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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하는 도깨비의 계략
2023_이야챌린지_035
by
이야
Oct 20. 2023
임시 표지
쏴아아.
양칫물을 뱉은 우현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봤다.
턱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이 그의 피로를 증명하고 있었다.
수건으로 대강 얼굴을 닦은 그는 거실로 나왔다.
아침으로 간단히 준비한 토스트를 손에 들고 태블릿을 킨 우현은 뉴스를 확인했다.
정치와 경제 관련 뉴스를 몇 개 읽은 그는 이내 토스트의 마지막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딱히 주목할 건 없군. 그보다 다운 횟수는 늘었으려나?"
접시에 부스러기를 턴 그는 옆에 놓인 컵을 들었다.
꿀꺽.
토마토 주스로 목을 축인 우현은 앱스토어에 들어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게임을 검색했다.
도깨비들.
1인 개발자인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모바일 게임.
"어제랑 같네."
다운로드 횟수에 전혀 차이가 없음을 확인한 우현이 건조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우현이 열심히 만들었지만 아직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못한 게임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식탁에서 일어나 작업용 모니터로 이동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 바로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의 보완할 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역시 홍보를 해야 하겠지. 1인 개발치곤 퀄리티가 나쁘지 않은데 이 정도로 관심을 못 받는 걸 보니."
그도 여러 커뮤니티에 나름 도깨비들에 대해 알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가 자부하는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였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 어제 손보려던 거나 마저 수정하자."
그래도 그는 이 게임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얼마 전 끝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생이 기획한 게임이었기에 끝까지 개발할 수 있었던 우현은 동생의 고뇌가 담긴 이 게임을 통해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게 미리 체크해둔 사항을 하나씩 작업하던 그는 갑자기 모니터에 뜬 에러 표시를 보고 손을 멈췄다.
"뭐지? 명령을 잘못 입력했나?"
곧바로 다시 작업을 재개한 그였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빨간 경고창이 모니터를 장악할 즈음, 창 뒤로 거세게 내리는 빗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비 때문은 아닐 거고."
한껏 쏟아지는 빗소리에 시답지 않은 소리를 중얼거린 그가 이해할 수 없어 모니터를 노려봤다.
그 순간, 창을 뚫고 번쩍이는 푸른빛과 함께 모니터가 크게 흔들렸다.
놀란 우현이 손을 뻗어 잡으려던 때, 엄청난 힘이 그를 빨아들였다.
그의 무릎이 치고 간 키보드만이 책상 아래로 떨어진 채 방에서는 우현의 흔적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허억-"
갑작스러운 힘에 어딘가로 이동된 우현은 숨을 크게 내쉬고 정신을 차렸다.
차츰 정신이 돌아온 그는 주변을 훑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했다.
"옷이 이게 뭐야?"
가장 먼저 달라진 복장에 놀란 우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의복을 둘러보다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도깨비들 복장이랑 비슷하잖아?"
자신이 현재 입고 있는 옷이 동생이 디자인한 도깨비의 옷과 같은 느낌이란 것을 알아챈 그가 나풀거리는 부분을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허? 모니터로 끌려왔다지만 지금 내가 게임 속은 아니겠지?"
여기까지 오게 된 일련의 과정을 되짚던 그가 합리적 의심을 하며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여기 컴퍼니 분위기랑 같잖아?"
팔뚝의 살집을 꼬집은 그는 느껴지는 통증에 현재 자신이 현실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현실이 게임 속이란 사실도 부정하지 못했다.
게임 속 설정을 떠올린 우현이 회사의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한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천 대표님, 대표실로 모시겠습니다."
코너에서 마주한 자의 머리엔 비서란 글귀가 적혀져 있었다.
비서는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멈춘 우현을 보고 기다렸다.
"가,가죠."
생각 정리를 끝낸 그가 비서에게 말하자, 그제야 다시 대표실로 안내하는 비서였다.
비서를 따라 걷는 우현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복장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대표라고 하는 것을 보니 확정이었다.
'내가 도깨비라니.'
도깨비.
이 세상의 절대자인 '진도깨'의 아내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또한 동생의 독특한 가치관으로 탄생한 세계 속에서 도깨비는 진도깨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회사를 운영하는 설정도 있었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도깨비는 그 자질을 의심해 감옥에 떨어질 테지.'
이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상기한 우현은 미처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 때의 문제도 생각했다.
앞으로를 걱정하니 두통이 밀려오던 무렵, 비서의 걸음이 멈췄다.
대표실로 들어온 우현은 상석에 큰 의자를 발견했다.
"책상에 업무 관련 사항을 올려놨습니다. 필요하실 때 호출 부탁드립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나간 비서를 확인한 우현은 망설이다 의자에 착석했다.
푹신한 쿠션이 그를 반겼다.
"후. 동생이 기획하고 내가 개발한 게임으로 끌려올 줄이야. 정말 꿈은 아닌 거지?"
모든 게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우현이 황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래. 일단 매출 현황부터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야겠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한참을 침묵하던 그가 서서히 현실에 적응했다.
비서의 말대로 책상 위에 놓인 파일을 하나씩 확인한 그는 생각보다 세세한 내용에 놀랐다.
"이런 것까지 구현해놓았네."
짧게 감상을 읊은 그는 게임 시스템상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상기했다.
'아. 도깨비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구나.'
88인의 도깨비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한 그가 신음을 흘렸다.
모든 도깨비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서열이 낮은 도깨비는 필수로 가야 했다.
그리고 우현의 서열은 88위.
즉, 이제 막 도깨비가 된 따끈한 신입 대표였던 것이다.
"하필 10명 중에서도 최하위가 될 건 뭐람."
도깨비 서열이 적힌 파일을 펼친 그는 78위부터 87위의 도깨비를 훑으며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1위부터 10위까지의 승급전이 끝나면 후보 중에서 새로이 10명의 도깨비들 선발하는데, 이후 그들의 서열을 능력치와 배경 등의 요소로 정리한다.
그런데 우현은 그들 중 가장 아래로 배정된 것이었다.
"개발자인 내 배경이 어떻게 가장 낮을 수 있단 거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윽박질렀지만 사실 이것이 의미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뭐, 78위였어도 가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사정이 있으면 빠지는 게 가능할 수도 있으니-"
이곳에 와서 한숨이 늘었다고 생각한 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렇게 된 거 감옥 갈 걱정을 할 게 아니라 서열 1위를 찍고 말겠다.'
인터넷 소설을 좋아했던 동생의 영향일까.
이곳의 서열 1위가 될 것을 다짐한 그는 비서를 호출했다.
"만찬에 갈 때 입을 옷 좀 준비해 주세요."
"네! 이번 만찬에서 감히 천 대표님을 무시할 수 없을 의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비서가 분주하게 밖으로 나갔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는데. 뭐, 서열 1위 되려면 화려한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쩌다 자신이 이곳으로 끌려온 건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우현은 그저 즐기기로 결정했다.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아예 모르는 곳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그는 비서가 마련한 옷으로 갈아입고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이런 차량도 내가 언제 타보겠냐.'
리무진에 올라타 좌석에 편히 기댄 그는 쾌적함과 호화로움을 느꼈다.
미끄러지듯 도착한 만찬장에서 내린 우현은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즐거웠다.
자신의 발앞에 창이 꽂히기 전까지는.
아슬하게 피한 창은 하나가 아니었다.
급하게 따라붙은 경호원들의 보호 아래 안으로 들어온 우현의 안색은 파리하게 질려있었다.
'목숨에 위험이 없다고!?'
아직 도깨비가 되지 못하고, 도깨비를 공격해 빈자리를 만들려는 신부들의 존재를 잊은 우현이 자신의 안일함을 마주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예- 무슨?"
흥건한 피를 본 우현이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흠. 88위면서 순진한 분이군요? 자기방어 차원에서의 공격이니 양해할 수 있죠?"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상대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서서히 잦아드는 고통에 그저 살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우현이었다.
'내가 먼저 공격할 줄 알았단 거야? 서열이 꼴찌니까?'
단번에 상황을 파악한 우현이 이를 악물었다.
적개심을 보일 수 없었다.
결국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은 상대였다.
거짓된 호의로 악수를 청하는 상대의 손을 마주 잡은 우현이 괜찮다는 듯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예. 저도 그렇게 했겠죠."
속으로 온갖 저주를 퍼부어댔지만 선의 얼굴을 한 우현이 상대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모든 게 막막할 것임을 예상한 그는 피로 젖은 자신의 상의를 내려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머릿속을 차갑게 가라앉힌 그가 도깨비들의 모든 정보를 떠올렸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많은 데이터에 일순 어지러운 그였지만, 그들의 약점을 간파한 우현은 피의 다짐을 했다.
순한 양의 얼굴로 상대의 하얀 셔츠에 피로 물든 손바닥 자국을 남기면서 여러 계획을 세우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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