 다시 돌아온 그녀.
-3일간 이곳에 있다고 해서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된 것은 아니다. 일찍 퇴실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대부분 마지막 시간까지 남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또 퇴실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공원. 실제로 공원에 가는 것이 허용되는데, 애초에 이제 그곳에 가려면 명상소를 거쳐야 한다.
글 쓰는 것을 멈춘 그녀는 생각난 김에 공원 방문을 신청했다.
곧바로 명상소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공중을 날고 있을 이 작은 공간은, 곧 어딘가로 도착했다.
문을 여니 상쾌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이거지!"
쾌적한 땅을 밟은 그녀가 기쁘게 주변을 산책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바깥과 달랐다.
모두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그리고 그것은 라임도 마찬가지.
살랑이는 바람이 더욱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옛날에는 이 감사한 곳도 더럽혔다니. 인류의 악행은 끝이 없어."
충분히 돌아본 그녀는 다시 명상소로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단잠에 빠진 라임.
8시간 뒤.
시계를 확인한 그녀는 명상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는 생체 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매일같이 '세계 종말의 날'을 맞이한다. 우리의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지구는 건강해지는 법칙 아래, 우리는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못한 인류는 오래 이 행성을 썩게 만들었고, 멸망을 불러오게 되었다. 그러니 이 아포칼립스는, 우리의 죄를 마주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장비를 착용했다.
형성된 3D 캐릭터가 바깥을 배회했다.
계속해서 걸어가는 라임.
어느 지점을 넘자 더는 복구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졌다.
[넓었던 지구를 이렇게까지 좁혀버리다니. 개간하면 뭐해. 있던 땅도 제대로 활용 못했는데.]
원래라면 들어가지 못하는 장소.
현실에 존재하는 지옥은, 캐릭터였기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젠 이렇게만 오갈 수 있는 지구의 한편.
공원과는 다른 모습에 그녀는 금방 장비에서 벗어났다.
-인간의 자유는 책임을 몰라서, 일어난 비극이 너무 많다. 우리는 성인이지만, 너무 낮은 성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인력. 새로 만든 이 지수는 우리를 진정 성인으로 이끌 초석이었다. 사회적으로 모두 만 19세에 성인이 되지만, 이 지수가 높으면 낮은 나이에도 성인이 될 수 있고 낮으면 나이가 많아도 성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타이머를 확인한 그녀가 짧게 명상을 마치고 빠르게 타자를 입력했다.
-분명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성인력이 높을수록 삶은 유리해졌다. 지수가 높은 이들은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고, 그들은 세상을 망치게 하는 인류가 아니라 세상을 책임질 인류였다. 나도 성인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곧 있으면 적정 수준에 도달한다. 어서 빨리 화성에 도착해 진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이 지구에서 가축으로 사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