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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y 28. 2024

아빠 여기 왜 아파? 으응 반찬 만들려고.

향긋한 봄의 마무리랄까

"아빠 여기 왜 아파?"

"으응, 반찬 만들려고."


 딸네미가, 검게 물은 내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보고 연거푸 묻는다. 


 머우를 까는 건 힘이 든다. 5천원어치, 철원에서 자연산 특산물 매장이 나온 걸 한봉지 사다가 한 3,4일이나 미루다가 어느날 밤에 육퇴를 하고는, 설거지를 하고는, 자정을 넘어서 할까말까 할까말까하다가 마침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머우나물을, 만들기로 작정을 했다. 


 충청도 출신인 우리집에서는 머위를 머우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들었으니 나도 머위라고 안하고 머우라고 부른다. 머우는 씁쓸한 맛이 밥도둑이다. 그러나, 철을 타는 나물인데다가 엄마에게 해달라고 하기에도 품은 드는 음식인지라 양껏 먹는 일은 드물다. 한번은, 구례까지 가서 지리산 흑돼지 구이를 먹다가, 반찬으로 머위가 나오길래 거푸 얻어먹인 일이 있다. 


 머위. 머우. 이름이 뭐가 됐든, 보게 되면 사지 않을 수 없고 밥상 위에 놓으면 손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그 맛. 그리고 사는 김에 취나물도 샀다. 머위도 곰취도, 그냥 된장에 가볍게 무치기만 해도 한 없이 달갑다. 

 취나물에 머위에 두봉다리를 손질하느라 30분이 넘게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나물을 좋아하지만 만드는 건 싫어하는데, 손이 다대하게 많이 가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기를 썰어서 조물조물 묻혀서 탕수육을 만들고 말지, 나물 같은 걸 손가락이 아리도록(실제로 3,4일간 엄지손톱이 퍽 아팠다. 퍽...머위.) 손질도 일이고 그걸 물을 올려서 데치는 것도 일이지. 짜내서 물빼는 것도 일이지. 묻히는 것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식, 이렇게 맛깔난 머우에 취나물을 먹게 된다면, 역시나 나물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고사리나 도라지보다도, 머위에 취, 방풍나물 같은 게 제맛이다. 산내음 풀내음, 쌉쌀함에 향긋함. 

 무치는 것도 간단해 좋다. 파 쫑종 썰어놓고 거기에 마늘, 참치액, 엄마표 된장이면 끝. 된장찌개를 안좋아하는 바깥양반 탓에 찌개를 끓일 일은 잘 없다. 지독한 편식가인 바깥양반에게는 차돌된장 말고는 집된장을 먹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애니웨이. 엄마된장과 함께, 석석 무친다. 먼저 머우. 그리고 취나물을. 


 다만, 으레 나물이란 그러한 법이지만 서도, 무쳐서 담고 보니 공기밥 그릇 정도로 작다란 용기에 쏙 들어간다. 취나물도 머우고, 처음의 그 풍성한 모양새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둘이 합쳐 40분을 넘게 손질했는데 말이다. 적잖이 양은 작다. 밥도둑들이라, 먹다보면 홀홀 어느새 사라지고 마는 것들을.


"아빠, 근데 왜 여기 아파?"


 딸아이는 또 또 묻는다. 같은 질문을 당연한듯 반복하는 네살박이다. 나는 아직도 손톱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아이의 입에 머우를 넣어줄 알을 생각한다. 아직은, 그 씁쓸한 맛을 모를 것이고, 네가 그 맛을 알게될 나이가 되면, 아이라고도, 내 품에 안길 시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나만큼 나이를 먹어야 그 쓴맛을 알 수도 있고, 취나물의 향기도 은은한 생들기름의 맛도, 알게 될지 모르겠다. 


 음...그때가 되면, 머위대는 딸에게 까달라고, 해볼 순 없을까. 아빠는 아프다. 나물을 까기엔 짧은 손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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