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실수를 바라보는 양육자의 자세

지식의 측면, 기능의 측면, 태도의 측면

by 공존

앞에서는,

전통적인 교육관이 갖는 한계, 다시 말하면 지식/기능/태도 3가지 영역에서 우리가 지식을 중시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 왔고 세 영역을 단절적으로, 그리고 불균형하게 인식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육체노동을 노예에게, 철학을 귀족들에게 맡기던 관습이 로켓을 타고 달까지 날아가는 이 시대에까지 남아있는 것이지요. 기능과 태도를 지식의 틀로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다이닝 에티켓 같은 "귀족교양"이 따로 개발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태도는 민주화된, 그리고 빠르게 변해가는 미래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죠.


반대로 지식과 기능과 태도를 학습의 모든 국면에서 두루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본격적으로 지식 습득과 학력경쟁에 올라서는 학령기 아동들에 대해서는 사려깊은 양육태도가 요구됩니다. 아이의 행동이 예측불허로 크게 변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아동의 실수, 시행착오, 문제 상황을 지식/기능/태도의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이것이 바로 교사의 가장 큰 역할이기도 합니다. 교사들은 학급당 2,30명의 학생을 샘플로 두고 다양한 아이들을 비교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녀 하나 하나의 특성에 대해서만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는 부모님들에 비해서는 나은 여건이죠.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말 그대로 지식습득에 문제가 있어서 발달이 지체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할까요? 학습자의 기존 지식 수준과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으니 방치하면 학업결손이 누적됩니다. 아이가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학습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학습시간을 천천히 늘려가야하겠죠. 그러나 아동의 학습시간을 늘린다는 것은 아이의 자유를 그만큼 제약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이의 태도 측면에서 학습의욕을 북돋아주어야죠. 많은 가정에서 아이에게 선물을 약속하거나 일상적으로 칭찬과 격려가 수반되며, 아이의 줄어든 여가시간과 자유를 보상해주곤 합니다. 그럼 끝일까요? 아이의 기능적 측면을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잘하는 기능을 찾아내서, 그것을 격려해주면서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그 기능과 연결에서 학습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체기능과 인지기능, 언어기능이 미발달된 것은 없는지도 알아보고 조치를 취해야 하겠죠.


어떤 학생은 지식, 품성이나 기능면에서 완벽히 정상이고 심지어 우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본인도 갑갑하고 억울하죠.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학습법에 문제가 있거나 학교교육의 평가방식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경우입니다. 학습법을 교정하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지식의 기본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현실세계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합니다. 성격이 순해서 수용적이고, 그래서 수업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은 잘 하지만 거기에서 한발짝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요. 확고하게 자기 주관을 갖는 것이 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야 목표가 생기지요.


학습 태도 역시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EBS 다큐프라임 <시험> 편에서는 시험 성적을 잘 거두는 학습자를 둘로 구분했습니다. "warrior"와 "worrier"입니다. 시험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고 즐겁게 임하는 학생과 시험에 대해서 부담이 큰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는, 정 반대 성향의 두 사람이 장기적으로 높은 학업성취를 얻는다는 연구인데 꽤 재밌죠. 균등학 지식과 기능 수준을 갖춘 학생이라 해도, 태도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학업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지점입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성격 때문에 아동들은 성장을 하며 점차로 자기표현의 욕구를 상실하게 됩니다. 이런 태도 영역에서의 손실이 아동의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동의 지식, 기능, 태도를 종합적으로 함양하고자 하는 자세는 아동의 실수를 다루는데 있어서 쉽사리 지식 중심의 해석으로 빠지는 부모님들께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처방의 성격이 강하지요. 아이들에게는 매번의 시험이 한번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미 성적표는 찍혀서 나왔고, 그 성적표에는 아동의 기능과 태도는 드러나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관점을 한번 더 바꿔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동의 시행착오가 아니라 아동의 역량이 발현되는 과정을 지식, 기능, 태도로써 한번 살펴볼까요.


흥미, 사고, 습관

아동의 학습을 흥미, 사고, 습관으로 접근하는 관점이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 될 수 있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흥미는 태도 영역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죠. 아동이 세계에 대해 느끼는 호기심입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평생학습의 전 과정에서 흥미가 바로 학습의 시작입니다. 영어로 흥미는 interest이고 다시 말하자면 "사이에(inter)"-"놓인것(rest)"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풍성한 아이가 학업에도 적극적임은 말할 것도 없겠죠.


이 흥미를 어떻게 함양할 수 있느냐가 첫번째 고민이 되겠습니다. 학습의 주체인 아동이 자기를 둘러싼 사물과 현상에 접근을 하는 징겁다리를 되도록 많이, 자주, 또 탄탄하게 깔아두도록 해야겠죠. 그럼 다음 단계는? 사고입니다. 지식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죠. 흥미를 갖고 학습내용에 접근한 아동이 그에 대해 해석을 하고 이해를 해보는 과정이죠. 여기에서는 이전의 학습경험이 굉장히 크게 좌우합니다. 그물이 촘촘해야 작은 물고기도 잡히는 것처럼, 학습은 아동의 지식세계에 한 줄 한 줄을 더해나가는 과정이죠.


사고작용을 통하여 분석과 이해가 된 아동은 다음단계로 습관을 형성합니다. 기능의 영역이며 외부 세계를 통제하는 아동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행동의 반복을 통해 효과적인 행위양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당장 시험을 예로 들더라도 시험에 익숙해지고 습관이 형성되는 것에만도 꽤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시험이 아니라면 "역량"으로 접근해 볼까요? 영어공부만큼 좋은 비유가 없습니다. 한국식 영어교육의 문제죠. 흥미 없이 지루하게 문법지식과 독해능력만 키워놓으니, 그것이 언어습관으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최종적으로, 영어에 대한 지식은 넘치게 소유하고 있으나 영어 역량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한국 학생이 태어납니다.

간략하게 설명드린 것입니다만 흥미, 사고, 습관이 학습과 역량, 지식습득에 미치는 영향이 이처럼 중요하니 아이들의 세가지 학습요소인 지식, 기능, 태도를 고르게 기르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결 뜻을 모으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 과정들을 하나로 엮어 볼까요?


흥미, 수행, 반성, 재구성

학습과 실수(시행착오) 그리고 지식의 재구성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동은 먼저 외부세계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태도) 학습경험으로 사물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지식) 적절한 행동양식을 습관화합니다(기능). 이 과정에서 당연히 시행착오도 생겨나겠죠? 아동은 미성숙한 존재이며 과제는 아동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아동의 현재 수준보다 높게 책정되어 부여되니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당연히 발생하게 되는 시행착오로부터 학습경험을 최대한 뽑아내야 합니다.


1차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지식의 문제인지 기능의 문제인지 태도의 문제인지 고찰을 해보고, 양육자가 교사가 적절히 학습조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동은 자기 객관화를 하기 어려운 입장이기도 하고, 적절한 지식수준, 기능수준, 갖추어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어른이 명확하게 전달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양육자/교사의 학습조언이 있은 뒤의 2차 수행과정에서도 먼저 태도 영역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자신의 실수와 그 개선점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두번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그리고 재수행 과정에서 지난번 있었던 부족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지식), 효과적인 수행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기능) 그리고 끝이 아니죠. 수행, 반성, 재수행의 연쇄는 아동의 공부습관으로 평생동안의 성장을 이끌어갈 동반자가 됩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빠질 수 없는 성장의 층층 계단들이죠. 지식 중심의 접근으로 태도와 기능 영역을 간과해버리는 어른들 아래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로서 아이를 가르치며 깨닫게 된 것을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아동을 망치는 가장 나쁜 버릇은 부모의 "안돼!"라고 말하는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학습경험의 원리로 바라보면 아동에게 나쁜 시행착오나 실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아동의 학습경험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과 코칭이 없이 시도 자체를 막아버리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 때부터는 학습의 동기를 상실합니다. 실수는 곧 경험이고 경험 없는 학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실수가 아이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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