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야파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 Mar 02. 2024

함께할 때 더 좋은 시간

2024_이야챌린지_016

임시 표지

오솔고등학교.

동아리실.

책상 위에 놓인 해원의 노트에는 이번 안건에 대해 적혀있었다.


-신입 부원 환영회 & 봉사 활동 계획 - 청소?


톡톡.

볼펜의 끝이 물음표에 닿았을 즘.

부장인 하영은 부원들에게 괜찮은 의견을 수렴했다.


"교내 청소가 아무래도 가장 무난하지?"

"그럼 1학년 신입들이랑 구역을 나눠서 하면 될 것 같고. 아. 이건 어때?"


모두의 시선이 소윤에게 집중되었다.

반면 소윤은 자신의 폰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학교도 등산로로 이어져있잖아. 여기 웹툰도 이렇게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상품 주는 이벤트로 진행해서 외부 학생들도 참여하게 하고."

"아, 나도 그거 봤어. 소윤이 의견 괜찮은 것 같은데? 해원이, 넌 어때?"


다른 부원들도 소윤의 의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하영은 차장인 해원을 짚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소윤의 폰을 들여다보던 해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반대. 정확히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벤트 진행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왜? 이참에 다른 애들도 같이 봉사하게 하면 좋은 거 아냐?"

"참여를 도모하는 건 좋지만, 그게 보상이 있는 봉사라면 봉사의 본질을 흐리는 게 아닐까?"

"봉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 제각각인데, 이렇게라도 관심을 얻을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해원의 반대에 의견을 제시한 소윤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런 둘의 공방을 지켜본 하영은 일단 둘을 중재했다.


"둘 다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소윤이 의견처럼 이벤트 하면 좋다고는 생각해. 그런데 봉사 동아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게 좀 그래. 게다가 우리 학교엔 이벤트 동아리도 있잖아. 차라리 그쪽에 협조를 요청해서 하는 거면 몰라도-"


짝.

이번에는 손뼉을 친 부장에게 시선이 모였다.


"바로 그거야. 해원이가 말하는 게 뭔지 알겠어. 소윤이 말처럼 보상을 바라고 봉사를 시작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닌데, 봉사 동아리인 우리가 그걸 부추기는 건 확실히 해원이 생각이 맞다고 봐. 이벤트 동아리 부장이랑 같은 반이니까, 한 번 말해볼게. 아니다. 이참에 데려오자."

"그럼 나도 같이 가."


잠시 후.

의견이 하나로 맞춰지자 부장과 차장이 곧 이벤트 동아리 부장을 데려왔다.


"그러니까 교내에서부터 등산로까지 쓰레기 줍기를 하는데, 거기서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같이 하자는 거지?"

"맞아. 1학년 신입들은 필참이고, 이벤트 동아리 통해서 홍보한다면 외부 인원 참여도 적극적으로 될 것 같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일단 좋은 것 같아. 그런데 상품은 뭘로 해?"


혜리의 물음에 다들 생각에 잠겼다.

아직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봉사동아리 부원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내가 미술 동아리에 친구가 있는데, 지난 학기에 전시한 신발 소품들을 처분할 거라고 들었거든? 그때, 추첨을 통해서 무료 나눔 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아직 안 했으면 한 번 물어볼까?"

"오? 추첨도 괜찮긴 할 텐데, 이벤트성은 이쪽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제발 됐으면 좋겠네!"


타 동아리인 혜리가 좋게 받아들이자, 소윤도 바로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 그거? 지금 논의 중이긴 했는데! 내가 한 번 얘기해 볼게~


미술 동아리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혜리 역시도 자신의 동아리에 의견을 물었다.


-나, 미술 부장 박가영인데~ 그쪽이 더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우리도-

"좋아, 그렇게 할게!"


함께 통화 내용을 들은 하영이 미술 동아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행이다. 뭔가 우리만 제공받는 게 아니라 조금 동등하게? 진행할 수 있어서."

"이벤트 동아리에서도 적극 참여하겠대! 일정만 정해지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겠다!"


동아리 회의가 끝나자 다들 웃으며 해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원은 나가는 소윤을 잡았다.


"저기 소윤아. 아까 내가 말을 너무 차갑게 했지? 미안."

"아냐~ 나야말로 너무 날카롭게 반응한 것 같아. 그리고 난 웹툰 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지점이라 덕분에 배운 것 같아."

"그래? 다행이다. 내가 괜한 걸로 들쑤셨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정말 좋았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오히려 밝게 반응해 주는 소윤의 모습에 안도한 해원이 편하게 미소 지었다.


"그냥 요즘 2학년 올라오면서 봉사의 의미나 본질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고 있었거든. 그래서 딱 그게 생각되더라고~ 그리고 마침 우리 학교에 이벤트 동아리가 있기도 했고! 만약 없었으면 그냥 자체적으로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소윤의 제안을 반대했었지만, 이어진 그녀의 반박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어릴 때는 칭찬을 듣는 게 좋아서, 이제는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계속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마냥 보상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그게 물질적인 보상은 아니었을 뿐.

그리고 소윤의 말처럼 그런 계기로 시작해도 문제 되는 사안은 아니었다.

만약 하영이 중재하지 않았다면 결과적으로 찬성했을지도 몰랐다.


'생각의 틈이 잠깐 생겨서 이벤트 동아리까지 생각이 닿을 수 있었어.'


소윤과 헤어지고 복도를 걷는 해원은 이번 봉사 활동이 기대되었다.

며칠 후.

세 동아리가 협업하는 날.

운동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리했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까지 쓰레기 많이 주우면 신발을 준다는 거지?"

"응. 그리고 참여만 해도 추첨권을 준대."

"그럼 1등 하거나 운이 좋으면 받을 수 있는 거네?"

"그렇지. 이왕이면 최대한 많이 줍는다!"


탁탁.

집게를 받은 수환이 의욕을 내비쳤다.

그에 친구들도 지지 않고 열성을 보였다.

한편 진행 요원으로서 모인 학생들을 보던 해원은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눈을 키웠다.


"이벤트 동아리에서 제대로 홍보했나 봐. 하긴, 저번 전시에서 다들 갖고 싶다고 난리였지? 덕분에 1학년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2·3학년들도 엄청 왔어."


당황한 해원만큼이나 놀란 하영이 흡족하게 운동장을 바라봤다.


"참. 우리한테도 신발 받을 기회, 있는 거 알지? 신입들이랑 외부 인원한테 지지 말자구?"


탁탁.

탁탁.

하영의 집게 소리에 호응한 부원들도 눈을 빛냈다.


"선생님들도 참여가 많아서 놀랐나 봐."

"방송 동아리에서 이거 촬영해도 되냐는데?"

"나는 찬성! 기록으로 남으면 좋지!"


잠시 후.

집합 시간이 다 되자, 부장인 하영은 구령대에 올랐다.


"다들 등산로까지 안전하게! 쓰레기를 줍고 돌아오면 됩니다~ 가장 많이 주우면 예쁜 신발을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주운 쓰레기 중 일부는 미술 동아리에서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 한쪽에 잘 모아주세요~"


하영의 안내가 끝나자 학생들이 일제히 운동장을 돌아다녔다.

이어서 교문을 나가 등산로로 향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등산 동아리는 단체로 왔던데, 이거 완전 불합리한 거 아니야?"

"아냐~ 그 친구들은 이벤트보다 안전에 유의하는 쪽을 신경 써주겠다고 했어."

"진짜?"

"괜히 불안감 조성하지 말라고 임원급들만 알고 있던 거야."


어느새 소윤과 친해진 해원이 숨은 선행을 알려주었다.


"하긴~ 아무리 우리한테 익숙한 등산로여도 쓰레기 주우면서 가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등산 동아리 애들 괜찮네~"


소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등산복을 입은 학생들을 새롭게 바라봤다.

확실히 줍는 것보다는 주변을 신경 쓰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데 왜 나한테 자꾸 소매넣기 해?"

"친구가 그림 그린 신발, 받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내 추첨권도 줄게!"

"네가 나무라도 돼?"


아낌없이 주려는 해원이 싫지 않은 소윤이었다.

같은 부원이었어도 어색했던 둘의 사이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편, 작은 망원경으로 학생들을 보던 용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용수를 확인한 세은도 웃으며 다가섰다.


"애들이 참 기특하네요~"

"한 선생님이 저 신발들을 업체에서 받아왔다고 했죠?"

"네. 아는 지인분이 있어서, 신발 커스텀은 아직도 인기 있는 분야잖아요. 미술부 애들이 하길 바랐죠. 그런데 이게 이렇게까지 올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오솔고 학생들이 봉사와 미술에 관심을 갖겠네요."


용수의 칭찬에 세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노렸던 건 아닌데, 그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아 선뜻 수락한 미술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그녀였다.

한편 창을 통해 내다보던 베이킹 동아리의 부장, 은솔은 생각에 잠겼다.


'이벤트 동아리가 홍보를 잘하네. 저렇게까지 참여한 걸 보면 우리도 그냥 제공하는 것보다 이벤트를 통해 나누는 것도 좋겠어.'


은솔이 협업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참여자 중 한 명인 우희도 눈을 빛냈다.


'봉사 동아리 애들이 생각보다 힘이 좋네~ 부장한테 말해서 같이 일해보자고 할까?'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쉽게 옮기는 봉사 부원들을 보니 마사지 동아리의 차장으로서 때를 놓치지 않는 우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대로 꺼트릴 때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