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점도 호불호도 뚜렷한 <천문>

주제의식과 각색 / 편집과 연출

by 공존

1. 고증에 메이지 않은 좋은 각색

완성형 군주였던 세종의 약점을 묘사하는 것은 부담이 있는 도전이지만 극의 긴장감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미 <나랏말싸미>로 거하게 욕을 먹었던 사례가 코앞이라 공개에 두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싶었고 영화를 보면서도 초중반까지 의구심을 품었는데 중반부부터의 전개로 이런 의혹은 해소된다. 세종의 아우라에 얽메이지 않고 시대상황과 소재를 잘 활용하여 괜찮은 각본을 뽑아냈다.


2. 선명한 주제의식이 거기에 녹아들고

주체적 국가를 꿈꾸는 세종과 그 꿈을 함께 이룬 벗 장영실의 우정을 스토리에 잘 녹여냈다. 극 초반에 안여사고와 명의 천문학 개입 사건이 터지면서 전개가 훤히 보인다 싶었고 실제로 대부분은 예측가능하게 흘러가는데, 그 사이에 주제의식이 빛난다. 북극성과 천문지도를 활용한 여러 장면들이 감동과 함께 자주국 조선왕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3. 그러나 편집이 뒤로 갈수록 별로라서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이걸 감동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할 정도다. 감초 3인방이 대체 왜 긴장감이 절정에 달해야 하는 후반부에 알을 까고 있는지 감독에게 꼭 물어보고 싶을 정도. 그리고 중반부의 큰 변동 이후 신료들과의 힘싸움도 흐지부지, 맥이 풀리는 전개에 인물들의 행동이 납득조차 잘 되지 않는다.


4. 연출력의 오르내림

빼어난 발명이나 천문 관련 연출에 비해 신료들과 세종의 대립, 클라이막스의 의금부 국문씬 전체가 여어어어엉 별로다. 이미 편집 문제로 개연성도 상당히 훼손된 마당이라 특히 후반부 연출은 여어어어엉 문제가 심각하다. <덕혜옹주> 후반부도 그런 문제가 좀 있었는데 아무래도 통속적인 장면에선 감독의 창의력 자체가 봉인되는 경향이 있다.


5. 그래서 결론은

나쁘진 않은데 특출난 작품도 아니다. <사도>처럼 편집을 능수능란하게 했다면 좋았을 것인데...고증을 잊게 만드는 좋은 각색도 결국 영화의 근본은 편집과 연출에 있다는 사례가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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