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야파티

너로 가득한 순간

2023_이야챌린지_040

by 이야
임시 표지

"분명해. 이건 승부 조작이야."


​나갈 준비를 하던 디나가 이미 사라진 코코의 자리를 노려봤다.


​"네가 이겼는데 뭐가 불만이야?"

"난 정정당당하게 붙었는데, 결국 민코코가 짠 판에 놀아난 거잖아."

"평소라면 코코의 수 정도는 쉽게 읽으면서 이번엔 왜 몰랐대?"

"그건. 아, 몰라. 해피월드나 가자!"


날카로운 조이의 질문에 답하기 곤란했던 디나는 짜증을 털고 화제를 돌렸다.


​"야, 같이 가!"


​먼저 밖으로 나간 디나를 쫓아 조이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편 주원은 뚱한 얼굴로 앞을 노려봤다.


​"내가 왜 니들 사이에 있는 거지?"


​코코와 열심히 꽁냥대던 리온은 주원의 질문에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아, 맞다. 깜박했네."


​리온의 안일한 대답에 인내심이 증발한 주원의 폭주를 막은 것은 코코였다.


​"잠깐만. 다 계획이 있어서 같이 온 거란 말이야~"


​주원과 리온 사이를 가로막은 코코가 그들을 한 상점가로 안내했다.


​"짜잔. 귀엽지~?"

"엄청!"


​주원은 커플 행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둘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이런 거, 조이는 좋아해도 디.나!는 절대 안 쓸걸~"


​코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체육대회에서도 귀여운 것보단 멋있는 걸로 입었던 거 기억 안 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이런 상관?"


​코코가 주머니에서 꺼낸 무언가를 매끈한 볼에 갖다 댔다.

그것을 확인한 주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장사로 돈 버는 내가 눈치 없으면 되겠어? 자자. 미리 구매해서 빼지 못하게 해버리자고~"

"그런데 왜 여섯 개씩이나 사는 거야?"

"후후, 내가 널 위해 조력자까지 불렀다는 거지!"


​결국 코코에게서 다양한 머리띠를 건네받은 주원은 티켓 판매소 근방에서 남 뜨거운 커플 행각을 지켜봤다.


​"코코야, 리온아!"


​어느새 디나의 팔짱을 사수한 조이가 친구들을 반갑게 불렀다.


​"아직 안 들어가고 있었네? 리온이 너 쌤한테 출석 사진 보냈어?"

"아니! 지금 같이 찍어서 보내자!"


​조이의 질문에 답한 코코가 폰을 꺼냈다.


​"우리 반 다른데, 같이 찍어도 되나?"

"뭐, 어때~ 얼굴만 확인하면 되는 작업이잖아! 그럼 찍을게~"

"엇, 잠만"


​찰칵.

카메라 소리에 조이의 신호는 그대로 묻혔다.


​"왜?"


​바로 옆에 있던 디나가 조이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

반면 코코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단톡에 올릴 뿐이었다.


​"쟤, 윤테일 아니야?"

"어. 그러게? 옆에는 주체다까지 끼고 놀러 온 건가?"

"뭐? 주체다?"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막 폰을 집어넣은 코코였다.


​"테일이는 내가 부른 게 맞는데. 아, 이러면 꼬이는데?"

"윤테일이랑 주체다가 누군데?"


​한편 둘을 아는 넷과는 달리, 그들을 처음 보는 주원이 물었다.


​"같은 트럼프지, 뭐. 쟤는 클로버고, 쟨 조이랑 같은 조커."


​둘의 등장에 놀란 조이와 어느새 팔짱이 풀린 디나가 그에 답했다.

주원의 곁에 다가온 그녀는 주원의 손에 들린 머리띠를 조심스레 만졌다.

머리띠의 부드러운 촉감이 좋았던 디나는 한참이나 그것을 붙잡고 있었다.


​"윤테일, 주체다!"

"오랜만에 보네, 가스나."

"한창 토너먼트 준비해도 모자랄 텐데, 생각 없이 놀러 다니다니 실망이닷!"


​조이의 부름에 각각 테일과 체다의 반응이었다.


​"그러는 주체다 너는 여길 왜 왔는데?"


​체다의 말에 화난 조이가 한 마디 하기도 전에 코코가 끼어들었다.


​"그야 해피월드에는 웃음이 가득하니까 연구할 겸 온 거지~"

"아, 그런데 조이는 놀러 온 거라 생각한 거야?"

​"흥. 내 섣부른 판단이었군."


​코코의 지적에 꼬리를 내린 체다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둘 다 이거 받아!"


​코코는 체다가 떠난 곳에 남은 조이와 테일에게 그간 주원이 들고 있던 머리띠 중 두 개를 잽싸게 건넸다.


​"어? 원숭이다. 귀여워~"

"니는 상어네."


​조이의 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테일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리온아! 그러면 우리도 가자고!"

"어야? 이리온, 힘 무지허게 쎄네!"


​둘을 지켜보던 코코가 덥석 조이의 손을 잡고 달리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리온도 테일의 팔을 붙잡고 둘을 따라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어이없게 바라본 디나가 같이 남겨진 주원을 느끼고 중얼거렸다.


​"진짜 저러고 간 거야?"

"갔네. 그보다 이거 고양이 쓸 거야?"


​리온과 마찬가지로 코코의 의도를 읽은 주원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고양이는 네가 써."

반전 없는 디나의 대답에 실망하던 찰나, 디나는 아까부터 만지작거리던 곰 머리띠를 주원에게서 가져왔다.


​"대신 이건 내가 할게~ 기껏 샀는데, 써야지!"

"어? 어. 그렇지."

"이제 애들 찾으러 가자!"


떨떠름한 표정의 주원이 고양이 머리띠 쓰는 것을 지켜본 디나는 먼저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디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주원은 친구들을 최대한 늦게 찾기를 바랐다.


​"얘네, 진짜 안 보이네? 전화도 안 받고."


​그리고 그 바람은 꽤 오랫동안 이뤄졌다.

결국 친구들 찾는 것을 포기한 디나는 주원과 함께 놀이 기구를 기다렸다.


​"흐아, 드디어 탄다!"


​롤러코스터에 오른 디나가 신난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던 주원의 귓가로 직원의 안내가 들려왔다.

기구의 출발과 동시에 들리는 디나의 외침에 기분 좋게 웃은 주원이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꺄아. 재밌었어! 또 타자~"


놀이 기구를 기다리던 때, 주원과 단둘이 있는 걸 서먹하게 느낀 디나였지만 그런 생각은 떨쳐버린 지 오래였다.

그저 한 번만 더 탈 수 있다면 좋았을 디나는 주원과 바깥으로 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읽었다.


"응? 퍼레이드인가?"

"아까 민코코 말로는 이벤트가 있을 거라던데."

"그 이벤트가 좀비였어?"


​디나가 물은 후,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놀이공원을 가득 채웠다.


​"원래 이렇게 전체적으로 이벤트를 하나?"

"엄청 생생하게 준비했네."

"어, 쟤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누구?"


​시끄러운 곳에서도 디나의 중얼거림을 들은 주원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떤 남자애가 좀비를 상대하고 있었다.


​"성노아… 왜 넘어왔지?"


​정말 진짜 같은 피를 잔뜩 묻힌 노아란 남자애가 거슬리기 시작한 주원이었다.

그런 주원의 기분을 모르는 디나는 노아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차마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던 주원도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성노아! 네가 여기 왜 있어?"

"글쎄. 내 분야가 이런 거 전문이라서?"


​주원을 의식한 노아가 돌려 표현했다.

그것을 알아챈 디나는 노아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가를 찌푸렸다.


​"크림도 안 바르고 뭐해? 아무리 놀이공원이어도 무슨"

"일단 교류원 통해서 넘어온 곳이 네가 있는 곳이란 거 잘 알았고, 여기도 이제 시작이네."

"진짜 좀비란 거야?"


​피로 물든 노아의 창을 알아본 디나가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하필 이리온 있는 세상이냐."

"그게 중요해? 너도 알잖아. 여기가 유독"

"하늘 아래 안전한 곳은 없어. 반디나."


​디나를 향해 뻗은 창은 그녀를 지나 부쩍 다가온 좀비를 꿰뚫었다.

그 광경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주원은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안도했다.


​'성노아란 애가 쟤가 아니라 얘였나?'


​그는 디나가 말을 건 사람이 남자애가 아니라 여자였음을 알고 안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전용 무기는 좀 부럽네."

"제로께서 퍽이나."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를 챙긴 디나가 노아의 비아냥에 웃음을 흘렸다.


​"체육대회로 몸 푼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움직일 줄은 몰랐네."


​태연한 디나의 모습을 보던 주원은 친구인 리온이가 해준 얘기가 떠올랐다.

언젠가 이곳에 좀비가 나타날 거란 예고를 믿지 않았던 그는 이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디나 그리고 노아란 여자애와 이름 모를 남자애까지 순식간에 좀비들을 해치우는 그 모습 앞에선 감히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love sig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