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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소녀 할레
2023_이야챌린지_100
by
이야
Dec 24. 2023
임시 표지
휘이잉.
포탈을 넘어 새 장소에 도착한 야의 일행은 주변을 둘러봤다.
자박자박.
2호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선 1호가 고개를 숙였다.
"모래? 어? 이야님! 바다예요!"
시선이 발에서 앞으로 향하자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
1호가 신나서 외쳤다.
옆에서 언니의 말을 들은 2호도 금방 고개를 돌렸다.
"와! 바다다!"
"천천히 가~"
어느새 손을 놓게 된 둘이 모래사장을 가로지를 때.
가장 뒤에 있던 야도 걸음을 옮겼다.
풍겨오는 내음이 상쾌했다.
"다들 조심해!"
흥분해서 달려나가는 바람쥐들을 향해 주의를 준 야.
야의 말에 1호는 걸음을 늦췄지만, 2호는 여전히 바다를 향해 내달렸다.
"엄청 예쁘다! 반짝여!"
"와~ 정말! 너무 좋다!"
바다 앞에서 멈춘 2호와 그보다 살짝 늦게 도착한 1호가 감상을 읊었다.
이윽고 둘을 따라 옆에 선 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쭈욱 이어진 드넓은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시원하네~"
"저쪽도 가봐요! 저기 뭐가 있어요!"
"응? 저게 뭐야? 바위?"
먼저 시선을 돌린 1호가 무언가 발견하자 2호도 그에 반응했다.
다시 앞서가는 바람쥐들을 따라 도착한 그곳에는,
"바위가 아니라 고래인데?"
"고래? 죽은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냥 잠깐 쉬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야의 말처럼 바다와 모래사장을 두고 쭉 늘어진 대형 고래는, 느긋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멀리서 구경하는 1호와는 달리, 2호는 이전에 챙겨온 나뭇가지로 콕 건드렸다.
한 번, 두 번.
마지막 세 번째에 고래 위로 물이 뿜어져 나왔다.
"헉- 조심해!"
"괜찮아. 숨 쉬는 것뿐이야."
놀란 1호가 펄쩍 뛰자 야가 진정시키려 설명했다.
고래가 반응하자 그제야 나뭇가지를 집어넣은 2호는, 이번엔 손을 뻗어 고래를 건드렸다.
미끌.
얼마나 더듬었을까?
서서히 고래의 눈이 열렸고, 그 시선은 바로 2호에게 향해 있었다.
"눈 떴어!"
[넌 뭐야?]
언니를 돌아본 2호는, 뒤에서 들리는 말소리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까와 같이 자신을 바라보는 고래.
"네가 말한 거야?"
[뭔데 내 휴식을 방해해.]
"헉. 언니! 고래가 말을 해!"
"고래가 말을 어떻게 해!"
야의 뒤에 숨어있던 1호가 동생의 말을 부정했다.
2호는 억울하다는 듯이 고래와 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말 말했어요! 이야님은 제 말을 믿죠?"
"음. 따로 소리는 못 들었는데."
"고래! 너, 말했잖아. 다시 얘기해 봐!"
2호의 작은 손이 다시 고래의 등에 닿았다.
그녀가 흔들었지만, 전혀 미동도 않는 거대한 등.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래에게서 빛이 쏟아지자 셋은 동시에 눈을 감았다.
"내 이름은 '할레'거든!"
그리고 그들이 눈을 떴을 때, 거대한 크기의 고래는 사라지고.
녹색 눈을 가진 소녀가 서있었다.
"뭐, 뭐야? 사람?"
"나는 고래소녀, 할레야. 하암. 내 잠을 깨운 건 괘씸하지만, 특별히 봐주겠어. 작은 걸 괴롭히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야!"
"고래소녀 할레?"
야가 반문하자 할레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 태도에 1호가 못마땅하다는 듯 나섰지만, 차마 말을 꺼내진 못했다.
아까 보았던 고래의 크기가 생각났던 것.
꿀꺽.
"아무튼 이렇게 깬 김에 내가 어울려주지!"
"우린 어떤 열매를 찾고 있어요. 혹시 여기 근처에도 나무가 있을까요?"
"나무?"
그 질문에 생각에 잠긴 할레가 몇 초 후 손뼉을 치며 외쳤다.
"거북이 등에 있는 거?"
"나무는 거기서 안 자랄 텐데…"
"맞아! 나무가 어떻게 거북이 등에서 자라?"
차마 따지지는 못한 1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에 2호도 옆에서 맞장구를 치자 할레가 둘을 째려봤다.
"내가 지금 거짓말한다는 거야?"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럼 애초에 바다에서 나무를 왜 찾아?"
"그건 스토리가 있는 곳으로 여행하고 있으니까…!"
어느새 할레의 모습에 적응한 1호가 무서움을 잊고 맞섰지만.
곧 야가 팔을 뻗어 1호를 제지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수도 있잖아."
"죄송해요."
"사과는 나한테 해야지! 난 진실을 말했-"
"언니, 저기 진짜 뭐가 있어!"
셋을 지켜보던 2호가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손짓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움직였다.
"와아."
마치 섬처럼 바다를 부유하는 거북이가 정말로 존재했다.
그 위에는 할레의 말처럼 큰 나무 하나가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 말이 맞지?"
"네에- 죄송해요."
"흥. 그보다 저게 너희가 찾던 거야?"
"가까이 가서 봐야 할 것 같은데-"
야가 중얼거리자 바람쥐들이 주변을 살폈다.
타고 나갈 배를 찾았지만, 쓸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실망한 얼굴로 야를 돌아봤을 때, 할레가 삐딱한 웃음을 선보였다.
"내가 도와줄까?"
"그래도 될까요?"
"후후. 나만 믿으라고!"
번쩍.
아까와 같은 빛이 눈앞을 가렸다.
다시 나타난 고래가 분수를 뿜었다.
[후아. 다들 타라고!]
"어? 소리가-"
"맞아. 이렇게 들렸었어."
"텔레파시 같은 거라서 아깐 2호만 들었었나 보구나."
[자자, 어서 올라타시지?]
할레가 여전히 모래 위에 있는 그들을 재촉했다.
1호의 손에 밀린 2호가 먼저 할레의 등 위로 올라갔다.
그 뒤로 야가 겁먹은 1호를 안고 올라탔다.
"잡을 곳이 없어요!"
"일단 이쪽으로 와!"
[후후. 걱정 마. 떨어트리지 않을 테니까! 자, 출발!]
"꺄아아!"
바로 바닷속으로 들어간 할레와 함께 바다에 빠진 셋.
차가운 물이 그들을 삼켰지만.
'엇. 숨이?'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다.
고래의 몸으로 몇 번 크게 헤엄치자 곧 거북이의 그림자가 위로 드리웠다.
"퉤퉤!"
"물고기 엄청 많았어!"
연신 기침 시늉을 하는 1호와 그저 신난 2호.
수면 위로 올라온 야는 제법 가까워진 섬거북이를 바라봤다.
"저기로 갈 수 있을까요?"
[좋아! 기다려 봐.]
한 번 더 잠수한 할레가 좀 더 몸을 움직였다.
이제 익숙해진 할레의 등에서 조심스레 눈을 뜬 1호도 물고기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들이 바닷속 풍경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할레의 헤엄은 계속되었다.
[이제 넘어갈 수 있겠지?]
"네. 가능해 보여요."
바짝 붙은 할레 덕분에 섬거북이의 등으로 옮겨가기 수월했다.
1호가 먼저 그 등을 밟고, 다음으로 야와 2호가 이동했다.
그에 다시 한번 빛이 쏟아졌고,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한 할레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그래! 저게 찾던 열매야?"
"이건…"
천천히 나무 쪽으로 걸음을 옮긴 야가 열매를 살폈다.
바람쥐들도 그녀를 따라 나무를 확인했다.
할레는 궁금한 얼굴로 셋을 지켜봤다.
"스토리는 맞지만, 레사님의 것은 아니에요."
"이건 완전 X예요."
"꽝이네요."
그들의 감상을 들은 할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열매를 바라봤다.
그동안 나무를 보긴 했지만 열매까지 본 것은 오늘이 처음.
이 스토리란 열매는 모양이 이상했다.
"찾던 게 아니야? 아쉽네."
"그래도 알려줘서 고마워요."
"모양은 이래도 나름 먹을 만할 거예요."
"오? 나도 먹어도 돼?"
넷은 사이좋게 열매를 나눠 먹었다.
드디어 찾은 첫 스토리였지만, 까다로운 야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1호 역시도 눈살을 구겼다.
그나마 반응이 좋은 것은 2호뿐.
"푸헤. 으. 맛이 맹숭맹숭해."
"좀 싱겁긴 하네요."
"첫 수확에 이 정도면 나쁘진 않지만-"
나름의 의의는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2호만이 한 번 더 열매를 입에 물었다.
"그래도 여러 번 씹으면 약간 상큼한 맛도 느껴져요."
"하지만 또 손이 가진 않아."
엄격한 평가에, 2호를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
이내 주변을 정리한 야의 일행은, 천천히 움직이는 섬거북이에서 좀 더 휴식을 취했다.
전보다 약한 바람이 그들의 볼과 머릿결을 어루만졌다.
잠시 후.
1호의 눈에 가장 먼저 포탈이 들어왔다.
"다음에는 더 맛있는 스토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기로 이제 떠나는 거야?"
"맞아요. 궁극의 스토리를 찾으러 가는 거죠!"
"나도 갈래!"
포탈과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자 떠나려던 셋은 일제히 할레를 돌아봤다.
검푸른 머리카락이 여리게 흔들렸다.
"안돼?"
할레의 물음에 셋이 시선을 교환했다.
바람쥐들은 야에게 선택을 맡겼다.
스토리우먼인 야는, 새 동행자를 환영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서로의 손을 붙잡은 넷이 빛나는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이 떠나고 여전히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섬거북이의 나무는, 느리지만 착실히 과실을 맺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야의 일행이 붙여준 이름이 작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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