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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Nov 20. 2019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하다>

지금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

 2011년에 문대통령과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 김인회 인하대 교수가 공저한 책이다. 문대통령이 1장을 손수, 4장을 공저자 김인회 교수와 함께 썼는데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전문분야인 법에 관련한 그의 간결하면서 세련된 필력을 즐길 수 있다. 백왈이 불여일독이라. 조국 장관 논란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400페이지를 넘는 분량에 그 내용이 법조항과 행정부 운용 실무, 청와대와 당과 검찰과 시민사회의 관계, 법철학과 민주주의의 원리까지 워낙 방대하여 쉽지는 않다.


 책은 네 챕터로서, (1)한국 검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고찰 (2)참여정부 검찰개혁 1기-검찰의 정치적 중립 (3)참여정부 검찰개혁 2기-검찰의 권력분산과 문민통제 (4)참여정부의 실패와 반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검찰개혁 성공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의지와 일치하는 인사여야 한다는 서술이다. 윤석렬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의중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겠다. 윤석렬의 반개혁성향은 어느정도 예측가능했던 것이니, 청와대 입장에서는 검찰의 반발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조국 장관을 계속 밀어부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 후 검찰개혁을 추구했다. 검찰은 본래 정치집단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개혁을 위해서 먼저 권력의 칼잡이로 이용당해오던 검찰을 정권의 주구에서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뒤에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등의 방법으로 권력분산과 문민통제를 꾀했던 것이다. 그래서 참여정부 기간 내내 검찰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누렸다. 이런 기획 아래 검사와의 대화 등의 아이디어가 실행되었지만, 고위검사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젊은 검사들이 인사권에 대한 동어반복으로 시간을 허비해 노대통령이 많이 낙심했다고 책에 증언이 실려있다. 그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이루어진 뒤 이어진 검찰개혁은 참여정부와 국회에서 주도한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검찰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결국 무산되었다. 이후 이명박이 대선후보가 되면서 검찰은 완전히 정치세력으로 복귀한다.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의 경험으로, 당시 검찰개혁의 주체(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민정수석, 강금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들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요건으로 "대통령의 검찰개혁 철학의 일치"를 꼽게 된다. 이는 책에서 여러 당사자들의 인터뷰로 강조되는 사항이다. 조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부상한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 검찰개혁을 논의해 온 우리 나라 최고의 법학 전문가이고,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반면 검찰총장 윤석렬은 그렇지 못하다. 책에서는 "그런 검찰 없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의 핵심인 검찰총장 인선은 검찰개혁에 있어서는 늘 차악일 뿐이다. 보스 기질이 다분한 윤석렬은 절대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너무나 선명하게 예측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강대강의 승부를 택하고 윤석렬을 이용한 기수파괴로 검찰 물갈이를 먼저 단행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검찰 쿠데타도 100% 예견된 바다. 검찰이 정권을 파헤치면 정권의 검찰개혁은 보복프레임에 씌인다. 검찰은 참여정부 시기 대선자금 수사로 대통령의 측근을 구속수감하여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바 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을 조지는 과정에서 반인권적 수사, 피의사실공표, 별건 수사 등등 모든 개짓거리를 다 했다. 문재인과 조국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 플랜을 세워두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족 인질극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경심 교수의 건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었던 것까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조국 장관 퇴진 후 대통령 지지율이 조국 논쟁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연말 패스트트랙까지 장관직을 유지했어도 이후 총선에서의 여론이 나쁘지 않았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동시에 참여정부에서 검찰이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에서, 문대통령은 외부인을 포함한 검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검찰개혁의 핵심인 법무부장관을 축으로 한 검찰개혁 계획을 세워두었다. 지금 법무부장관령과 대통령령으로 검찰개혁이 착착 진행되고, 인사권을 활용해 법무부와 검찰을 천천히 장악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박상기 법무-문무일 총장 시기에 정치적 중립이 먼저 달성되었는데, 그 시기에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여론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박상기 장관 시기에 법무부 개혁에 큰 진전이 있었고 조국 장관 임명은 검찰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의미. 검찰은 안면을 몰수하고 덤볐다. 


 윤석렬이 청와대에 조국 장관에 대한 보고를 했다고 여러 증언을 통해 교차검증되었는데...그 행위 자체가 정치적 중립을 검찰 스스로 위배한 사례다. 검찰은 상급자인 법무부장관을 거치지 않고서는 정치권력인 청와대와 교류해선 안된다는 것이 정치중립의 원칙에 어울리고, 실제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역대 법무부장관들도 대통령과 검찰의 가교 역할을 했다. 황교안이 박근혜 정부에서 그렇게 쓰이다가 국무총리까지 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관련, 윤석렬의 보고를 받아서도 안되고, 앞으로도 법무부장관을 거치지 않고는 검찰과 소통하지 않을 것이다. 11월 19일 개최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의중을 내비쳤다. 


 상술한 내용 외에도,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참여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생생히 재구성된 내용을 알아가면서 검찰개혁이 얼마나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절감할 수 있고, 참여정부의 실패를 교훈 삼아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소스들이 무궁무진하다. 많은 사람들의 일독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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