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사회성과 4.16에 대한 단상

학생부종합전형은 바뀌었어도 우리의 삶의 요건은 바뀐 것이 아니라

by 공존

2012~2013년 고양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동아리활동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캠페인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청소년 동아리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과 환영을 받았고 맞춤맞게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이 개시되면서 전국적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참여 열기가 다시 불붙었다. 동아리 학생들이 만들었던 기억의 팔찌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 공유되었고, 고양시 청소년들의 활동에 호응하듯 전국 여러 학교에 사회참여 동아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돕기 활동이 이어졌다.


나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 2015년에 사회참여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역사알리기 활동과 모금활동을 했다. 연말엔 학생들을 데리고 광주 나눔의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동아리를 개설하고, 활동을 구상하며 끝임없이 "신상품"을 뇌까렸다. 아이들에게는 주체성과 자발성을 촉구했지만 나 스스로는 동아리 활동의 저변에 학생들의 대입을 위한 스펙쌓기가 상당히 큰 목적으로 깔려있었기에 그들이 생각할 수 없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사회적 캠페인을 오로지 스펙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것이다. 다른 동아리에서 했던 비슷한 사회참여캠페인으로는 대입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스펙이 되기 힘들 것이었다. 올바름과 이로움을 동시에 택하는 것은 현실적인 수단이지만 사회참여 활동을 지도하고 그것을 생기부에 기재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일말의 양심의 갈등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11046255_409856365891979_5682767318482202258_o.jpg 신상품. 손글씨 쓰기 활동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시켰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과연 내 생각과 많이 다를까? 따져묻지 않았으니 알 수 없다. 동아리의 십수명의 아이들 중 진실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의지와 일본에 대한 분노로 이런 활동에 참여한 아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개는, 처음에는 작은 호기심과 색다름에 대한 선망으로, 그리고 점차적으로는 학종에서의 차별적인 활동기록을 추구하며, 사회참여 동아리 활동은 이어졌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여러 활동들이 큰 주체성을 보이지 못하고 허물어진 일도 있었다.


4.16 참사 후 학교 내에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구안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4.16 참사에 대한 애도의 글과 시와 노래를 모아 이들에게 순위를 매겼다. 그 순위는 수상기록이 되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올라갔다. 연례행사처럼 학생들의 추도는 모아졌고 비행기는 쏘아졌고 노래는 반복되었다. 국가적인 추모, 비극에 대한 애도를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재구성하여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정착하는 게 학교의 고민이고 업무였다. 대개의 학교가 그러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아니, 안산시에서는 해마다 세월호 영상을 공모하고 포상을 했다. 교육청에서도 그러했다. 뿐만 아니라 한 해에도 십수가지의 주요 행사들이, 교내 수상실적으로 치환되고 그것을 디디고 학생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손을 뻗었다.


순수하지만은 않은 동기. 순수하지만은 않은 활동. 순수하지 많은 않은 추수. 그러나.


이런 양상은 한국 학교의 시민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매년 세월호 추모 주간에 전국 학교와 지역 교육공동체에서는 폭넓게 세월호 관련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전국 최초의 청소년 자치형 교육공간인 몽실학교는 학생들이 위원회를 조직하여 100% 학생들의 힘으로 세월호에 대한 추도공간과 추도문화제를 운영했다. 수십군데 학교의 청소년들이 주말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월호의 추모와 "잊지 않겠습니다"를 반복하여 확산하고, 노래와 율동을 촬영해 SNS에서 공유했다.


국경일도 아닌, 국가적 추모 행사에 청소년들이 동원되고 있는 것도 아닌 4.16에 왜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했는가? 그 답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교과 전형에 대한 평가와, 고양 고등학교의 동아리활동 사례의 효과가 맞물린, "학생 스스로 기획한 교육활동을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한다"라는 일련의 교육프로그램이 하나의 동아리 활동의 모델로 한국의 여러 고등학교에 안착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한국 교육이 갖고 있는 독특한 사회성을 특별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었고, 학생부 종합전형이 갖고 있는 자본친화성이나 불공정성은 비판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학종으로 인하여 파생된 이러한 사회참여형 교육모델은 보다 깊이 있게 고찰 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현재의 시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학습자 변인이나 사회참여 활동은 대폭 제약되어 있다. 사회참여 동아리 활동으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여하는 풍경을 더는 보기 어려워진 셈이다. 사회참여이든 사회성과 시민성이든, 학교 교육과정 속에 담겨서 시행되도록 규정이 개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과거엔 학습자의 외부변인에 치우쳐 있었고, 우연하게 자발적으로 확산되었던 민주시민교육이 학교 주체들의 고민을 크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 개편과 코로나 판데믹으로 지난 10년 간의 청소년 사회참여 동아리 모델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과거의 사회적 유산을 우리가 함께 모아서 고민하고 그 과실을 다시 나눌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학교 주체적인 민주시민교육의 확산,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재인식 같은 과제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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