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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Mar 20. 2021

봄이 온 건 “붐”이 온 때문인 거야 <저스티스리그>

#Restoresnydervers

 금요일은 학부모 총회였다. 오며가며 일을 거들다 마침내 유튜브에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이 업로드된 걸 확인했다. 바로 구매를 하고 잠깐 화질을 체크한 뒤,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퇴근이 바로 기다리던 스나이더컷 감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저녁에 일정이 있었고 게다가 밤 9시에는 윤스테이, 10시에는 바깥양반과 펜트하우스를 봐야한다. 거실TV는 바깥양반의 것. 노트북으로 볼 순 없잖아! 밤 열두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야, 나는 옆에 바깥양반을 재워두고 제대로 장장 네시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또 출근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 그래서 4시간짜리 스나이더컷은,


 서사가 뚜렷하고 충실하다. 전작에서 슈퍼맨이 죽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고, 슈퍼맨의 죽음과 본편에서의 사건의 연관성이 영화 프롤로그를 장식하더니, 중반부에는 그 개연성의 의문이 해결된다. 몇 차례의 과거 회상씬이나 중반까지의 로이스 레인의 분량이 좀 설명조이긴 하지만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저스티스 리그 3부작의 구상에 따라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구축을 나름 충실히 했던 결과가 눈에 잘 드러난다.


 그에 반하여 액션은 아쉬움이 있다. 특히 후반부의 단체 전투 장면은 <맨오브스틸>이나 <배트맨VS슈퍼맨>에서 보여주었던 1인칭의 스피디한 장면이 거의 사라져 있다. 팀업무비이기 때문에 여러 캐릭터들이 한 화면에 담겨나오는 것도 좋지만, 스나이더 감독의 장기였던 1인칭 액션이 스테픈울프와의 싸움에서 사라진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스러운 선택이다. 물론 그 한가지 단점 빼고 액션은 전부 잘 뽑혔다.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배트맨, 수퍼맨의 슈퍼파워가 확연이 구별되며 <어벤져스>에 비해서도 역할 배분이 충실하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히어로 파워의 밸런스가 균등한 편인 마블의 컨셉과 신화적 영웅으로서 파워밸런스가 크게 벌어지는 DC의 컨셉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하는 플래시의 액션은 영화의 백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스피드포스 연출 자체도 훌륭하거니와 에즈라 밀러가 직접 안무가와 만든 달리기 액션이 조스웨던의 편집본과 다르게 정말 상황에 맞게 잘 담겨서 그 순간의 감정과 몰입도를 증폭시킨다.


 놀라운 것은, 서사와 액션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플래시의 분량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인데 이것이 모두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중반부와 후반부의 플래시의 중요한 액션 장면이 모두 서사의 핵심적인 포인트인데, 여기서 감독이 주변의 상황 연출을 몰입감 있게 잘 뽑아냈다. 그래서 스포일러를 당해 플래시의 극중 역할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장면 모두 깜짝 놀라며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본작으로 새로이 등장하는 사이보그와 플래시, 아쿠아맨 모두 미국에선 저마다 인기 히어로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면서, 또 새로운 관객층에게 소개하는가가 어려운 고민일 텐데 이 부분도 잘 해결된 편이다. 4시간의 러닝타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지만 플래시, 사이보그, 아쿠아맨의 캐릭터 구축은 모두 함축적이고 인상적인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러닝타임을 잡아먹은 상당한 요인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차기작을 포기한 상태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모두 보여주려고 노력한 탓이 크다. 3시간 정도로 줄였다고 해도 세 캐릭터를 소개하며 극을 끌어나가는데에 무리가 없이 압축적으로, 그러나 섬세하게 연출이 된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세 영웅과 거기에 세 영웅을 더해 저스티스를, 4시간의 분량으로 수천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이정도 퀄리티를 못 뽑아내면 그게 코믹팬과 관객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벤져스2>처럼 대강 어려웠던 사례나 <배트맨VS슈퍼맨>처럼 상당히 실망스러웠던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번 스나이더컷의 성취는 결코 작지가 않다. 비록 불필요한 슬로우모션 사용이나 느릿한 전개에서 불평할 부분이 없진 않지만 당초의 3시간 짜리를 "뒤가 없이" 4시간으로 꽉꽉 눌러담아낸 영화이니 이걸 문제삼긴 어려울 것 같다.


 너무나 늦게 오긴 했지만, 왔다.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과 함께, 그리고 봄과 함께, DC 붐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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