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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Mar 09. 2024

조이 앤 조커

2024_이야챌린지_019

임시 표지

해피월드, 호러 하우스 앞.

드디어 바깥으로 나온 테일이 얼굴을 풀었다.

고개를 돌리자 자신과는 달리 활짝 웃고 있는 조이가 보였다.


"아~ 너무 재밌었다! 다음엔 진짜 귀신이랑 놀았음 좋겠네~"

"그건 좀…"

"이런 건 하나도 무섭지가 않네!"


조이의 말에 난색을 표한 테일 뒤로 체다가 당당하게 외쳤다.

조커 트럼프의 배짱은 역시 남달랐다.


"그런 거 치고는 다리가 엄청 떨리는데?"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 거다!"

"참나~ 됐고, 이제 뭐 타지? 바이킹?"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낸 조이가 위치를 파악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경로를 짚을 무렵.


"끄아악!"


비명 소리가 덮쳐왔다.

지팡이를 내밀고 있는 주체다.

소품은 쓰지 않는 주의인 그였어도, 예외인 것은 있었다.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마술 지팡이로 간신히 방어했으나, 원체 약한 조커 트럼프였던 그는 곧 밀리기 시작했다.


"비키라!"


체다를 밀쳐낸 테일은 농사로 단련된 힘을 선보였다.

퍼억-

지체 없이 체다에게 달려든 좀비를 떨궈냈지만, 그들이 정면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난장판이었다.


"좀비들이 왜-?"

"정신 차리고, 주체다랑 달리뿌라."


하필 지금 이곳에는 트럼프 중 최약체인 조커와 클로버뿐이었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건 클로버인 자신.

체다의 지팡이를 빼앗은 테일은 각오했다.


'이럴 땐 나도 스페이드 트럼프였으면 좋았을-'


통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마구잡이로 지팡이를 흔드는 그.

그런 테일을 지켜본 조이는 결코 떠날 수 없었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스마일 트로피를 손에 넣을 조커 트럼프로서 등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자신이 리온과 디나처럼 강하진 않더라도.


"뭐하노!"

"나도 싸울 거야…"


공포의 집을 돌 때랑은 달리 떨고 있는 어깨였지만, 그 의지는 분명했다.

그러나 테일의 정신은 아득해져왔다.

그녀라도 살리고 싶었는데.

이대로라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주체다, 얼타지 말고 조이 델꼬 달리라!"


넋 나간 체다를 향해 소리친 뒤, 조이를 뒤로 숨긴 테일이 좀비들을 향해 몸을 내질렀다.

휙휙.

지팡이가 좀비들을 스쳤으나,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카악-"

"윤테일!"

"안 돼, 백조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체다의 손이 조이의 눈을 가렸다.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테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자신의 손이 축축해지는 것을 느낀 체다는 눈을 키웠다.


"야, 설마-"

"치워."

"백조이, 우나?"

"치우라-고? 뭐야?"


어느새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사람은, 테일이었다.

어째서?

상황을 파악하는 조이의 시선이 테일의 어깨너머를 향했다.

익숙한 얼굴이 그녀를 반겼다.


"이리온! 리온이가 왔구나."

"나도 왔어~"

"코코야! 어떻게-?"

"너한테 위치 추적기를 달았거든~ 반디나 쪽이야 걱정 없고, 같이 있지 않았으니까 너 쪽으로 먼저 와야지."


능청스러운 친구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진 조이가 코를 훌쩍였다.

이윽고 앞에 있던 테일의 품에 와락 안겼다.


"진짜. 클로버 주제에 나대지 말라고."

"그치~ 여기서 나댈 건 우리 리온이뿐이지~"


좀비가 접근하지 못하게 날아다니는 남자친구를 보는 코코의 눈이 흐뭇하게 변했다.

한편, 소환한 검으로 좀비의 머리를 싹둑 자르는 리온은 오랜만의 혈투에 한창 몸이 달아올랐다.

혼자서 꽤 많은 수를 처치한 그는 일대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많이도 당했네."

"수고했어~"

"그보다 대체 어째서 좀비가 나타난 거야! 우리한테 교류원에 있으라고 언질도 안 주고!"

"진정해, 백조이. 이제 알아볼 거니까."


리온 역시 이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다른 트럼프라면 모를까, 이런 비상시에 스페이드조차 들은 게 없다니.


"맞아. 다이아의 정보력으로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나 본데, 제대로 파헤쳐야지."

"어쨌든 디나 데리고 교류원으로 가자!"

"인간 친구들은?"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애초에 좀비는!"


조커치고는 냉정한 답변.

아까 테일을 생각할 때와는 다른 태도였으나, 대다수의 트럼프는 그랬다.

반면 다이아 트럼프인 코코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훌륭한 고객들이었는데.

모든 사고가 돈으로 이어지는 다이아다운 생각이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교류원은 1시간 거리네."

"디나만 찾으면 바로 이동하자."


스페이드가 합류하자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지켜야 하는 인원은 넷이나 됐지만, 스페이드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리온에게는 무리도 아니었다.


"디나, 얘는 계속 이동 중이네."

"하여간~ 누가 제로 아니랄까 봐."


금세 상황에 적응한 조이가 평소와는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녀가 안정되자 안심한 테일이었지만, 반대로 그는 진정할 수 없었다.


'그냥 놀라서 그런 거겠지. 좀비들 사이로 들어갔으니까.'


그녀의 포옹에 어떤 의미도 붙이지 않으려 했으나.

올라가는 입꼬리는 주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을 향한 은근한 시선이 있었지만, 그녀는 분명한 조력자였다.

아마도?


'애초에 해피월드로 부른 것도 민코코였고.'


주체다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자신의 마음은 진작에 코코에게 들킨 다음이었다.

오직 조이만이 눈치채지 못한 지금.

애써 나오려는 웃음을 집어넣은 테일은 조이의 뒤를 따라걸으며 경계했다.

아무리 스페이드인 이리온이 있다고 해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몇 분 후.


"반-디나!"

"오? 너희, 같이 있었구나?"


조이의 일행은 디나와 마주쳤다.


"뭐야?"


그러나 그녀의 곁에는 주원 말고도 다른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트럼프들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민코코의 소꿉친구이자, 이리온의 라이벌.


"성노아가 여긴 왜 있대?"


그 말을 꺼낸 것은 주체다였다.


"옆에는 누구고?"

"용병 때문에 왔겠지, 바보야. 옆에는, 인간?"

"내가 왜 바보야! 싸우자는 거야, 백조이!"


유치한 싸움이 시작되려는 사이.

정작 진정한 싸움은 리온과 노아를 가로질렀다.

카앙.

검과 창이 맞물리는 소리에 정신이 든 둘이 고개를 돌렸다.


"아오, 이런 상황에도 싸우고 싶냐?"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민코코, 너라도 말려야 하는 거-"


티격태격 대는 조이와 체다 사이로 껴든 테일이 코코를 불렀다.

무턱대고 싸우려는 둘을 말릴 수 있는 건 그녀밖에 없다고 판단했으나.

코코의 눈빛은 오싹했다.


"이거 세기의 대결인데. 고객이 없네?"

"니는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면 되나?"

"내가 만들어준 컨셉에 매몰된 너보다야."


큼.

헛기침과 함께 물러선 테일이 체다를 남몰래 밀치고 조이를 사수했다.

또 밀려난 체다였으나, 딱히 개의치 않은 그는 이제 뉴페이스에 기웃대기 시작했다.


"?"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조커 중의 조커. 저기 허접한 조커와는 격부터가 다른 웃음 사냥꾼, 주체다라고 한다."

"누가 허접해!"

"반갑군. 인간 친구."


아무리 좀비가 나타났다지만, 아무렇지 않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체다의 모습에 주원은 의아함이 들었다.

어쩌다가 리온의 정체를 들켰을 당시에도 조심스러웠던 트럼프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저래도 되는 거야? 인간으로 알고 있는데도-"

"뭐, 좀비가 나타난 이후니까 상관없지. 이제 못해도 1년 뒤면 트럼프가 장악하는 건데."


답을 마친 디나는 친구들을 향해 움직였다.

좀비는 여전히 돌아다녔지만, 스페이드가 둘이다.

지들끼리 치고받고 있어도 본분을 잊지 않은 그들은 생각보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고요한이라고, 성노아와 함께 넘어온 제로 트럼프야."

"진짜?"

"흠."


디나의 말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조이와 코코.

조이는 단순하게 놀랐으나 코코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모르는 제로 트럼프라, 흥미로운걸?"


돈과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다이아로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로는 트럼프 중에서도 그 수가 적은데, 그렇기 때문에 다른 트럼프보다 파악하기 쉽다.

그럼에도 자신이 모르는 제로가 나타나자 가늘게 변한 코코의 눈이 그를 스캔했다.


"그런데 성노아는 용병이라서 올 수 있다지만, 제로는 왜 같이 왔대? 이런 곳에 투입, 안 시키잖아."

"좀비를 막으려고."


조이의 물음에 요한이 답했다.

착 가라앉은 눈동자가 제로임을 선언했다.


'옛날에 봤던 디나의 눈이랑 닮긴 했네.'


지금이야 생기 가득하지만, 제로는 유독 눈이 죽어있다고 해야 할까.

트럼프들의 절정체인 제로는 참으로 오묘한 존재였다.


"그래? 힘내. 우린 교류원으로 가자."


솔직히 요한의 말은 이해되지 않았다.

하물며 스페이드도 그저 전투 종족이라 좀비를 상대하는 것뿐.

제로 역시도 주로 방관하는 것에 개입하려 하다니.

요한의 사정이 조금은 궁금했지만, 그것보다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좀비는 인간들 결정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적어도 교류원에만 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크림이 개발되어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좀비가 되어 찾아오는 친구들의 미소를 몰랐을 텐데.


'이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인간들이 있는 세계로 넘어와 훗날 트럼프가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좀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고, 비로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으로 지구를 정화한다는 데.


'땅의 신과 맺은 계약이잖아. 인류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거.'


그 수를 줄여서라도.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

원로들의 가르침과 주장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뭔가 틀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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