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실수를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 - 지식, 기능, 태도에 이어서, 이번엔 그것을 과정의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동은 실수를 왜 저지를까요? 지식, 기능, 태도의 각 영역이 외부환경을 통제하기에 미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이겠죠. 예를 들어 구구단을 "외울" 수 있는 암기력이 발달되지 않은 아이에게, 혹은 암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단지 초등학교 2학년의 교육과정이라고 하여 일괄적으로 그것을 강제하고, 못한다고 해서 저학력자로 낙인 찍는 것이 우리 교육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과정의 측면에서 실수 - 이제부터 용어를 조금 바꿀까합니다. 제목에서도 보듯이 과학과 철학의 관점이니, 조금 더 학술적인 용어로 써볼까요. "미성숙"이라고 표현을 바꾸어보겠습니다. 자아. 과정의 측면에서 미성숙을 한번 따져보지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동이 아직 한글이 미숙하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도대체 부모는 뭐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을 것입니다. 기술과 교육수준의 발달로 다들 당연히 초등학교 입학 한~참 전에 한글은 떼고 들어오니까요. 만으로 다섯살을 넘기면 한글을 넘어서 간단한 한자 독해와 역사 지식에 대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자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도 볼 수 있죠.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반적인 아동의 발달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이가 한글을 못하면 그 이전에 학부모의 역할을 따지듯, 아동이 보여주는 미성숙한 모습에 대하여 이전 과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것은 아동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양육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을 읽는 시간, 흥미를 갖는 활동, 좋아하는 것에 대한 반응 등을 살펴보고 아동의 발달 단계를 다른 아동들과 비교하며 미발달 영역을 찾아내서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자료가 있어서 하나 소개시켜드리려구요. 고등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8단원에 마침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어서 해석본을 그대로 게재합니다. 능률교과서 영어(김성곤 저)의 "10대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라는 지문입니다.
진행자: Clarkson 박사님, 먼저 저희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Clarkson 박사: 물론입니다. 우리가 거의 즉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사실 우리의 뇌는 어떤 것을 결정하기 전에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특수한 뇌세포인 뉴런들은 우리 뇌 속에 상이한 구조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그 구조들이 그 모든 신호들을 감정한 이후에, 우리의 신체에 해야 할 일들을 전달하는 회신을 보내죠.
진행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이 모든 사람의 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나나요?
Clarkson 박사: 사람은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만 십 대와 성인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뇌가 12살 즈음에 최대 크기에 다다르기 때문에 그 무렵에는 뇌의 성장이 완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연구들이 뇌의 어떤 부분은 이십 대 초반까지 계속해서 발달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것은 십 대들의 뇌가 여전히 자라는 중이고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십 대들이 위험한 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매우 흥미롭네요! 십 대들의 뇌와 의사결정 간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시죠.
Clarkson 박사: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은 미리 생각해보고 위험 요소를 평가하도록 돕는 뇌 영역보다 먼저 발달합니다. 따라서 십 대들은 그 영역에 대단히 많이 의존하게 되는데요, 이는 십 대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보다 감정과 본능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십 대들은 보통 그들의 행동의 모든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결국 후회하고 말 선택들을 하죠.
진행자: 그렇다면 박사님 말씀은 십 대들은 뇌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아서 감정에 기반한 선택들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군요.
larkson 박사: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십 대들의 뇌는 다른 중요한 변화들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의 뇌는 끊임없이 뉴런 사이에 약한 연결고리들을 찾아 제거하고 있죠. 예를 들어, 십 대들이 독서나 실험,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면, 뇌는 그러한 활동과 관련된 연결고리들을 제거할 것입니다. 일단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들의 뇌는 다른 연결고리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십 대들이 참여하고 있는 활동들이 그들의 뇌가 발달하는 방식을 형성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Clarkson 박사: 바로 그렇습니다. 이것이 십 대들이 참여하기로 선택하는 활동의 종류가 특히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만약 한 십 대 청소년이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겠다고 결정하면, 뇌는 그 연결고리를 강화하겠지요. 반면, 그 학생이 온종일 인터넷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기로 선택하면, 그러한 연결고리가 대신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십 대들이 좋은 습관을 기르려고 더 열심히 노력할수록, 그들 뇌 안의 그러한 연결고리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시청자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Clarkson 박사: 만약 우리가 청소년기를 단순히 성숙해가는 과정으로만 간주한다면, 그것을 그저 지나가는 단계로 치부해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십 대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성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기는 새로운 재능들이 나타나도록 돕는 중요한 변화가 뇌 안에서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는 그저 견뎌내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 삶에서 그들이 많은 자질과 능력을 발달시키고 그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진행자: Clarkson 박사님,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오늘 나눠주신 정보가 가정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들이 미래에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The Dr. Brain Show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좋은 밤 보내십시오!
짧은 지문에 중요한 정보들이 압축되어 있어 뺄 것이 없이 전부 올렸습니다. 자녀교육에 관심을 둔 한부모님이시라면 당연히 뇌과학, 인지심리학 등에도 관심을 가지시겠죠. 그런데 꽤 재밌지 않나요? 과학의 관점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미성숙한 행동이 이렇게 간단히 해명된다니 말이죠.
위 글에서 중요하게 취해야 할 아이디어는 다음의 네 가지입니다.
1. 뇌는 20대 초반까지 발달한다. 결정적 시기 가설!
2. 청소년의 뇌는 감정통제영역이 이성통제영역보다 먼저 발달하고, 그로 인한 불일치로 인하여 충동적 행동을 보인다.
3. 미성숙 단계에서 청소년의 행위는 반복에 의해 강화되며, 습관이 인지과 인격에 영향을 미친다.
4. 그러나 이 과정을 성숙으로 향하는 미성숙의 과정으로 보기보단, 다양한 변화를 겪는 그 자체 중요한 시기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중 네번째, 마지막 단락이 조금 흥미롭군요. "우리는 십 대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성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라니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흥미롭게도 이러한 과학의 관측결과를 뒷받침하는 교육철학이 100여년 전에 나타난바 있습니다. 존 듀이로 대표되는 진보주의 교육학입니다. 존 듀이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성장의 일차적 조건은 미성숙이다. 이것은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발달되지 않은 면이 있어야만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말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미성숙’이라는 단어에서 접두어 ‘미(未:)’는 단순히 비어있다거나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어떤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능력(capacity/용량)’과 ‘잠재력(potentiality)’이라는 용어가 이중의 의미, 즉 소극적(negative) 의미와 적극적(positive)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따로 떼어놓고 이 글만 읽어본다면 꽤 어렵지만, 먼저 위에 나온 뇌과학에 대한 지식을 읽고 나니 조금 이해하기 쉬우시죠?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이기에 뇌 속의 뉴런 연결고리들이 재결합, 재구축됩니다. 미성숙 상태이기 때문에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어떤 집중해서 개발 육성해야 할 역량이 있다면 그만큼 뇌가 미성숙되어 있어야 하고, 역량의 공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미성숙은 성숙의 다른 말, 실수는 성취의 다른 말인 것입니다.
또한, 미성숙에는 소극적인 의미와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 역시 과학 지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어떤 활동을 반복적으로 하면 해당 뉴런을 중심으로 연결고리가 강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겠지요? 반면,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임하는 활동도 있을 것입니다. 관심을 아예 두지 않는 활동이 아니라 젓가락질, 언어습관, 시간개념 등 아이가 환경적응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접하는 활동에서도 뉴런은 강화됩니다. 이처럼 적극성이 없는 활동영역에서도 뉴런은 강화되며, 이 과정에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습관화가 되느냐에 따라 이후의 학습의 경과도 달라지므로 이 소극적 영역 또한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성숙과 미성숙을 뇌과학과 교육철학 양쪽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것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지요. 그런데 현대의 진보주의 철학은 뇌과학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과거의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들이 현대의 뇌과학, 심리과학을 통하여 실증적으로 변모한 것이 지금 설명드린 듀이의 교육론과 같은 진보주의 교육론인 것이죠.
이 "미성숙한 성장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듀이의 교육철학의 "성장의 연속"의 원리를 소개드립니다. 학습자들이 이러한 미성숙에 기반하여 경험-반성-개념화-실습, 다시 경험-반성-개념화-실습-재경험으로 자신의 인지체계를 구축해간다는 이론입니다. 이것을 위에 설명된 뇌과학에 접목해볼까요?
우리에겐 아동의 뉴론을 유의미한 역량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발달시킬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동들에게 그런 행동을 집중적으로 반복시킬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겠죠.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열쇠가 있습니다. 바로 경험에 이은 성찰, 성찰에 이은 개념화, 그리고 실험입니다. 경험과 성찰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개념화는 필요하겠네요. 쉽게 말하면 가설 설정의 단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성을 지나 아이가 외부 사물이나 자극에 대해 다각도로 탐구해나가는 단계죠.
수채화를 예를 들어본다면,
그림을 그림(경험) - 물을 잘못 써서 종이가 울어버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방지해야겠다고 생각함(성찰) - 물감과 물을 어떻게 써야 종이가 울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색을 낼까?(개념화) - 좋아 그려보자!(실험)
이 정도로 설명드릴 수 있겠네요. 그럼, 이 각 단계에서의 학부모, 양육자의 조력으로 풍성한 성찰과 개념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구요. 미성숙의 중요성을 강조드리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