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중 8%만이 1월 말까지 살아남는다는데
<2021년 세계경제대전망> 에서 팬데믹으로 변화했을 생활상에 대해 슬라비 찬코바(<이코노미스트지>의 헬스케어 부문 통신원)는 이렇게 썼다.
'어떤 새로운 일을 매일 한 번씩, 2주 동안 계속한다면 자동적으로 하게 된다'고 런던 킹스 칼리지 벤자민 가드너가 습관의 특징을 규정했다.
<하루 5분, 뇌력 낭비 없애는 루틴>에서도 어떤 행동을 매일 2주 정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적혀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그래서 올해는 2주 동안 습관화하고 싶은 행동들을 시도하고, 2주 뒤에 그간의 시간들을 평가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시 2주간 새로운 방법으로 동일한 행동을 반복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2주 간 습관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 그리고 2주 안엔 꼭 마무리하자고 다짐했던 것들은 총 3가지였다.
잠들기 전 30분 동안 핸드폰 보지 않기
인스타그램 3일 1 업로드
정보도서관 만들기
그래서 1월 1일부터 1월 14일까지 핸드폰 메모 어플을 활용해서 매일 위 3가지를 실행하고 있는지 체크해봤다. 그 기록을 토대로 지난 2주를 조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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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습관을 들이고 싶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약간의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미 오랜 시간 자취생활을 해왔지만, 여전히 혼자 잘때는 머리를 대고 누운지 1시간이 지나야 겨우 잠이 든다. 가족이나 친구랑 잘 때는 눕자마자 잠드는 걸 보면 핸드폰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가족이나 친구랑 잘 때는 핸드폰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다 잠드는 경우가 많으니까. 뿐만 아니라 목적도 의미도 없이 유투브 영상을 끊임없이 보게 되는게 개인적으로는 뇌력 낭비의 주된 원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쉴 때 영상을 보거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훑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것들은 전혀 휴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쨋든 지속적으로 정보에 노출되고, 나의 뇌가 그것들을 가볍게나마 습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면 더 잠이 오지 않는 이유일지도.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잠들기 30분 전 핸드폰을 보지 않는 건 정말 힘들었다. 하루종일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데다, 밤엔 친구랑 통화하다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최근 이사를 가게 되면서 퇴근 후에 필요한 물건들을 틈틈히 검색하다보니 잠들기 전에도 핸드폰을 보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 2주 동안은 핸드폰을 아예 침대와 떨어진 곳에 충전시켜두고 잠들려고 한다. 핸드폰 대신 책이나, 일기장을 옆에 두면 핸드폰 대신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다가 잠들기가 더 좋을 거 같다. (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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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 때나 색감이 예쁜 물건들을 보았을 때 인스타그램에 가끔 게시물을 업로드하지만, 3일 1업로드라는 목표를 굳이 세운 이유는 '아웃풋을 전제로 한' 인풋을 하기 위해서다. <하루 5분, 뇌력 낭비 없애는 루틴> 의 저나는 '지금 내가 읽고, 보고, 듣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목표가 있어야만 인풋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실제로 활용가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공감이 됐고, 저자가 제안한 방법 중 하나가 SNS 업로드를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매일 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우선 3일에 한 번씩 업로드를 해보기로 했다. 14일 기준 약 5번 정도 업로드를 하면 됐는데, 1월 10일까지만 해도 총 5번의 업로드를 했으니 목표량은 채운 셈이다.
인스타그램에 무엇을 업로드했는지 기억이 나는가? 라고 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5개 모두가 기억나진 않지만, 3가지 게시물은 분명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3가지 게시물 중 영화 <버드맨>에 대한 리뷰는 영화 자체를 재밌게 봐서 그런지 머릿속에 선명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도 <버드맨> 이야기를 자주 하기도 했다. 영화 자체가 인상깊었고 + 그래서 영화에 대해 열심히 검색해봤고 + SNS에 업로드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3일에 한 번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건 지속 가능할 것 같고,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D
정보도서관은 습관으로 만들고 싶었던 무언가는 아니지만, 보다 효율적인 정보 습득을 위해 한 번쯤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말 그대로, 자신만의 '색인'을 만드는 거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루 5분, 뇌력 없는 루틴 만들기>의 저자가 제안한 방식인데, 자신이 어떤 정보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가를 정리하면 어떤 콘텐츠나 정보를 접할 때 자동적으로 그 정보들을 먼저 캐치하고, 머릿속에 정리한다는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책마다 붙이는 라벨같은 거랄까. 저자가 제안한 대로 총 8가지의 큰 테마를 정하고 테마마다 세부적인 정보 키워드를 적어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정보도서관을 적다보니, '내가 이걸 진짜 관심있어했나?'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아서 억지로 찾아보려고 했던 정보는 아니었나?' 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 정보도서관을 만들면서 그동안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볼 때 어떤 생각으로 그것들을 대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아무 생각 없이 그것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경우도 많았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이 정보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기능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정보도서관을 스스로 써먹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이 온다면 브런치에 남겨볼 생각이다.
새해 결심 중 약 8%만이 1월 말까지 살아남는다고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 8%만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겨우 1월 말 밖에 안됐는데도 8%만 남는다니. 생각해보면 그간 새해 목표를 매번 세웠던 것 같은데, 연말엔 그 다음 해의 목표만 생각하느라 바빴지 과연 그 해의 목표를 제대로 실행했는지는 돌아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12개월이 지나면 연초의 결심이 흐릿하다 못해 아예 증발해버리는 거겠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1월 말까지만 결심을 잘 지키면 연말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닐까. 2주 뒤면 1월 말이 다가오니, 그 때가 되면 올해 결심의 몇 프로나 남아있을지 알 수 있겠지. 적어도 루틴 만들기에 적었던 습관들 중 3가지라도 꾸준히 실행하고 있기를 바라며, 아니 반드시 실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