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타오르는 꿈이 손짓하네, <F1 더 무비>

그러니까 탑건:버릭도 이런 식이라고?

by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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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니 머릿속에 울리는 것은 저 먼 옛날 SBS에서 방영하던 <사이버포물러>의 윤도현 버전 오프닝 곡.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테지만, <F1 더 무비>는 리얼한 모터스포츠물이라기보다는 여러 군데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구도를 보인다. 다만 그 구도가 F1이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그에 걸맞는 자본이 결합된 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며, 50대의 중년을 주인공으로 하며 나름의 주제의식을 던지고 있다는 것 정도.


같은 모터스포츠 장르물 아래에서 바라보기에는 <포드 V 페라리>라는, "시네마"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개봉한 게 고작 6년 전. 그에 비하면 <F1>은 사건 전개의 구석구석이 깊은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러닝타임을 늘리려는듯한 일부 사건은 억지로 전개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은퇴한지 30년이 넘은 천재 드라이버가, 최약체 팀에 가입해서, F1이라는 전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들이 모여 겨루는 340km/h의 경쟁 속에서 승리자가 되어야 하니, 조미료를 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그렇게, 최고급 스테이크에 조미료를 아낌 없이 팍팍 친, 거기에 가니시와 사이드로 이것저것을 좀 과하게 얹은듯한 요리 한판. 그렇게 해서, 관객이 만족하였을까? 하면,


그것은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적어도, F1의 머신들, 그 미친듯한 속도처럼 꽉 짜여져서(물론 그 짜임새가 "훌륭한" 것이냐하면 그렇진 않으나) 전개되는 이야기에 우리의 눈과 심장은 흥분을 느끼고, 주인공의 질주에 몰입하고,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엔진의 굉음에 크나큰 희열을 느낀다.


이 "조미료스러움"이 이 훌륭한 영화를 시네마와 팝콘무비 사이에 가두는 문제로 남는다. 브래드 피트를 배치하더라도 덜 무리수스러운 설정 정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고 반복되는 갈등도, 보다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창의적이긴 하지만 굳이? 스러운 초반의 작전들은 조미료로서는 이해가 가나 그 다음 국면으로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으며, 사건은 다수가 억지로 만들어진 뒤 편의적으로 해결된다. 긴밀하게 스토리 안에서 긴장과 갈등을 해결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이어지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마구잡이로 사건을 터트리고 또 다음 사건이 앞 사건을 형해화하는 그런 구조의 영화인데, 감독의 전작인 <탑건:매버릭>처럼 F1또한, 익숙한 사람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소재들을 택해 글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진짜 진지하고 피튀기는 레이스는 후반부에 배치된다. 그럼 그 앞에서 다양한 변주를 가해야 하는데, 실제 F1 레이스에서 펼쳐지는 전략을 특유의 룰과 함께 설명하려면 관객들이 따라가질 못한다. 영화는 340km의 속도로 달리는데 반복되며 변주되는 레이스들은 관객의 이해를 고려해 시속 60km 정도로 달리면, 극이 어찌될까? 피트에서조차 엔진을 쉬지 않는 F1 레이스의 정신 그대로, 영화의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레이스 장면들에 변주를 가하기 위해서는 소니의 기상천외한 기행과 전략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듯하다. 이러한 초반의 막장 전략이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되면서 최종전에서의 사건 역시 납득되게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중반부의 레이스 묘사가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제리 브룩하이머가 나이도 나이이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양반인데 잘도 이 비싼 스테이크에 이런 조미료 장난질을 용인했다 싶은 느낌. 헐리우드에서조차 이런 스피디한 사건 전개를 따라오다니, 세상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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