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 낙 낙지 온 곱새’스 도어

곱창 사기 참 힘들었다는 것을 배운 이번주

by 공존

아오 빡쳐. 세번, 아니 네번이나 곱창을 사러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낙곱새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장을 보러 간 날, 낙지와 새로 양파 한묶음, 파도 한단 샀는데, 곱창이, 곱창이, 곱창이 없다.


낙곱새에 곱창이 없다니 말이 되나. 그런데 더 열받는 건 내가 이 마트에서 3주쯤 전에 냉동곱창을 여기서 샀었단 말이지. 그건 손질까지 잘 해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집에서 곰탕에 넣어서 몇번 끓여낸 참이다. 아니, 3주전에만 해도 있었던 냉동곱창이 왜 없대. 나는 마트 정육코너를 하염없이 맴돌다가 바깥양반을 언제까지고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일단 마트 바깥으로 나왔다.


"내가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응?"

"아...그, 마트에 보면 양념돼서 냉동으로 파는 거 있잖아. 그거라도 쓸까."

"오빠 좋을대로 해."

"아...스트레스 받네."


이날은 아란치니를 만들어 달라고 바깥양반이 말했던 날이다. 즉, 나는 이미 아란치니를 TV에서 보기 전에 낙곱새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냉동 생곱창을 사지 못했으니, 대신 양념된 냉동곱창이라도 사면 될 것이다. 어떻게든 사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집 근처 작은 마트에서 시도한 두번째 곱창 구매도 실패. 아니 양념된 것도 왜 없을까. 오븐이나 전자렌지에 잠깐만 돌려서 먹을 수 있는, 그 불맛 나는 곱창 같은 거 있지 않나? 있을 것 같은데. 있을 것 같은데 하며 또 정육코너와 냉동코너를 빙빙 돌다가 차로 돌아왔다.


"없어?"

"응."

"아 그럼 하지마 힘들잖아."

"아냐. 낙곱새 할거야."


왜 나는 낙곱새를 만들자고 마음을 먹은 걸까. 알 수는 없다.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먹으면 하지 않으면 못견디는 성격이 엉뚱한 요리에 꽂혔다. 사실 나는, 낙곱새를 먹어본 적 조차 없는데.


- 아 빡쳐

- 응?

- 또 없어.

- 아 하지 말라니까 ㅋㅋㅋ

- 아 내가 찾고 만다.


세번째 시도도 실패. 이번엔 학교 앞 마트였다. 양념된 레트로트여도 좋고, 냉동생곱창이어도 좋은데 대체 왜 안팔까. 집에서 소곱창으로 요리를 해 먹는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워낙에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예전처럼 집에서 무엇이든 해먹는 사람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많이 줄어버린 것인가.


자...그렇게 집 앞 정육점까지, 총 네번의 실패를 한 끝에, 가장 확실한 해답인 재래시장에 가기로 했다. 가끔 친구와 술안주를 사거나 하러 지나다니는 길에 소 내장을 파는 정육점을 몇번이나 본 터였다. 주차가 불편하고 해서 가지 않았을 뿐. 그리고, 정육점에서 생 곱창을 사면 그걸 또 손질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할지 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횡재다! 한 근에 7천원에, 손질까지 꽤 말끔하게 된 곱창을 샀다. 내가 곱창 있냐고 묻자 정육점 사장님은 "어디에 쓰시게요?"라고 물었고, 나는 "음, 전골이요."라고 답했는데, 굳이 용처를 물은 것으로 봐선 얼렸다가 해동되어서 신선도가 좋지 못할 녀석인 것처럼 생각됐다. 그런데 의기양양 집에 와서 봉지를 뜯어보니 냄새도 하나도 안나고 신선도도 꽤 좋은, 게다가 한근 600g이 한 줄로 이어진 꽤 좋은 곱창이었다. 기름까지 싹 손질되어 있다! 이정도 품질이라면 호주산이어도 좋고 미국산이어도 좋다. 이곳 시장 정육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몇바퀴나 헛걸음을 한 나의 모자람이여.


그래도 혹시나 끓이면 냄새가 날까 싶어 양 끝을 묶어 밀가루루 박박 실컷 문댄 뒤 또 박박 닦아서 냄비에 넣고 초벌로 끓이기 시작했다.

아차. 그런데 양쪽 묶음이 풀렸다. 처음에는 꽤 안정적으로 데쳐지던 녀석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부풀어 오르자 양쪽이 순서대로 톡톡 풀렸댜. 내 곱!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황해서 얼른 젓가락으로 붙들어서 막았다. 그 상태로 냄비에 넣어서 젓가락으로 집은 채로 곱을 익혀볼까 했는데 잠시 뒤엔 반대쪽 매듭이 푹 하고 터지면서 주황생 곱이 주르륵 새버렸다. 한숨을 쉬면서 볼에 찬물을 받아 곱창들을 모두 건져냈다. 양쪽 끝을 다시 두번씩 동여매고서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여전히 두개의 실수를 했는데, 오래 끓인다고 끓인 뒤에 건져냈는데 먼저 곱창이 충분히 부드러워지지 않아서 나중에 상당히 질겼다. 씹어도 씹어도 풀어지지 않아서 나중에 한참을 고생했다. 곱도 중간토막은 덜 익어서 흘러나왔다. 초발을 얼마나 끓여야 하나. 다음엔 정말 마음 놓고 푸욱 끓여야겠다. 그리고...원래는 미림이라던가 생강이라던가를 같이 넣고 끓였어야 하는데, 설거지를 병행하며 곱창을 끓이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곱창은 조금의 냄새도 나지 않았고, 냄새잡기를 빠트린 댓가를 치르지 않았긴 하지만, 글을 쓰며 생각하니 상당히 끔찍한 실수다.

단촐하게 애호박에 양파, 대파만 썰어서 육수에 넣었다. 육수는 사골곰탕을 포장해와서 집에서 양지를 끓인 육수와 합쳐서 두고 두고 먹는중이다. 바깥양반이 곰탕을 좋아해서 특히 아침 밥상을 차리기가 수월하다. 그냥 국물을 팔팔 끓여 거기에 중면을 바로 넣고 삶아먹어도 그만. 아차.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깻잎을 안넣었다.


맵지 않게 해달라는 바깥양반의 부탁이 있었고, 나도 낙곱새를 만들어보는 것은 물론 먹어보는 것도 처음이라 일단 채소들이 익혀지는 동안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간을 했다. 고춧가루를 반숟갈 넣고 간을 보고, 또 반숟갈 넣고 간을 보고. 아 곰탕국물을 오래 끓여 짜다. 물을 더 붓는다. 다음엔 고추장. 호박이 조금 부드러워질 때쯤 반숟갈을 떠서 젓가락으로 살살 푼다. 그리고 잘 섞어 맛을 봤는데, 음- 이정도면 괜찮다. 설탕 약간. 그리고...


고민하기 싫어서 그냥 라볶이 하고 남은 라면스프가 찬장에 하나 보이기에 까서 살살 뿌렸다. 여기에 오기까지 나는 충분히 정직하고 충분히 성실했다. 국물을 잡으려면 후추든 간장이든 생강이든 찬찬히 넣으면서 잡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딱 그만큼의 화룡점정을 위해서 이미 곱창에, 낙지까지 손질을 한 나를 더 몰아붙여야 할까? 라면스프 딱 반봉이면 된다. 여기에다가 무슨 자연주의를 고집하겠다고 조미료를 안쓰겠다는 건 그냥 고집일 뿐이겠지.

그러나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할 건 낙곱새 중에 첫째, 낙지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푹 익혀선 안된다. 국물 간을 맞춘 뒤에 물을 약간 더 붓고 먼저 곱창을 넣었다. 곱창에 국물이 충분히 배어지도록. 초벌로 익힌 곱창의 절반을 넣었으니 300g정도일 텐데, 양이 뭔가 애매하다 싶다. 화기가 인덕션이라 넓은 냄비가 없어서 일부러 후라이팬에 낙곱새를 끓였는데, 둘이 먹기엔 확실히 많은 양인데 뭔가 비주얼적으로 딱 예쁜 양은 아니다. 어쩔 수 없지. 남은 곱창을 잘라서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집어넣었다. 원래 비가 무지하게 퍼붓던 어느날 낙곱새를 해보겠다고 생각한 거였는데, 다음에 비가 오면 낙곱새를 해야지.


아차, 다시 낙지로 돌아가야지. 곱창을 끓이면서 두번쨰는 새우를 넣었다. 코스트코 냉동새우 봉지를 뜰었는데 한주먹 가득 정도 되는 양이다. 곱창보다 좀 많다. 그런데 끓이고 나면 수율이 상당히 떨어지는 재료기 때문에 그냥 확 부어버리기로 했다. 대신에 국물은 좀 더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낙지는 죽어있는 생물을 네마리에 만원에 샀다. 어제 샀는데 김치냉장고에서 반냉동상태로 하루이틀 새에 냄새가 조금 난다. 밀가루에 박박. 남은 두마리는 낙지 볶음밥을 할 생각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낙지 내장이다. 서해의 환경오염 때문에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걱정으로 내장은 손질해서 긁어냈다. 쭈꾸미의 내장(머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 낙지는 10여년 전의 중금속 뉴스 때문에 걱정은 좀 된다.


어쨌든, 새우가 완전히 익을 때 낙지 두마리를 아낌없이 끓고 있는 전골에 투척한다. 또 두시간 가까이의 고행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필요 이상으로 가열되어 낙지 다리들이 작아지기 전에 열심히 딱 60초만 뒤집은 뒤에 후라이팬을 들어서 식탁에 놓았다.


"바깥양반!"

"응? 아 깜짝이야."

"다 됐어! 빨리 나와! 대박이야!"

"응."


그 사이 바깥양반은 집정리, 빨래널기를 하고 침대에 빨려들어간 상태. 내가 소리를 왁 지르자 호들갑스럽게 잠에서 깨서는 대꾸를 한다. 나는 따끈따끈한 새밥까지 밥솥에서 퍼내서 상에 두었다. 김치만 꺼내면 된다. 아 그 전에, 참기름 살짝.


그렇게 내 인생 첫 낙곱새가 완성되었다. X=낙지 Y=곱창 Z=새우로 해서 공모전에 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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