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 눈이 부시게- <교사가 되려 합니다>

독후감

by 공존

코로나로 인하여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진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관계의 상실이었다. 정상적인 수업 속에서 나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에게 활동을 부여하고 그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풍성한 관계맺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관계의 연결고리들은 아슬아슬한 조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당장 교실에선 모둠수업이 금지되었고 수행평가조차 비말을 우려해 구술식이 아닌 필기 중심으로 하도록 지침이 내려왔다. 모둠수업이 없는 개별화 환경에서 필기 중심으로 평가를 하며, 절반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마스크를 쓰고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나는 1년이 모두 지나도록 아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관계성이 사라지도록 구조화된 교실과 수업 환경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보면 슬프게도 아이들이 경험한 단절을 충분히 메우지 못했다. 평가가 이번에도 문제였다. 1학기 동안의 시행착오를 발판으로 삼아 여름방학 동안 오픈채팅방에서 영어활동을 다양하게 시켜주었는데 이내 타 학급과의 비교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내가 들어가는 다섯개 학급과, 내가 들어가지 않는 다섯개의 학급. 둘의 수업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지만 오픈채팅방에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한 수업활동이 내가 지도하지 않는 다섯개의 학급에 대해선 차별이고 특혜였던 것이다. 매일 매일의 영작활동조차, 그것이 평가와 연계될 여지가 생기니 감히 말을 꺼내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결국은 평가의 공정함이라는 장벽 앞에 이번에도 나는 걸음을 멈춘 것이다.


이정도면 충분할까? 나는 최선을 다했는가? 최선을 다한 것도 충분한 것도 아니라면 그 기준선은 어디에 세워져야 할까? 슬프게도 경기도교육청 연구원에서 실시한 코로나 교육환경에 대한 조사에서 초중고 모두 동일하게 15%의 교사들이 코로나 온라인 수업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초, 중, 고 서로의 상이한 교육목표와 아동의 발달 단계 등으로 상당히 차이가 생기게 되는 교사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일하게 15%라는 수치가 표집된 것은 인간 사회의 근원적 속성을 보여주는 일말이기도 했다.


어떤 한계를 극복하여, 코로나라는, 입시라는, 평가라는 장벽과 사회적 억압과 불공정한 사회구조에도 극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이 교사에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교사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사회 재생산의 기재인 교육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실천자이고 정책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듀이는 한 인간이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승시키듯, 하나의 사회가 끊임없이 다음 세대를 탄생시키고 교육을 시킴으로서 계속 존속해나간다고 보았고, 교육은 하나의 육체 안에서 벌어지는 신진대사와 같은 기초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교육은 신경망이고 혈관이다. 뉴런이고 전기신호다.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신체가 조화롭게 기능하듯 역동성과 균일성의 조화를 이룬다.


동시에 교사는 정책의 최전선 수행자다. 교사들이 없이는 교육과정, 교육내용, 교육평가는 실현될 수 없다. 교육이란 활동은 추상적인 계획과 목표를 교사라는 주체의 행위를 통하여 물리적 실체로 전환시켜 이끌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사의 다종다양한 성품과 성격, 역량과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 실천자, 수행자임과 동시에 사회적 구성체의 핵심 연결기관으로서 교사의 역할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동체의 큰 관심과 주의를 요구한다. 그것이 한국사회라면 더욱 더.


신간 <교사가 되려 합니다>의 가치는 그러한 교사의 가치와 요건을 강연 수준의 쉽고 간명한 어조로 복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교사가 내일의 교사에게 던지는 10가지 질문"이라는 부제처럼 교직의 진로동기, 교직의 기본요건, 교육관, 교육과정 혁신 등의 굵직한 분야에서 저자의 깊은 인식과 최신의 담론을 함께 펼쳐내고 있다. 교사 혹은 예비교사가 다른 책에서도 쉽사리 얻어낼 수 있는 다른 챕터에 비해 저자인 윌리엄 에이어스의 핵심 메세지로 꼽을 만한 챕터는 2장과 10장으로, 각각 교사의 성장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는 무엇인가? 가르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교사들 스스로가 자신이 정책 수행자이며 자신의 품성에 따라 교육의 질이 실제로 상승 하강한다는 사실이다. 교실의 개선과 교육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사 자신의 정체성과 품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품성 중에서도 배움과 성장을 실제로 경험하고 실현하고 있는 살아있는 주체여야 한다. 뛰어난 지식을 축적하고, 훌륭한 학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들 그런 역량들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수여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학력과 경력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직업으로써의 교직 능력에만 예산을 투여해 교사를 배출해도 교육정책은 수행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경제발전 시기에 우리는 그렇게 해 왔다.


교사 자신의 배움의 실천과 성장의 지속은 정책 단위의 또다른 고민이기도 하다. 시대는 계속 변화하고 교육기관은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후대에 전수한다는 그 근본적인 보수적 속성 탓으로 끊임없이 노화하고 위계적 속성과 권위주의를 향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가는 교사들로 하여금, 점점 나이차이가 발생해나가는, 그리고 그만큼 정서적 감정적 괴리도 함께 커져가는 학생들을 올바른 배움의 길로 이끌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최신화되는 교육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


책의 나머지 여덟개 챕터는 유치원 교사, 중등교사, 대학 교수까지 교직의 거의 모든 현장 경험을 갖춘 저자의 풍성한 경험에서 뽑혀나온 가장 핵심적이고 생생한 교훈들로 채워져 있다. 교실환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학부모와는 어떤 관계를 만들며, 또 전인교육으로서 학생이 자신의 생각으로 현실을 맞아들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인간이 되도록 할 것인가? 책의 메세지가 진취적이면서도 간결해서 갓 사범대학에 입학한 예비교사들이 읽기 좋지만, 현장의 교사들에게 오히려 가치가 클 것 같다. 책이 다루는 분야가 방대한 것에 비해 그것을 논증한다기보다 당위성을 강조하고 실천 지침을 알리는 방향으로 주로 짜여져있기 때문이다. 예비교사들 입장에선 당장의 시급한 티오나 임용고사 문제에 비하여 추상적인 메세지로 들릴 수 있다. 반면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사라면 책의 내용에 공감하며 자신의 길을 다시 잡아가기에 좋을 것이다. 넉넉한 판형으로 200페이지 정도의 작은 분량에서 발생하는 한계일 수 있다. 쉬우면서도 구체적이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도 쉽지만, 책의 메세지를 내면화하기엔 아주 많은 성찰의 시간이나 현장의 경험이 필요하다.


곧 3월이다. 나는 처음으로 단독 수업을 주당 2시간짜리로 하나 맡았다. 덕분에 대학원 수업 시간표에서도 자유를 좀 잃었다. 고교학점제라는 첨단의 정책환경으로 교사의 역할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완전히 내 자유에 일임되어 있는 하나의 수업과, 다른 교사와 분담해서 가르쳐야 하고 그래서 자유라곤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다른 수업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혼자 살아야 자유롭고 함께 하여 자유를 잃는 학교공동체 속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큰 고민을 매 차례 요구한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이 순간보다 더 나은" 교사가 되려 한다. 그런 교사가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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