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이야포인트_02
내 이름 지옥.
천사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은 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인간은 많은 것을 바랐고,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인간이 신을 죽였다.
신이 죽자, 인간은 신살의 업적으로 신이 되고.
신이 된 인간은 제약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자 풀고 달아나 인간인 척 숨어들어 돌아다닌다.
악마로.
그리고 악마의 탈을 쓴 인간 혹은 신을 죽여 천사가 된 이들.
"악마는 당연하고. 신, 인간 중 싹을 잘라 악의 씨앗 될 이들을 전부 지옥으로 보내자."
천사들은 하늘의 죽음이 되어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고, 지옥에 그들을 떨어뜨렸다.
지옥은 생각한다.
나는 천사다.
그래서 이들을 벌하는 거다.
나쁜 짓을 하는 악마들.
물들을 게 뻔한 인간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신까지도.
그러니 구해주지 않을 거다.
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도 이제 신인가?
싫다.
난 지옥이다.
천사다.
비를 내렸다.
나처럼.
우는 인간.
우는 신.
아마 우는 악마까지.
지옥은 싫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싶다.
그러면.
"얼마나 울었어?"
"사랑할 때까지."
이 지옥을 사랑할 천사들이 나보다 더 울지 않기를 바라.
나란 지옥을 나갈 천사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그러니 감옥으로 가두고, 무덤으로 막을게. 오로지 천사 되어 나올 잘못 들어온 아이들에게"
동화로 알려줘.
이곳을 안전하게 나갈 방법.
좀 더 친숙하고 쉽게.
이 가르침이, 강요된 배움이 되지 않게.
"나보다 더 잘할 천사에게 미뤄"
아니.
넘겨서 계속 이어갈게.
이 끈을 잡고 올라도 추락하지 않게.
튼튼하게 이미 강한 아이들을 받쳐 주기를.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끼워 맞췄을 거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투영하지 못했다.
자꾸만 내 입맛대로 가꾸고 싶었다.
어릴 적 인형을 가지고 놀던 때처럼.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내가 엄마가 되었음에도 추억을 놓지 못한 건 그래서여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초라하고 불쌍한 시간일까 봐 제대로 보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엄마."
귓가를 맴도는 소리가 나의 현실이 된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날이었다.
차마 미안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내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며 하루를 보낸 지난날에 나는 절대로 알지 못할 터였다.
잘못된 줄도 모르고, 아이의 삶을 휘두르며 만족을 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모를 일이었다.
내 손에서 원하지 않는 길을 가야만 했던 인형은 점점 낡아가는데, 단 한 번도 묻지 못했다.
바래진 손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무엇을 잡고 싶었는지 까마득했다.
내가 잊은 꿈을, 갖지 못한 순간을 포기하지 못하고 간직한 죄로 여전히 아이였다.
깨달음 후에 짙게 남은 안개가 시야에서 걷어지면 보였다.
아무것도 담기지 못한, 무엇 하나 남을 수 없이 차가운 빈자리만이 미련을 채웠다.
"구해줘."
하지 못한 말을 대신했다.
나를 향해 끊임없이 전했음에도 비로소 닿은 때에 전부 내려놓고 떠났다.
마지막 꿈을 이루러 훌쩍 사라진 너에게 오직 침묵뿐인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