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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Oct 15. 2024

세상엔 맛집이 많다. 나는 맛집 안테나가 있고.

의정부 태화관 고기국밥

- 샘 뭐 시켜드릴까요?

- 음...국밥 뭐뭐 있는데요?

- 돼지국밥, 순대국밥, 순대만 국밥, 살코기국밥 또...

- 그럼 순대만으로 해주세요. 특으로. 

- 넵. 


 식당에 먼저 당도한 일행이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메뉴를 들어본 뒤 순대만, 특으로 주문을 했다. 옆에 내 차를 얻어타고 가던 부장님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순대만 들어가야 또 먹어주는 거야?"

"네에. 음-...기대치가 있는 식당인 경우엔, 다른 분들이 시키신 게 있잖아요. 비교도 하면서 식당 평가도 해보려고요."

"아하- 역시 전문가답네."


 전문가라. 맛집에 대해서라면 그냥 나는 "일반인 수준에서 좀 먹어봤다." 정도라 생각한다. 뭐 내가 흑백요리사 나온 식당에 가볼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오늘 오랜만에 부서 사람들 여러명이서 점심을 먹게 되었고, 늘 그렇듯 장소는 내가 점지하게 되었다.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명이 만족할만한, 주차도 가능하고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을 몇가지 골라 다른 샘들에게 보냈다. 그중에, 날씨가 서서히 선선해지고 있는 마당이니, 돼지국밥과 순대국밥을 함께 파는, 태화관이라는 새로 생긴 식당에로 합의가 모아졌다. 의정부 신시가지. 그- 먹을텐데에 나와서 단박에 유명맛집이 되어버린, 내가 발굴했던 소중한 식당 별미순대국에서 걸어서 한 7,8분 걸리는 자리에. 혹시 별미 순대국에 가려다가 재료소진이라거나 줄이 많다거나 해서 먹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를 와도 후회는 안할 것이다. 

"음?"

"시켜놨어. 샘이 순대만으로 먹는다길래 우리도 맛 좀 보려고."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먼저 자리를 잡은 선생님들이 모둠 순대 하나를 가운데 놓고 담소 중이다. 나는 스윽 보고 1차 평가를 마쳤다. 수제는 아니다. 하긴, 수제로 순대를 만드는 이를테면 별미순대국 같은 곳은...전주에나 깔려있겠지, 일반적으로는 어딜 가나 드물다. 좀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닌데다가, 그까이꺼 공장에서 잘 나오는 거 발주해서 쓰면 될 걸 공연히 순대를 만들 일이란 말이다. 


 다만 수제 순대와 공장제 순대를 데워서 먹는 것에는 일반적으로 한가지 차이가 발생한다. 원래 순대는 삶아져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서빙될 때에도 수분이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공장에서 받아오는 순대는 삶기까지 해서 내진 않기 때문에, 서빙될 때는 수제 순대보다 현저히 수분이 적다. 입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수분의 차이로 맛에서 큰 결격이 되진 않기 때문에 식사를 하기엔 문제는 없다. 다만 알고는 먹어야, 값을 하니까. 


 요 태화관이라는 식당은 최근에 생겨 근처 공무원들이랑 직장인들을 제법 끌어모으는듯하다. 하기사 그럴 것이, 상권도 의정부 신시가지로에서 좋은 목에 속하고 돼지국밥, 살코기국밥, 순대국밥, 순대"만" 국밥까지 구색을 갖추어 놨으니. 메뉴를 보아하니 육수는 돼지 살코기로 내는 모양이다. 아무렴. 돼지 사골보다야 고기육수지.

 부추, 깍두기, 김치. 무난무난하다. 그런데 다만 부추는 챔기름 내음이 제법 괜찮다. 한 두입 맛을 보면서 가게를 둘러본다. 여기는 근데 최근에 생긴 집 답지 않게 홀에는 테이블, 안쪽 내실에는 좌식이 되어 있다. 술 먹기 괜찮겠다. 요즘 세상에 이렇게 미닫이문으로 공간까지 구분이 잘 된 좌식이라니. 여기에서 술국을 이렇게 시켜서 수육과 앉아서 먹다보면 배가 불러오면 앉은 그대로 몸을 뒤로 확 기울여 벽에 등을 기대고, 몸을 반쯤 뉘인 상태에서 노곤노곤 술기운을 느끼고 있다보면, 


 그대로, 겨울밤일 테지.

"샘 내가 숟가락 잡아줄게. 줘봐."

"어, 어어. 그 그럴 필요까진..."


 음식은 썩 괜찮은 속도로 나온다. 한거번에 6명의 음식이 모두 서빙되었다. 내가 받은 순대만국밥을 휘휘 저으며 새우젓도 넣고 하며 사진을 찍으려 한 술 뜨는데 옆자리의 동료가 거든다. 나는 마지못해 숟가락을 넘겼다. 그리고 나서 사진을 찍고 나서야 국물 맛을 본다. 깔끔하다. 다만 순대가 너무 뜨거울 것이므로, 천천히 먹어야 한다.

 

 그리고 몇 숟가락 국물을 더 맛본 다음에, 이제야 생각이 난 듯 부추무침도 넉넉히 넣어 설설 저었다. 챔기름 내음이 꽤 잘 올라와서, 퍽 조화롭다. 


"마음에 드시나요?"

"음...괜찮네요. 이정도면 맛집."

"아하하 아주- 만족스러우시겠어?"


 장난스럽게 옆자리의 동료가 내게 미소 섞인 눈초리를 계속 보낸다. 이정도 순대국밥이면 훌륭하지. 나는 천천히, 뜨겁디 뜨거운 순대와 함께 깔끔한 국물을 먹기 시작한다. 이게 만 천원. 가격도 괜찮아. 사람들은 나처럼 순대에 진심은 아니기 때문에 모둠순대도 결국 두개가 남았다. 나는 식사를 다 마친 뒤에 그 두개의 순대도 다 먹어버렸다. 


 무엇보다도 고기육수라, 그 끈적한 돼지육수 특유의 느낌이 없이 몹시 깔끔하면서 달큰한 육수라, 입에 기르기가 감돌지 않는다. 역시, 세상에 맛집은 많아. 그리고 나는 이런 집을 찾는 안테나가 있고. 


 뭐 이렇게 얘기해도, 별 것도 아닌 것이다. 요즘 세상에 맛집 찾기가 얼마나 쉬워.

"어잇, 이 이런 젠장."

"왜애?"

"아...점심...계란...셀프..."


 일행보다 늦게 식당에 들어가느라, 계란후라이를 해먹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걸 몰랐다. 아차차...계란 후라이 하나 터억 해서 그 육수에 처억 얹어서 마치 수란처럼, 그렇게 먹었더라면. 그렇게 먹었더라면...


 내일 또 와야징. 


 이라고 말하고, 나는 공사가 다망하여 못 가고 있다. 가고 싶다 태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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