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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Dec 13. 2023

이런 껌딱지가 또 있을까


"아냐 아빠가아-."

"어휴, 오빠! 빨리 나와-."


 이런, 내 씻을 틈이 없다. 나도 지금 샤워 중인데. 


 아이가 요즘 유난이다. 세상 이런 껌딱지가 없다 싶을 정도로 아빠붙이다. 엄마를 서운하게 할 만큼. 


 25개월을 넘기니 자아가 싹트면서 행동거지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마음씀씀이에도 아이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두돌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그저 팔팔하고 호기심이 풍성한 아이였다. 침대에서 점프는 예사고, 안마의자에 올라가 앉더니, 위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아래 앉은 내게 뛰어 안기는, 정말로 팔팔하고 겁이 없다는 말 밖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아가였다. 그런데 두돌이 넘기고 나니 갑자기 아침에 이불을 쥐고 통곡을 할 기세로 울며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잠이 좋다, 잠옷이 좋다며 침대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덕분에 한 2주 간은 아이가 11시, 12시 넘어서 자는 수면거부의 고행의 시간이 도래했다. 다행히 이 고행은 2주만에 끝나, 지난주 토요일에 롯데월드에 다녀온 그날, 마지막으로 자정을 넘겨 잔 것을 끝으로, 9시가 되면 아이가 졸리다며 잠을 청하러 나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이제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날 때나, 잠을 청할 때나, 샤워를 하고 나서 몸을 닦고 로션을 바를 때까지도, 무조건 아빠를 찾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에게 안아달란다. 분명 이 고집이 발생하기 전까진, 자기가 걷는 효능감을 만끽하며 함께 집을 나서, 엄마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등원을 하던 아이다. 그런데 이젠 어찌저찌 침대에서 아이를 꺼내는 데에 성공하고 나면, 무조건 아이를 내가 안아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서 엄마가 잠깐 안는다. 


 잠을 잘 때는 퍽 귀엽고 우스운 모양이다. 자기 수면이불의 네 모서리 중, 보다 많이 손을 타 검게 때가 타고 부들부들해진 특정 두 모서리가 있다. 그 두 모서리 부분을 두 손에 꼭 그러쥐어야 한다. 어둠 속에서, 그리고 아이가 몸을 문대느라 이리저리 뒤집어지고 엉클어진 이불사위에, 내가 잘못 쥐어주면 "이거 아니고오-."라며, 다른 모서리를 찾는다. 2/4의 확률을 뚫고 잠시의 소란 끝에 두 모서리를 맞게 쥐어주면, "안아죠요."라며 내 몸에 올라타 눕는다. 마치 나는 고양이를 몸 위에 눕힌 집사 마냥, 아이를 내 몸 위에 눕힌, 침대가 된 모양새로 아이를 재운다. 행여, 아이가 몸을 뒤척이느라 내 몸 위에서 떨어질 모양새가 되면 재빠르게 잡아서 내 몸 위에 고이 올려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수면유도의 터널에 순식간에 밝은 불이 들어온다. 


 가장 난감한 것은 샤워를 시킬 때다. 태어난 이래로 내가 저녁에 집에 없을 때를 제외하곤 무조건 내가 씻기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도 이제 아빠와의 샤워에 인식이 고착되어, 이 한달쯤 전부터는 샤워를 한 다음엔 아빠의 품에 안겨서만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바른다. 내가 욕실 뒷정리를 하느라, 혹은 나도 재빠르게 씻어보겠다고 엄마에게 아이를 들려보내면 밖에선 난리가 난다. 물기를 닦아주는 엄마의 손길을 벗어나 다시 욕실로 쪼르르 들어와 내 다리에 매달린다. 그러면 나는 새까만 살결을 타고난 이 고집쟁이를, 무릎위에 올려 머리의 물기부터 닦아주어야 한다. 로션과 잠옷입히기의 공정까지 끝나고 나면, 내 바지는 물기에 로션에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 껌딱지가 또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행복하게 하다보면, 다들, "그러다가 이제 아빠 모른척 한다-."라며 웃으며 말을 건낸다. 그럼 행여 내가 서운해하기라도 할까. 가지를 흔드는 바람은 계절에 따라 그저 찾아올 뿐이고, 아이의 자라남은 내 팔의 길이를 언제고, 자연스레 또 자유로이 벗어나기 마련일 따름이다. 그때가 되면 내게 남은 애착일랑 버려두라고 하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고, 여전히. 아이는, 또 제 날개로 내 품을 떠났다가 제 날개짓으로 또 아빠의 품을 찾고, 또 그렇게 쉬다가 떠나가게 되겠지. 


 그저 삶이란, 그렇게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에, 나와 아이라는 관계의 차선이 하나 둘 더 생겨나는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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