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야파티

안에서 밖으로

2023_이야챌린지_041

by 이야
임시 표지

"오, 벌써 올라왔네?"


몸을 돌린 다린의 손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베개 위로 팔을 뻗은 그녀.
일을 마친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을 만끽하려 편한 자세를 취했다.
21세기, 삶의 낙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웹뷰를 클릭한 손가락.
업로드 알림이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건 언제 정식으로 가려나?"

자신이 관심 등록까지 해둔 작품.
거기에 조회 수도 나쁘지 않았다.

"이거 재밌어서 금방 전환될 줄 알았는데, 별 소식이 없네."

오늘도 이렇다 할 관련 공지가 없는 것을 확인하니, 제 일이 아닌데도 살짝 허무했다.
평소처럼 새 회차만 있는 게 좋으면서도 아쉬웠다.
머리를 저은 그녀가 해당 편을 눌렀다.
방은 오래 적막했다.
다린의 집중력은 꽤나 높았다.
그녀가 소리를 낸 것을 한참 후였다.

"뭐야, 왜 이렇게 끝나? 그래서 다음에 헬레나가 어떻게 되는데!!"

마지막 내용에 흥분한 그녀가 곧장 댓글창으로 달려갔다.
다음 화가 시급하다는 리뷰를 남긴 후, 스크롤을 올린 그녀가 전보다 빠른 속도로 글을 훑었다.

"아쉽네, 아쉬워. 연참 안 하나?"

여러 번 새로고침했지만, 그녀가 바라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잠시 후, 손에서 폰을 놓은 다린이 애착 베개를 끌어안았다.

"헬레나가 회상한 이전 삶에서…"

눈을 감은 다린의 머릿속으로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활기를 띤 사회에서 살아가던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자꾸만 떠올랐다.
코로나는 전반적으로 삶과 사회를 달라지게 했는데, 특히 그동안 멀어진 만큼 알게 된 소중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확실히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도 같고, 코로나로 힘든 사람이 많았지만 그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황이 계속 지속되지 않길 바랐다.
제아무리 자신이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인공이 잠시나마 자유롭게 밖을 살아간 것처럼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가득하기를 소망했다.

"그러면 나도 언젠가는 밖으로 나가려나?"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가 현관문을 응시했다.
신발장에 도착한 그녀는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을 보았다.
꾀죄죄한 자신의 모습에 문고리를 향했던 손이 멈췄다.

"택배 때문에 요 앞까지는 자주 나갔어도, 여기서 거울을 본 적은 새삼 오랜만이네."

어느새 자신을 가꾸는 법도 잊은 그녀가 볼품없는 자신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침대로 돌아와 던져놓은 폰을 찾는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쇼핑몰에서 평소에 주문하는 것과는 다른 상품을 본 그녀의 손가락이 버튼을 꾸욱 눌렀다.

"집에서도 좀 꾸미고 살 수 있지."

음식만 주문하던 내역과는 달리 선택된 여러 화장품은 곧장 결제가 완료됐다.
뒤늦게 돈 낭비를 했나 싶어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막상 택배로 받으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그녀가 기다려보기로 결정했다.
폰을 다시 내려둔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고 나니 참을 수 없이 씻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쏴아아.
한껏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화장대에 앉은 그녀가 먼지 쌓인 그곳을 바라봤다.
오랜 시간 쓰이지 않아 방치된 것을 본 그녀의 입가가 쓰게 올라갔다.
물티슈로 몇 번 걷어내고 나서야 다린은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내일부턴 잠을 좀 줄여볼까?"

괜히 상쾌한 기분을 느낀 그녀는 하루 14시간 잠을 자는 자신을 책망하고, 새로운 다짐을 결심했다.
새벽 2시.

침대에 누운 그녀는 10시에 알람을 맞추고, 평소보다 더 빠르게 잠에 들었다.

"1시네."

일어나자마자 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머리를 긁적였다.
8시에 잠깐 깼지만, 그대로 다시 수면에 돌입한 그녀는 알람을 전혀 듣지 못했다.
짧게 자책하던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2시간이나 일찍 깼네. 이제부터 줄이면 되지."

화장실에 들어온 그녀가 치약을 짰다.
여전히 졸렸지만, 열심히 혀를 닦으며 잠에서 깨려고 노력하는 그녀였다.
세수까지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다린은 식사부터 준비했다.

"오늘은 요리 좀 해볼까?"

평소엔 전자레인지만 사용하는 간단 식품을 먹는 그녀였지만, 일찍 일어난 다린은 프라이팬을 챙겨들고 냉장고를 열었다.
우당탕.

오랜만의 사용으로 헤맨 부분도 있지만, 그녀는 서랍장에서 필요한 그릇을 꺼내 음식을 세팅했다.

"뭐, 나쁘진 않네."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본 그녀는 생각보다 괜찮은 맛에 수저를 열심히 입으로 옮겼다.
다 먹고 바로 설거지까지 하고 책상으로 돌아온 다린은 왠지 오늘이 뿌듯했다.

"시작이 좋네. 너튜브나 좀 볼까?"

일을 시작하기 앞서 평소보다 여유가 있는 그녀는 트렌드 분석을 위해 너튜브에 들어갔다.

"이거 소스 좋네."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를 찾은 그녀가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뿌드득.
굳은 몸을 가볍게 스트레칭한 다린은 자신의 운동 부족을 절실히 느꼈다.

"요가 링으로 다리는 열심히 푸는데. 운동을 다니긴 해야 하나?"

건강이 걱정된 그녀는 어깨를 주무르며 고민에 빠졌다.
한동안 운동을 생각하다 실수로 방금 뜬 뉴스를 클릭한 다린은 바로 나가려다 제목을 보고 이어서 시청했다.

"서울에만 13만 명? 나 같은 청년이 엄청 많네."

자신과 관련됐기 때문일까?
홀린 듯 은둔 청년의 실태를 다룬 영상을 보는 그녀였다.
댓글창을 보니 청년에 대한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화를 얘기하는 댓글도 있었다.

"진짜 운동을 하러 갈까나."

쭉 댓글을 훑어본 그녀는 전보다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운동을 결심한 뒤, 댓글창을 닫으려던 순간 새 댓글을 확인한 그녀의 손이 멈췄다.

"링크?"

링크를 누르니 화면은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갔다.

"전시회… 소통 창구. 간식 제공."

고립된 2030세대를 위한 전시회에 대한 소개를 읽어본 다린은 저도 모르게 신청란을 눌렀다.

"소수만 받는구나. 운동도 하고, 여기도… 가볼까?"

고뇌하던 다린은 컴퓨터 옆에 놓인 달력을 힐끔 쳐다봤다.
이윽고 그것을 들고 날짜를 확인한 그녀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가자. 6개월이나 집에 있었잖아? 한 번쯤은 뭐…"

그대로 원하는 날짜에 신청을 누른 그녀는 생각보다 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하며 튀어나오려는 후회를 억눌렀다.
일주일 간, 10시에 일어나는 것을 성공한 다린은 운동하러 밖을 나가는 것도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첫날은 거의 바로 들어왔지만."

그래도 이튿날부터는 집 근방을 뛰고 왔고, 게다가 오늘은 편의점까지 다녀온 그녀였다.
손에 들린 커피를 흐뭇하게 바라본 그녀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오늘이야. 버스도 타야 하고. 흐아. 갈 수 있겠지?"

잔뜩 긴장한 그녀는 오늘을 위해 주문한 원피스를 챙겨 입고도 거듭 고민했다.
막상 가려고 하니 속절없이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다린은 침대에 흘러내렸다.

"다음에 가도 되겠지… 그런데 그때도 그렇게 미루겠지…"

이대로 준비까지 다 했는데 오히려 가지 않을 때 더 후회할 것 같았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약간 구겨진 원피스 끝을 빠르게 매만진 후, 과감히 문고리를 돌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하니 새삼 자신이 밖으로 나왔다는 게 실감이 난 그녀는 주변을 둘러봤다.
마스크를 쓴 자신과는 다르게 대부분이 맨 얼굴이었다.

'나도 벗을까? 음. 일단 그냥 쓰자.'

버스에 올라탄 그녀는 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앉는 의자에 앉은 채 창가로 시선을 둔 그녀가 지나가는 바깥을 구경했다.
버스를 내리니 살랑이는 바람이 그녀를 스쳤다.

"날씨 좋네~"

딱 좋은 날에 나온 다린은 쾌청한 하늘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시회 장소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아진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여기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사람들이 이미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녀도 큐알코드를 찍고 전시회장으로 이동해 팸플릿을 건네받았다.

"청년 화가들의 작품…"

격정적인 그림부터 해서 차례로 전시된 그림을 보는 다린이 그 세상으로 천천히 빠져들었다.
다양한 색상과 색감으로 채워져 화가의 시선과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녀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린 다린은 마지막 작품도 다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와. 진짜 집중해서 봤네."

그제야 따가운 눈을 살짝 비빈 그녀는 전시회장 한편에 마련된 장소로 들어갔다.
그 앞에서 직원이 간식 키트를 건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물건을 받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은 그녀는 들고 있던 팸플릿을 다시 쭉 훑어봤다.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간식과 팸플릿을 같이 두고 사진을 찍은 다린은 오랜만에 자신의 근황을 sns에 올렸다.
거기까지 하자 배가 고파진 그녀는 예쁘게 잘린 샌드위치로 손을 뻗었다.
앙.

달달한 잼의 맛 위로 치즈와 햄이 입안을 기쁘게 했다.
그렇게 한 입 더 먹으려던 다린은 위치 선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필 사람들이 들어오는 쪽을 바라볼 게 뭐람.'

자리를 옮길까?
잠시 고민한 그녀는 혹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고개를 숙였다.
뻘쭘함을 돌리기 위해 폰만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딱히 할 게 없었다.
에어팟을 두고 온 게 후회되는 순간.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바위처럼 묵직했다.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잖아?'

처음과는 달리 어느새 전시회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
고개를 돌린 다린은 상에 놓인 샌드위치 반쪽을 바라봤다.
자신을 유혹하는 자태가 꽤나 먹음직스럽다.
괜스레 떨리는 손에 힘을 준 그녀가 남은 음식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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