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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두 codu Nov 16. 2019

우리집은 왜 이럴까?

모두의 여름방학 숙제같은 영화  <우리집>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나도 어릴 때 종종 이런 생각을 했었다. 우리 가족은 왜 이렇게 안 맞는지, 다른 집처럼 사이좋고 화목하게 지낼 수 없는건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각자 행복하게 잘 살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16년 <우리들>이라는 작품으로 첫 장편을 선보인 윤가은 감독이 영화 <우리집>을 통해 다시 우리를 유년시절의 여름으로 초대했다.


출처 - Daum 영화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고민하는 5학년 '하나(김나연)',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고 잦은 이사를 다니는 3학년 '유미(김시아)'와 동생인 7살 '유진(주예림)'이는 여름방학에 처음 만나 친해지게 된다. 세 아이는 서로 보살피고, 의지하며, 연대한다.





집이 짐이 되는 순간


아이들에게 각자의 집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다. 가족 이외의 유대관계가 거의 없는 아이들에게 가족과 집은 인생의 전부다. 어쩌면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애쓰는 사람은 아이일지도 모른다. 한 집에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하나는 스스로 가족의 아침을 챙긴다. 부모님이 다투고 있어도, 오빠가 화를 내도 굴하지 않고 말한다. '밥 먹어'라고.


하나(김나연 분) 출처 - Daum 영화


어머니는 가사와 직장일의 이중노동에 힘들어 하고, 아빠는 자신도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억울해 한다. 하나는 엄마의 고생을 덜어주고 가족을 봉합시키기 위해 요리를 한다. 이런 하나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더 아프기만 하다. 하나가 가족을 위해 애쓸수록 어긋나기만 한다. 가족들은 밥을 먹자고 하고,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하는 하나를 외면한다. 가족은 아빠와 엄마, 오빠에게 있어서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렇게 우리집의 무게는 어깨를 무겁게 한다. 집과 가족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 짐이 되고만다.



우리가 남이야? '우리 언니'


세 아이가 만나 유대를 쌓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나온다. 마치 우리의 추억 속에서 금방 꺼내 놓은 것처럼 반짝거리고 따듯하다. 하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는 유미와 유진이를 돌보는 큰언니가 된다. 단순히 요리를 해주고 놀아주는 것 뿐만이 아니다. 또다시 이사를 갈 상황이 닥치자 힘이 닿는대로 방법을 고민하고 도와준다. 그렇게 하나는 유미와 유진이에게 큰 의지가 되어준다. 새로운 유대관계가 아이들에게 생겨난 것이다. 서로의 집을 지키기 위해 슬프도록 열심히 뭔가를 하는 모습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이렇게 무모할 정도로 용기 있게 문제와 맞선 적이 있던가?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용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

유미(김시아 분) 출처 - Daum 영화

결국 유미네는 당장이라도 집을 빼야 할 상황이 된다. 부모님은 전화도 받지 않으신다. 하나와 유미와 유진이는 부모님이 계신 해변으로 떠나기로 한다. 부모님 없이 그렇게 먼 곳을 가려니 유미는 불안하다. 속도 깊고 철도 든 것 같지만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이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하나에게 고민이 있냐고 물어보아도 하나는  대답을 피할 뿐이다. 하나언니는 고민이 있어 보이고, 길은 잘못 들고, 핸드폰 마저 잃어버리는 등의 문제에 부딪치자 불안과 걱정이 폭발하고야 만다. 하나 또한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화가 난다. 하나는 남의 일에 신경 끄라고 하지만 유미는 이에 우리가 어떻게 남이냐고 대답한다. 남이라고 부를 수 없을만큼 가까운 관계가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생겼다. 유미와 유진이에게 하나는 이미 '우리 언니'다.

출처 - Daum영화


등에 지고 가는게 아니라 딛고 나아가야 하는, 우리집


어느 집이든 크고 작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집의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픈 문제가 될 수 있다. 집을 위해 아이 홀로 애써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실의 집은 상자로 얼기 설기 쌓아 만든 집처럼 쌓는다고 쌓아지지도, 고친다고 고쳐지지도, 밟아버린다고 쉽게 부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아이에게도 새로운 관계가 생길 것이다. 결국 우리의 집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하나하나 빠져나가고, 새로운 '우리'가 생긴다.

출처 - Daum영화

무겁고 쓸모 없는 짐이 되어버린 종이집을 마침내 부숴버렸을 때, 아이들의 이상은 부서졌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아픈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아이들은 자란다. 무겁게 등에 지고 갈 필요없다. 밟고서라도 한발씩 나아가면 된다.


우리집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밥 한번 함께 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끼니를 함께 하는 식구가 되기를,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우리 밥 먹자"라는 하나의 말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가슴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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